자세히보기 2012년 8월 1일

박계리의 스케치北 | 김성민, 조선화로 입체적 사실감 구현 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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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리의 스케치北

김성민, 조선화로 입체적 사실감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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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지난날의 용해공들>

 

인민예술가 김성민은 1994년 김일성 국상 때 영결식장에 놓인 김일성 영정 <만민의 태양상>을 제작한 화가다. 조선시대 임금님의 얼굴을 그리는 어진 제작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특별히 선별된 최고의 화원 화가만 그릴 수 있었던 것처럼, 현재 북한에서도 최고권력자의 영정은 아무나 그릴 수 없다.

북한은 전국에서 가장 재능 있는 인재들을 만수대창작사에 집결시키고, 당의 직접적인 지도 아래 수령형상작품을 통일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마치 이집트인들이 헤지라 초상을 제작할 때 인체비례의 규칙을 정해놓고 3,000여 년간 일관되게 양식을 유지시킴으로써, 왕의 지속성에 대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유포시키고 유지시켰던 정책과 유사하다.

김성민이 북한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은 1970년 제작된 <지난 날의 용해공들>이다. 화면은 제철소의 뜨거운 열기를 붉은 색과 황색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조선화로 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잡으면 육중하게 잡힐 것만 같은 입체적 사실감이다.

북한 미술계가 건국 초부터 조선화를 중심으로 미술을 현대화하고자 하였지만, 실지로 현장에서는 유화 작품이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표현하는 데 더욱 적합하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성민의 <지난 날의 용해공들>은 조선화로서는 인물 주제화를 그릴 수 없다는 기성관념을 불식시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 나아가 김일성 사후 김정일 시대에 그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칼춤>과 같은 작품양식의 변화와 관련된다. 김일성 시대가 러시아의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작품을 의식하여 조선화 작품에도 사진과 같은 리얼리즘을 표현해내려고 노력하였다면, 김정일 시대에는 서구와 비교하여 다른 점에서 우리의 독창성을 확인하고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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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칼춤>

조선화 특성 위에 효과적 리얼리티 구현
‘우리민족제일주의’의 부각과 맥을 같이하는 이러한 시도 속에서, <칼춤>에서 보듯이 화면은 평면화되었다. 인물을 그릴 때 사진처럼 그리는 극사실주의 방법과 크로키처럼 대상의 특징을 몇 번의 선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면, 김정일 시대는 ‘함축’과 ‘집중’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후자를 높이 평가한다. 조선화 고유의 평면성과 한두 번의 붓질만으로도 대상의 리얼리티를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김성민의 <칼춤>은 얼굴과 손의 표현방식과 칼과 옷의 표현방식을 달리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화면을 구성해내었다. 대상과 융합하면서 질감화되는 그의 선묘와 극적이며 율동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작업함으로써 감상자의 감성을 극대화시켜내는 그의 화면은, 현대 북한 미술계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인물화의 특징을 가감 없이 전달해준다.

박계리 / 이화여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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