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동네 리얼 스토리 | “애비가 쌀벌레냐?” 2012년 10월호
윗동네 리얼 스토리
“애비가 쌀벌레냐?”
북한 지역에서 온갖 사기와 밀무역이 성행하는 곳을 짚으라면 누구든 양강도 혜산을 짚을 것이다. 혜산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인접한 국경 지역이다. 시 변두리에 사는 황 씨는 요즘 돈 벌기에 신바람이 났다. 최근 밀수로 활기를 띠는 품목이 산에서 나는 송이버섯이다.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나는 이 송이버섯 밀수에서 한 몫 잡지 못하면 그건 돈을 벌 줄 모르는 바보 중의 바보다. 그래서 너도나도 버섯 밀수에 나서보지만 생각과 달리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만큼 법단속이 세고 중간 거간으로 나서는 사기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씨는 재작년 연 씨라는 처녀와 결혼한 후부터 그런 사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내에게는 강 건너 중국 조선족자치주인 장백현에 가까운 친척이 있었다.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다는 세상에서 그런 친척은 밀수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발판일 수밖에 없다.
“밀고자가 아버지…?”
황 씨는 아내를 만나 2년간 몇 번의 단독 밀수를 성공시키고 나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 결과 그의 다세대 주택은 단독 주택으로 변했고, 긴 막대기로 휘둘러도 거칠 것 없던 방안엔 값비싼 가전제품들로 가득 찼다. 먹는 것 역시 하루 세 끼 고기반찬이 없으면 숟가락을 안 드는 정도다. 장사 밑천도 든든했다.
이런 황 씨가 이 가을에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송이버섯 밀수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는 법, 9월에 들어서면서 몇 차례 송이를 사들여 아버지가 만든 작은 배를 이용해 장백현 친척에게 넘겨 보냈다. 그는 늘 아버지가 만든 배를 이용해 단독 밀수를 했다. 이번에도 순 이윤만 중국 화폐로 1만위안이 넘는 큰 장사를 무난하게 해냈다.
그러나 재앙은 전혀 생각지 않았던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법이다. 마지막 송이를 실은 배가 떠나고 돈을 받은 황 씨가 국경경비구역을 벗어나는 순간 난데없이 제복을 입은 담당보안원이 나타나 그를 체포했다. 앞이 캄캄했지만 잡혀가면 그간 모은 돈과 전과까지 다 밝혀질 우려가 있어 두말없이 방금 받은 돈을 모두 넘겨주고 빈손으로 집에 들어섰다. 두 손 모아 잡고 기다리던 아내를 멀거니 바라보는 황 씨의 두 볼로 주르륵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아내의 눈에는 절망이 아닌 새벽별이 반짝였다.
다음 날 오후 밖에 나갔던 아내가 집으로 돌아 왔다. 어떻게 됐냐고 물으니 한마디로 ‘경계할 적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부턴 아버님을 잘 보살펴 드리라고 충고까지 한다. 밀고자는 다름 아닌 아버지라는 것이다. 서글픈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황 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달음에 아버지 집을 찾아 갔다. “꼭 그렇게 해야만 했어요?” 하는 아들의 항의에 아버지는 히죽 웃으며 “난 말이야, 시장경제 이윤분배원칙에 충실했을 뿐이야.” 하고 당당하게 외쳤다. “이놈아, 넌 지난 2년간 내 배를 이용해 큰 돈을 벌면서도 애비에게는 몫이 아닌 겨우 밥이나 먹을 수 있는 쌀값만 주었어, 배 주인이 남이라면 그렇게 했을까?”
“옛다, 네 몫 3분의 1!”
황 씨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식 놈이 돈 모으기에만 눈이 멀어 애비의 몫은 생각지도 않으니까 아비로서는 당연히 버릇을 가르쳐야지. 자, 이게 이번 일에서 네게 차례진 몫이야.” 아버지가 돈을 내 놓았다. 세어보니 바로 어젯밤 받은 돈의 딱 3분의 1이다. 그러니까 보안원, 아버지 나 이렇게 세 몫으로? 그제야 담당 보안원이 아버지의 동창이라는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다. 아연해진 아들의 눈빛을 직시하며 아비는 능글능글 말한다.
“괜히 보안원을 끌어들여 한몫 주긴 했지만 네 놈 정신 차리게 하는 데는 손색이 없었어. 그러지 않으면 네 놈은 그냥 이 애비를 동업자가 아닌 이용자로 볼 것 아니야.” “아버지도 참, 아들이 돈 많이 벌어 잘 살면 좋지, 어찌 이런?” 원망어린 하소연이었어도 아비의 음성은 단호하다. “야, 이 녀석아. 부자지간도 네 것 내 것이 있어. 애비는 뭐 밥만 먹는 쌀벌레인 줄 알아?”
이지명 / 계간 <북녘마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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