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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전쟁·평화 | 중동의 위기,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의 규범적 충돌 2012년 12월호

인간·전쟁·평화

중동의 위기,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의 규범적 충돌

국제위기가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억지하기 위해 국가들은 종종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을 하기도 하고 예방공격(preventive attack)을 하기도 한다. 선제공격은 적대국가의 공격이 임박했을 경우 이를 억지하거나 그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방공격은 적대국의 공격이 계획되었거나 혹은 그러한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미래의 가능한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선제공격은 신뢰할만하고 임박한 공격의 증거에 기초하여 이뤄지는 반면, 예방공격은 초보적이고 불확실한 위협에 대한 의심에 기반을 두고 이뤄지는 것이 차이점이다.

예방전쟁, 정당성 확보하기 어려워

1967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동맹 사이의 ‘6일 전쟁’은 대표적 선제공격의 사례이다. 이스라엘과 아랍동맹국 사이의 긴장은 봄부터 시작하여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공세적인 행동을 취하던 5월에 절정에 이르렀다. 나세르 대통령은 자국의 군대를 동원할 뿐만 아니라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와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였고, 시나이 반도에 주둔하고 있던 유엔군의 철수를 명령하였다. 나세르는 이스라엘로 연결되는 홍해와 인도양에 대한 봉쇄를 선언하였고, 이스라엘과 미래의 전쟁은 유대인 국가의 완전한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긴장을 조성하였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공격이 임박했으며 이집트의 선제공격을 당한다면 자국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6월 5일에 기습공격을 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기습적 선제공격으로 단기간에 일방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예방공격의 최근 사례는 2001년 9월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은 미국이 테러리스트 조직과 테러리스트를 보호하는 나라를 미국의 국가안보의 긴박한 위협요인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군사적 행동을 취했던 2003년 이라크 전쟁이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결국에는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를 지원함으로써 미국과 중동지역 미국의 동맹국들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항상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고, 후세인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지하고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리스트 조직이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함을 반복적으로 역설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화학무기가 존재한다는 최종 증거가 발견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유엔의 최종 승인 없이도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하여 독자적으로 군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예방전쟁의 정당성을 역설한 것이다.

적대국의 공격이 가시적으로 임박했을 경우 선제공격을 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수용이 되지만 부시 대통령이 주장했던 예방전쟁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예방전쟁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미래의 언젠가 폭력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는 국가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무력사용은 어떠한 정의의 원칙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방전쟁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데 다른 국가의 미래 행위를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적대국의 장기적 목표에 대한 정보는 해당국가가 정책 수립을 비밀스럽게 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밖에 없으며,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에 대한 증거들은 적대국 지도자의 정책운용의 불확실성 때문에 잘못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예방전쟁이 가정하는 바와 같이 적대국의 의도가 분명하다고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2011년 11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정파 하마스는 8일간의 교전 끝에 전투를 중단하고 휴전에 합의하였다. 8일간의 공습과 포격전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인 약 170명 이상이 사망하였고, 약 1,480여 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AFP>의 보도에 의하면 하마스 정파는 11월 25일에 8일간의 공습으로 12조달러(약1조3천16억원)의 피해를 보았다고 발표를 하였다. 이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전투기로 언론사 등 주요시설을 폭격하고 군함을 동원해 전방위 공격에 나섰으며, 예비군 7만5천명을 소집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내부장관 엘리 이샤이는 “우리 작전의 목표는 가자지구를 ‘중세시대’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의 폭격은 하마스의 이슬람주의자들의 공격적인 행동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은 언제나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하였으며, 국경너머로 미사일이 날아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고 이스라엘 폭격의 정당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BBC>를 비롯한 주요 서방의 언론은 이번의 사태가 하마스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증오에 대하여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를 위한 예방적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하였다. 그런데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 도착할 것으로 예측되는 장거리 로켓의 배치가 이스라엘의 일방적 군사적 힘의 우위를 상쇄할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바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의 임박한 징후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스라엘, 예방전쟁 극단적으로 활용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밀집해있는 가자지구에 거의 매일 군사적 개입을 하고 국경을 봉쇄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국가적 자위의 수단이라는 명목으로 예방적 전쟁을 반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역 내 힘의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예방전쟁을 극단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남북한 간 대립이 첨예한 한반도와 다른 아시아지역의 국가들 간의 긴장을 조성하고 악화시킬 수 있는 안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다. 군사적 긴장이 항상 존재하는 남북한 사이에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 의해 예방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하여야 하며 국제협력을 통해 위기와 긴장사태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송영훈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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