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들려주는 남북한 이슈 | 북한은 왜 핵을 보유하려고 하는가? 2012년 12월호
청소년에게 들려주는 남북한 이슈 19
북한은 왜 핵을 보유하려고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1990년 무렵부터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여부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그보다 훨씬 더 길다. 북한은 1960대부터 핵개발을 계획하여 1970년대에 영변 핵단지를 건설했으며, 1980년대부터 부분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를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투자했으며, 미사일 분야에 있어서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오늘날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화학무기금지조약(CWC),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대량살상무기를 규제하는 비확산장치들을 외면하는 ‘문제 국가’로서 두 번의 핵실험까지 실시하는 등 핵무기 개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핵문제와 관련한 지금까지 북한의 행보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이중전략(two-track strategy)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다. 이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나 핵협상에 임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핵무기 개발은 줄기차게 밀고 나가는 것으로 핵외교 정책과 핵무장 정책을 철저하게 구분·병행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북한의 가장 큰 핵보유 동기는 북한 체제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특권을 누려온 지도층에게 있어 체제붕괴는 곧 비참한 종말을 의미하며, ‘체제생존’ 만이 생명을 부지하는 최선의 방책이 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지도층에게는 핵무기가 곧 체제 생존을 위한 궁극적 수단이다.
핵보유의 가장 큰 동기는 체제 생존
핵보유의 주된 동기가 체제 생존에 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에 커다란 딜레마를 주고 있다.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체제 생존을 보장해주어야 하는데, 북한은 미국만이 이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언제나 ‘미국과의 협상’ 만을 고집한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핵포기 이후에도 여전히 최악의 반인권적 북한체제를 보장해줄 수는 없다. 그래서 웬만한 반대급부를 제공해도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며, 지난 두 정부 동안 한국이 ‘햇볕정책’을 통해 제공한 대북지원이 핵개발을 중단시키거나 지연시키는데 기여를 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통해 핵포기를 끌어내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핵개발이 경제제재와 외교제재를 가져와 주민이 겪어야 하는 궁핍과 고립이 깊어지더라도, 북한 정권에 있어 최우선 과제는 언제나 ‘체제 수호’이며 ‘정권 수호’일 뿐이다. 이런 체제와 정권의 속성 때문에 수십만 명이 굶어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멈춘 적이 없다.
북한 체제의 속성을 고려한다면 6자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6자회담은 2003년 8월 베이징에서 제1차 회담이 열린 이래 지금까지 총 10차례가 개최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2005년 9·19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핵폐기’ 원칙에 합의했을 때, 그리고 2007년 2·13합의로 ‘단계별 비핵화’를 약속하고 이듬해 영변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을 때, 국제사회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었다. 그러나 2006년 제1차 핵실험은 9·19공동성명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2009년 제2차 핵실험과 2010년 농축시설의 공개는 2·13 합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6자회담에는 ‘진전’과 ‘후퇴’가 혼재했지만, 진전보다는 언제나 후퇴의 폭이 컸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중전략을 통해 얻은 ‘1보 후퇴를 통한 2보 전진’이었다. 이에 따라 북핵문제는 회담을 시작했을 때보다 더 악화된 상태에 있다. 6자회담은 농축시설의 유무를 놓고 시작되었지만 지금 북한은 NPT를 탈퇴한 상태에서 두 차례 핵실험까지 실시한 데 이어 우라늄농축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대내적으로 핵무기는 ‘강성대국’의 상징이자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정치적 수단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앞세워 “그 누구도 우리 공화국을 넘보지 못한다.”는 논리를 설파하며, 핵무기를 물자와 복지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군으로 하여금 패배주의적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선전도구로 활용한다. 핵무기는 민심을 통제하고 군부의 충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선전수단인 것이다. 이렇듯 미국 및 내부를 지향하는 북한의 핵전략은 생존게임의 일환으로 ‘체제 방어적’ 성격을 지니지만, 대남 핵전략은 상당한 ‘공세성’을 내포하고 있다.
핵은 단 한 개만으로도 서울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가공할만한 무기이다. 즉, 핵무기는 유사시 한국군의 질적 우세와 한국의 경제력 우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압도적인 비대칭적 수단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이 남한에 핵공격을 가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응징을 가할 것”이라는 약속, 즉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억제되고 있다. 그러나 핵우산은 북한이 핵을 앞세워 위협을 가하면서 국지 도발을 저지르는 ‘핵 그림자 전략(nuclear shadow strategy)’에 대해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한국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안보과제이다.
천암함과 연평도 포격 등은 전형적인 핵 그림자 전략
‘핵 그림자 전략’ 하에서 북한의 핵무기는 남한을 군사적·정치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공세적 수단이다. 핵무기는 우리 국민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핵을 가진 북한과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를 확산시키며, 국민이 정부를 선출하는 한국에서 이러한 사고는 정부의 대북 선택권을 제약한다. 여기에 한국사회 내부의 보수-진보의 갈등이 가세되면 한국정부에 있어 ‘군사적 응징’은 불가능한 선택이 된다. 그러면 북한은 한국의 무대응을 확신하고 대담한 도발을 반복한다. 2010년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은 북한이 핵 그림자 전략을 앞세우고 저지른 대담한 도발이었다.
‘도발-무대응-도발’의 악순환을 방치한다면 국민의 심리적 위축은 더욱 확산되고, 여기에 종북주의자들과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의한 여론왜곡까지 가세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언젠가는 북한이 한국의 정부를 퇴출시킬 수도 있고 등장시킬 수도 있는 ‘정치지배’ 사태가 가능해진다. 이는 ‘수령의 말씀’ 이외의 이견이 존재할 수 없는 북한이 한국의 민주주의체제를 악용하여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것이 된다. 한국에게 있어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무력 공격은 핵 그림자 전략을 앞세운 도발의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안보과제를 부여한 셈이다.
정리 /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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