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국 믿고 그럭저럭 버티기? 대미관계 개선 어려워 질수도 2012년 12월호
기획 | 김정일 사후 1년 … 김정은의 북한은?
중국 믿고 그럭저럭 버티기? 대미관계 개선 어려워 질수도
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외정책과 관련하여 중요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핵문제의 진전여부 및 대미관계이다. 사실 이 문제는 북한 대외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이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북·중관계이다. 이 북·중관계는 핵문제와 관련하여 북한 체제의 내구력을 보장해주는 안전판이자, 급박한 경제적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우선 대미관계를 살펴보자.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고려할 때 북·미관계 개선의 최우선 과제는 핵문제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소위 ‘파격적 행보’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보도되는 사건(?)들이 있었지만, 핵문제와 관련된 커다란 정책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은 개정 헌법 전문에 스스로를 핵국가로 지칭하고 이를 선대 수령의 업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핵군축 협상을 주장하며, 경수로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었던 선대 수령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북한은 두 번의 핵실험을 실시한 국가이다. 즉,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의심되는 국가가 아니라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제 북한 핵문제는 북·미관계에서만 논의될 수 있는 의제가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관련된 국제레짐의 관심대상일 수밖에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서 대북결의안을 발표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핵개발 선대수령 답습 … 변화 안 보여
또한 북한이 경수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기존의 영변 5MW 원자로가 천연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과 다르게, 경수로는 저농축 우라늄이 원료이다. 즉,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공개하면서 이것이 평화적 용도의 핵활동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바로 경수로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우라늄 농축이 평화적 용도라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주변국들이 이를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중경협, 北 개혁·개방 촉진할 수도
더 나아가 북한의 핵확산과 관련된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핵의 투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미사일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은 이를 우주개발을 위한 로켓 발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 등 중동 국가들과의 오랜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관련 기술의 해외 유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계심을 크게 자극할 것이다.
다음으로 북·중관계를 살펴보자. 북·중관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북·중경협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으며,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90%에 달하고 있다. 특히 나진 지역의 경우 동북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하기 때문에 향후 북·중경협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핵문제에서 특별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북한으로서도 중국과의 협력 강화는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다만 북·중경협의 강화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중국 지도부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주문한 적도 있다. 물론 북한이 중국을 100% 신뢰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는 적고, 중국 스스로 주장하는 것보다는 큰 것처럼 보인다. 즉, 북·중경협의 강화가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으나, 북한 스스로 그 속도를 조절하려고 할 경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북·중 및 북·러경협의 강화와 관련하여 유의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중국 및 러시아의 대북투자가 도로, 철도, 전력, 에너지 등 시스템 의존성이 높은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협력이 장기적으로 확대된다면 북한의 물류 및 에너지 인프라의 대중, 대러 의존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며, 이는 향후 통일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은 김정은 체제의 대외관계를 평가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북한의 대외관계와 관련된 핵심의제라는 사실은 변화하지 않았다.
문제는 미·중관계이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복귀(Pivot to Asia)’를 선언하고 있으며, 점점 강성해지는 중국은 핵심이익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관계는 갈등과 협력이 병존할 것이지만, 아시아 지역에 한정하여 본다면 갈등요소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변화하는 미·중관계 속에서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자신들의 대외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북·중관계에 의존하는 속에서 북·미관계의 게임을 이어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증가하는 중국의 국력을 믿고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 through)’ 전략을 구사한다면, 핵문제를 비롯한 북·미관계 개선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단기적으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핵문제가 한국만의 독자적인 노력으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또한 북·중관계가 북한 대외관계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현실에도 주목하여야 한다. 한·미관계와 함께 한·중관계의 조율과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다. 또한 한국 대외정책의 전략적 융통성 제고를 위해서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남북관계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용환 /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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