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2월 1일

기획| 하이퍼인플레이션 심각 … 부분 개혁 가능성 2012년 12월호

기획 | 김정일 사후 1년 … 김정은의 북한은?

하이퍼인플레이션 심각 … 부분 개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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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시기와 함께 등장한 선전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경제적 성과로 선전되는 CNC 기술이 장착된 기계들이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

김정일 시대에 북한은 선군경제건설 노선에 기초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장밋빛 미래상을 주민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즉 제국주의 세력들이 여전히 북한을 압살하려는 정책을 취하고 있어 국가재원을 국방공업 부문에 우선 집중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며, 김일성 탄생 100년이 되는 2012년에는 적어도 1980년대 후반 수준으로 산업 생산력을 복구시켜 놓고 주민들의 먹는 문제만은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이 전략은 현재 실패로 판명되고 김정은 정권에 많은 경제적 난제들을 남겨놓고 있다. 산업 생산력은 1980년대 후반 수준의 약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거시경제의 심각한 불안정성과 민생경제의 악화, 경제구조의 양극화 심화, 산업경제의 침체라는 현실을 김정은 정권 출발의 초기조건으로 안겨놓고 있는 것이다.

우선 북한 거시경제의 불안정성부터 살펴보면,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재정의 위기가 동반형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물가의 기준역할을 하는 쌀 1kg의 가격이 올 2월 초 3,650원(<데일리NK>)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8월 초에 7천원으로 정점을 찍고 약간 내려갔지만, 10월 말 현재 6,500원(평양 기준)으로 불과 8개월 동안 78%나 올라있는 상태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쌀값은 2009년 11월 말 화폐개혁 이전 2천원에 비하면 3년 사이 약 225%나 오른 가격이다. 환율의 상승은 더 심해 올 2월 초 1달러 당 북한 원화 3,650원에서 10월 말 현재 7,600원으로 108%나 올랐고, 화폐개혁 이전에 비하면 약 117%정도 올라 있다.

2009년 말 대비 쌀값 225% … 환율 117% 상승

북한경제가 사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지속적으로 ‘인플레 경제’였지만, 몇 달 사이 이렇게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쌀 1kg가격과 1달러 대비 북한원화 가격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올라간 적도 없었다. 김정은 정권 아래서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원인에 대해서는 2009년 화폐개혁의 여파로 인한 북한 원화에 대한 불신, 김정일 사망 이후 100일상 기간 동안의 시장통제 외에 북한 당국에 의한 많은 통화량 발행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마도 새롭게 출범하는 김정은 정권의 치적 만들기와 여러 이벤트성 행사들의 비용 충당을 위해 국가가 화폐를 다량 발행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은 북한 재정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물가상승 중인데, 재정의 부족을 메우고자 화폐발행을 지속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심각한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은 민생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화폐개혁으로 보유화폐를 많이 상실당한 상태에서 급격한 물가상승까지 겪음으로써 심각한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다. 평균 3천원인 월급으로 화폐개혁 이전에는 쌀 1.5kg을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0.46kg밖에 살 수 없는 것이다.

재정위기 가속 … 경제 양극화도 심화

반면, 주로 평양에 살고 있는 특권계층들은 화폐자산으로 주로 외화를 보유하고 있어 화폐개혁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으며 환율상승으로 오히려 구매력이 더욱 증대하기까지 하고 있다. 본래 인플레 경제 아래에서 고소득층은 소득이 올라가는 반면, 저소득층은 구매력이 심각하게 저하되는 경제학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산업 생산력도 침체에서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고 있다. 그간 올해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는 명목으로 평양 10만세대 아파트 건설, 희천수력발전소 건설 등 각종 건설사업들을 벌이고 이른바 주체공업 부문들(주체철, 주체비료, 주체섬유)에 설비투자들을 함으로써 작년에는 0.5%의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지만, 올해에는 크게 눈에 띄는 산업부문 투자선전이 보이지 않고 있음을 볼 때 산업 생산력의 회복이 크게 기대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전력 생산량이 2010년 대비 -11.9%였음을 볼 때 올해 산업 성장률이 작년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그 이하일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은 심각한 북한의 경제난을 타개할 새로운 경제정책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일의 업적으로 핵, 미사일개발을 거론한 마당에 더 이상 주민들에게 선군경제건설 노선을 강요하기 어렵지 않은가? 20년도 넘게 전개되어 온 민생고를 주민들에게 더 이상 인내하라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제3세계 국가들처럼 심각하게 벌어져 있는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놓고 사회주의 신념을 강조하기도 어렵다. 김정은이 4월 15일 열병식에서 “더 이상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겠다.”라고 연설한 것은 이런 배경에 의한 것이지 않나 판단된다.

그리고 국영기업에 자율권 부여, 협동농장 분조원 축소, 월급의 현실화, 배급제 폐지와 다를 바 없는 배급제 이원화 등 이른바 ‘6·28방침’이라는 것이 북한 내부에서 거론되었다는 것도 이런 현실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절박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되지 않는 하이퍼인플레이션, 극심한 빈부의 격차와 민생고의 가중, 재정위기의 확대 등은 김정은 정권에 개혁·개방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 문제임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시대와 마찬가지로 개혁·개방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세습체제이기에 선군노선을 버리고 김정은이 중국의 덩샤오핑처럼 개혁·개방의 기획자가 되기도 어렵다. 이른바 ‘6·28방침’이라는 것이 9월 중순까지 내부에서 거론되다가 중단된 것도 이런 딜레마에 주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재 김정은 정권은 아직 선군경제정책을 유지한 채 경제분야에 보다 더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행보만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필수의 문제로까지 몰려 있는 경제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이 향후 대외개방은 좀 더 확대해 나가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경제시스템의 부분개혁을 시도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7·1조치 시행 당시보다 워낙 북한 경제의 모순이 누적되어 있어 ‘북한식’ 모델을 찾기가 쉽지도 않고 예측불허의 변수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권영경 /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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