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정은, 제한적 유일영도체계 속 리더십 시험대 올라 2012년 12월호
기획 | 김정일 사후 1년 … 김정은의 북한은?
김정은, 제한적 유일영도체계 속 리더십 시험대 올라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돌연 사망한 후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 동안 북한은 김정은의 후계자 유일영도체계 단계(2011.12.17.~ 2012.4.11)를 거쳐 수령 유일영도체계(2012.4.13.~현재) 단계에 진입하였다. 후계자 유일영도체계란 후계자가 수령이 부재한 가운데 수령의 영도체계(당 총비서 중심의 당 영도체계, 국방위원장 중심의 국가영도체계, 최고사령관 중심의 군 영도체계)를 승계하지 않은 상징적 수령의 영도체계를 말하며, 수령 유일영도체계란 후계자가 수령의 영도체계를 계승한 명실상부한 수령의 영도체계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김정은의 제도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동시에 취약한 인격적 리더십을 보완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우선 제도적 리더십의 확립 과정을 보면, 북한은 2011년 12월 31일 김정은을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하였다. 이는 선군사상과 선군혁명영도의 계승자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군을 장악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어 북한은 올해 4월 11일과 13일 각각 노동당 4차 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 회의를 개최하여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김정은을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그리고 7월 18일 김정은을 공화국 원수로 추대함으로써 제도적 리더십을 빠르게 확립하였다.
리영호 해임은 권력구조 새판짜기
제도적 리더십 확립 작업을 신속히 완료한 북한은 김정은의 취약한 인격적 리더십을 보완하는 작업을 서둘렀다. 물론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후부터 김정은을 ‘위대한 계승자’, ‘위대한 영도자’로 치켜세우면서 인격적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실시하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도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과정의 일환에서 전개되었다. 북한은 김정은의 인격적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보완하고 확립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친민적 지도자상을 강화하는 데 몰두하였다. 수령은 만인의 어버이라는 전통적 공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김정은의 약관의 나이와 어버이로서의 이미지를 결합시키는 방향에서 추진되었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은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 시 군인들과의 팔짱끼기, 만경대 유희장 방문 시 풀 뽑기, 부인 리설주의 전격 공개와 동반 현지지도 등을 연출하였으며, 소년절과 청년절 행사를 예년에 비해 대대적으로 실시하였다.
북한은 제도적 리더십과 인격적 리더십을 확립하면서도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우선적으로 양날의 칼인 군부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7월 중순 리영호 총참모장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하면서 시작되었다. 리영호는 총참모장직만이 아니라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났다. 리영호는 김정일의 강력한 후원을 바탕으로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주도하고 김정은 후계체제의 핵심 후견인으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따라서 리영호의 해임은 단순히 권력엘리트의 교체 차원이 아니라 권력구조의 새판짜기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치로 파악되어야 한다.
2008년 와병 이후 일시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김정일은 후계체제 구축 작업을 서둘렀다. 김정일은 자신의 사후에 대비하여 후계자 김정은이 독자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때까지 과도기적 권력구조로써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가 유지되는 가운데 핵심 권력엘리트들 간의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권력구조를 구상하고 준비하였다. 이 견제와 균형의 권력구조를 구성하는 한 축이 리영호이고, 다른 한 축이 장성택·김경희·최룡해를 중심으로 한 ‘훈척(勳戚)’ 세력이었다. 따라서 리영호의 해임은 김정일이 구상했던 권력구조의 좌초이자 김정은 시대 권력구조의 시작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시대의 현 권력구조는 훈척 세력이 주도적으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떠받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김일성과 김정일에 비해 수령의 영도체계를 운용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를 훈척 세력들이 보완하는 구조인 것이다. 한마디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에서 유일성이 다소 제한을 받는 제한적 유일영도체계라고 할 수 있다.
훈척(勳戚) 세력, 주도적으로 김정은 떠받쳐
이러한 제한적 유일영도체계가 원래의 유일영도체계로 복귀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권력구조로 이행할 것인지는 김정은의 리더십운용 능력에 달려있다. 제도(수령제)의 동일성과 권력엘리트의 지속성이 주어지더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다양한 권력자원들을 신속하게 동원하여 주민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권력엘리트들의 충성을 지속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면 유일영도체계로의 복귀가 수월할 것이지만, 리더십운용 능력이 발휘되지 못한다면 제한적 권력구조가 고착되거나 수령의 권력과 권력엘리트의 권력이 대칭 또는 역전되는 새로운 권력구조로 이행할 수도 있다. 앞으로 북한 권력구조의 변화에 착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은 앞으로 힘든 정치실험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전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리더십운용 능력을 가진 김정은이 제한된 내부 권력자원을 어떻게 동원하고 배분할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권력기관과 엘리트들이 확보하고 있는 자원들을 그들의 반발없이 어떻게 인민생활 향상으로 전환할 것이지, 또는 내부 권력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정책으로 외부의 자원을 동원할 것인지 사뭇 기대된다.
이기동 /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