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2월 1일

특집 | 한반도는? Ⅰ 오바마 2기, 대북정책 우선순위 낮아 … 한국, 정책주도성 높여야 2012년 12월호

특집  | 오바마와 시진핑, 위기인가 기회인가?

오바마 2기, 대북정책 우선순위 낮아 … 한국, 정책주도성 높여야

SR_201212_17

김관진 국방장관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0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44차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9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위)과 10월 17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한미일 고위급(국장급) 협의에서 만난 3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아래). ⓒ연합뉴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2기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 및 한반도 정책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구나 G2로 부상한 중국에서도 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 체제가 등장했고, 다음 달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대선과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북한은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가 안착단계에 접어들었고 러시아에서는 ‘21세기의 짜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 권좌에 복귀한 상황이다. 6자회담 참가국 모두에서 리더십이 변화하고 있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단 관심의 초점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향방에 있다. 그 중심에는 대중국 정책이 있는데,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 경쟁자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집권 초기 중국을 봉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부터는 중국에 대한 포위·봉쇄를 강화하는 양태를 보여왔다. 2010년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은 미국의 이러한 동아시아 전략의 강력한 명분으로 작용했다.

급기야 2012년 1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을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봉쇄 전략이 본격화된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이 인도 및 일본과 3자 관계를 강화하고 한·미·일 3각동맹을 추구해왔으며, 호주와 동남아 국가들과 군사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중국의 불신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에 승리한 직후 첫 해외 순방지로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들을 선택한 것도 2기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전략 우선순위가 아시아-태평양에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략적 동반자인가? … 경쟁자인가?

이처럼 오바마 행정부 2기가 대중봉쇄 기조를 유지·강화할수록 한반도 문제가 미·중관계의 종속변수가 되는 경향도 더욱 강해질 우려가 크다. 이는 오바마 1기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 미·중관계와 한반도 문제의 상관관계를 짚어보면 그 맥락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안보 이익을 건드려야 중국이 보다 북한에게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미사일방어체제(MD)를 고리로 삼아 한·미·일 3각동맹을 추진해 온 것도 이러한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를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위협론’을 악용하고 있다고 여긴다. 지난 4년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대화에는 극히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중국의 이러한 불신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북정책과 한·미동맹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고도의 연속선 상에 있고, 또한 한반도 정책은 동아시아 전략의 하위 변수로 취급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오바마 1기 동안에는 이들 관계가 상호 충돌적이었다. 한·미동맹은 역사상 최고라는 평가를 낳았지만 이는 한반도 평화의 위기 및 한·중관계의 불안이라는 기회비용을 수반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 외교의 최대 숙제는 한·미동맹 강화가 남북 및 한·중관계의 불안과 병행되는 관계의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앞으로의 상황이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오바마가 한국의 입장을 중시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이 정책 자율성과 주도성을 발휘할 공간이 넓어질 공산은 크다. 대체로 미국 행정부가 1기에는 재선을, 2기에는 업적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한반도 문제 해결이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에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지가 관심사이다. 내년은 한반도 정전협정 체결 60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핵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이 이러한 역사성에 주목해 적극적인 대미 외교를 펼칠수록 오바마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냉정하게 볼 때 당분간 대북정책이 미국의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다. 이미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을 달고 협상의 공을 북한에게 넘겨버렸다. 이러한 배경에는 해결 가능성이 극히 불투명한 북핵문제보다는 북한 위협을 근거로 MD를 비롯한 아태지역 전력증강과 동맹강화가 미국에 좋은 선택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동시에 전면전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중동 아마겟돈의 위험을 품고 있는 이란 핵문제 등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북관심 높일 두 가지 시나리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북정책이 미국의 우선순위로 부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적 행동’에 나설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지겠지만, 그 방향은 좋지 못할 것이다. “같은 말을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패턴 종식을 대북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워 온 오바마 행정부는 오히려 대북제재와 봉쇄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북한이 도발적 언행을 자제하고 한국의 차기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에 다시 시동을 건다면, 오바마가 적극적인 대북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남북관계 정상화와 한국 정부의 강력한 문제해결 의지는 대북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기 오바마의 대북정책에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중요한 변수는 한국의 대선 결과가 될 것이다.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