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12월 1일

특집 | 오바마, 사회안전망 확충 … ‘큰 정부론’으로 재선 2012년 12월호

<편집자 주>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중국도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을 필두로 한 제5세대 지도부가 출범했다. 이른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이 같은 시기에 모두 교체되었다.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하여 아시아 복귀(Pivot to Asia)를 천명한 미국,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주창하며 과거와 달리 미국과의 외교관계에서도 주도적 입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중국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남한과 북한. 미국과는 ‘포괄적 동맹관계’,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두 강대국의 리더십 교체는 도전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변화에 대한 국내정치적 요인 분석과 함께 대한반도 정책을 전망하고 차기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봤다.

 

특집 | 오바마와 시진핑, 위기인가 기회인가?

오바마, 사회안전망 확충 … ‘큰 정부론’으로 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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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4 년 전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고지에 올라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투표 마감 이후 시작된 숨막히는 개표상황이 자정을 넘기고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됐던 지난 11월 7일 새벽(미국 동부시간) 필자가 쓴 기사의 한 대목이다. 너무나 정신없이 대선 취재에 몰두해서인지 그때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또 다른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오늘날 미국 정치 및 사회가 안고 있는 곡절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번에 오바마는 ‘미래와 전진’을 화두로 던졌다. 4년 전의 ‘담대한 희망과 변화’와 비교된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이 취임 이후 4년간 한 일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 2008년 대선 승리 당시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서 휘청거렸던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그리고 전임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세계와 화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4년 유권자들은 오바마의 정체성과 역량에 충분히 공감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기업 CEO’ 경력을 앞세운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가 한때 오바마 대통령을 위협할 정도로 따라붙었다.

그렇지만 미국민은 오바마의 비전을 다시 받아들였다. 8%가 육박하는 실업률 속에서도 그의 약속을 믿은 것이다. 무너진 미국 경제의 책임이 오바마보다는 전임자의 책임이 크다는 인식이 바닥에 깔려있다. 미국민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붓고 국내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가장 큰 원인을 부시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서 찾고 있었다. 심지어 부시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만큼 ‘원흉’처럼 인식됐다. 결국 미국민들은 뭔가 불안해보이지만 “4년 더”를 외치며 잘해보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준 것이다.

미국, ‘중산층 재건’과 ‘오바마 케어’ 선택

이번 선거는 미국민들이 오바마가 내세운 정부의 역할을 선택한 의미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내내 재정확대와 빈곤층 보호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큰 정부론’을 주창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작은 정부론’으로 맞섰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부과 문제였다.

오바마는 법인세율 상한선을 현행 35%에서 25%로 낮추고 미국 기업이 해외의 자회사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 새로운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중산층의 재건’을 위해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의 부유층에게는 30%의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저소득층에게는 감세혜택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롬니 후보는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해 정부가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에게 세금을 많이 매기면 투자가 위축되고,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회복이 늦어진다는 논리다. 전형적인 공화당 DNA가 느껴진다. 부유층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도 반대했다.

복지분야에서도 두 사람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대표적인 것이 ‘오바마 케어’로 통칭되는 의료보험 개혁 문제다. 오바마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민들을 대거 보험체계에 흡수시키겠다는 것에 반해 롬니는 개인의 선택권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민들은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가 제시한 거버넌스가 더 적절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골수 공화당원들이 오바마를 향해 ‘사회주의자’라는 비난을 하고 있지만 이는 소수의 목소리에 그쳤다. 미국 사회의 향후 지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고 하겠다.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민주, 공화당원이 총동원된 당파 대결이었다. 오바마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 공화당은 철저하게 진영 싸움을 벌였다. 자신들 스스로를 풀뿌리 보수주의 운동이라고 부른 ‘티파티(Tea Party)’ 세력은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를 계기로 공화당은 더욱 강경 보수화됐고, 예산안이나 국가채무한도 증액, 일자리 법안 등 오바마가 추진하는 일에는 철저하게 비타협적으로 저항했다.

‘흑인 대통령’ 오바마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는지 공화당은 인종적으로도 폐쇄성이 너무 강했다. 필자는 지난 8월 31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에서 왜 공화당이 ‘백인 정당’으로 불리는지 실감했다. 전당대회장을 가득 메운 대의원들 대부분이 백인들이었다. 흑인 대의원은 불과 2%밖에 안 된다. 심지어 전당대회 행사 도중 흑인인 여성 촬영기사에게 대의원으로 보이는 공화당원 2명이 땅콩을 던지면서 “우리는 이런 식으로 동물들에 먹이를 준다.”고 비하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쩌면 공화당은 인구학적인 수싸움에서 이미 지는 게임을 한 것인지 모른다. 2010년 기준으로 3억8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의 백인 인구 비중은 72.4%로 줄어들었다. 반면 히스패닉계 인구는 급격히 증가해 미국 인구의 16.0%를 차지한다. 지난 10년간 무려 43%가 증가했다. 아시아계도 4.8%에 달한다. 백인들의 경우 지역에 따라 그리고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정치적 성향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양분되지만,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 사람들은 주로 ‘소수계’로서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짙다. 이번 대선에서 흑인의 93%, 히스패닉의 71%가 오바마를 지지했다.

공화당, 폐쇄성 반성 목소리 강해져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공화당 내부에서도 공화당의 폐쇄성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1992년 이후 치러진 여섯 번의 대선 중 다선 번이나 전국 득표수에서 민주당에 밀린 공화당이다. 특히 공화당 골수 주류세력인 백인들은 기독교적 가치를 중시해 낙태 반대를 고수해 여성표를 대거 오바마에 뺏기는 요인을 제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선 결과가 확정된 11월 7일 “이번 대선은 ‘인구’가 ‘경제’를 누른 선거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공화당 주류세력들은 오히려 정체성이 모호하고 모르몬교도인 롬니를 후보로 내세운 것이 패인이라며 전통 보수의 가치를 더욱 강화하자고 나서고 있다. 공화당은 한동안 노선과 전략 논쟁을 겪을 것이다. 공화당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줄 것인가. 4년 후 유권자들의 심판이 다시 기다리고 있다.

이우탁 /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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