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1월 1일

시사초점 | 이란 핵협상, 1년 2개월 만에 재개…제재 효과? 2011년 1월호

시사초점

이란 핵협상, 1년 2개월 만에 재개…제재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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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한 남성이 지난해 9월 18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12월 19일 이란의 주요 도시들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이란 정부가 수도 테헤란과 다른 대도시의 주요 광장과 주유소에 경찰력을 배치했다. 이날부터 주요 생필품에 대한 새로운 가격제도가 시행되면서다. 이란 정부가 오랫동안 미뤄왔던 보조금 삭감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식량, 연료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실제로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주유소에 몰려들고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페르시아만 반다르-압바스 간 여객선은 유가인상에 항의해 운항을 중지했다.

국제사회 제재, 실질 압박 효과 안겨

이번 조치로 인해 석유가격은 4배, 가스는 5배 이상, 전기료는 거의 3배가 올랐다. 더불어 밀가루와 빵 가격도 크게 올랐다. 보조금 삭감은 유엔과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가 시작된 직후인 2010년 9월에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몇 차례 연기되었다. 정부 내에 그 영향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란에서 보조금은 심각한 재정적 부담이었다. 식료품과 유류에 들어가는 정부 보조금은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700억 달러에서 1천억 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오래 전부터 보조금 삭감 개혁이 공언되어 왔었다. 하지만 유엔과 30여 개국의 서방 국가들이 참여하는 포괄적 그리고 개별적 제재로 인해 이란 정부는 더 이상 이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란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란 내의 불안조성을 목표로 한 듯 미국은 이란이 보조금 삭감을 시행한 이틀 뒤인 12월 21일 대이란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5개 회사, 국영 해운회사, 2개 은행, 1개 화물운송 회사 등을 금융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들 업체들이 이란의 핵 및 미사일 개발 그리고 레바논 무장정파 히즈불라를 지원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 접속이 금지되며 미국 관할 지역에 소재한 이들 업체의 모든 자산이 동결된다.

미 재무부는 또 이란의 파르스 석유가스사(社)를 곧 제재명단에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가 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국영회사라는 점에서 자금조달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이란은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2010년까지는 서방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에 꿋꿋하게 맞서왔던 이란이지만 2011년에는 그 강경자세가 약간은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월 유엔제재안에 러시아와 중국마저 찬성하면서 이란의 기세는 이미 한풀 꺾였다. 보조금 삭감 등의 정책을 긴급히 추진해야 할 정도로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란에 실질적인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부문 투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2011년에는 이란 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제재 대상이 재화나 단순용역 제공뿐만 아니라 석유자원 관련 시설 및 장비 공급에까지 확대되어 제재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부문 투자제재는 장기적으로 물가상승 및 실업률 증가 등 이란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 우라늄농축 중단해야…이란, 협상 대상 아니다

따라서 2011년을 포함해 향후 수년은 이란 정부의 정치적·경제적 판단 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민경제의 악화는 이란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핵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바꾸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실제로 1년 넘게 중단됐던 이란 핵협상이 지난해 12월 6~7일 이틀 간 제네바에서 열렸다. 10월 유럽의 대화 제의에 이란이 순순히 응한 것이다. 이로써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서방세계와 이란 사이의 공식적인 고위급 대화가 2009년 10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재개됐다.

물론 오랜만에 열린 협상에서 큰 결실이 도출되지는 않았다. 2011년 1월 말 터키 이스탄불에서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 외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다며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서방의 입장에 대해 이란은 여전히 자국의 핵 권리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우라늄 농축 중단 문제도 협상 대상에 올릴 계획이 없다고 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순순히 협상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자세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경제 악화의 책임을 서방 세계에 넘김으로써 제재로 인한 위기를 이용해 개혁파를 압박하고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실질 실업률 35%가 넘는 이란이 수년 간 경제제재를 감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엔과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하면 이란의 정정이 불안해 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란은 국내의 정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2011년이 그 고비가 될 것이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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