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리의 스케치北
박계리의 스케치 北 | 분단과 평화에 대한 고민,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1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마지막회 분단과 평화에 대한 고민, 현재진행형이다 박계리 / 미술사학자 날씨는 이미 추웠다. 비록 압록강대교는 중단되어 있었지만 신의주로 향하는 화물차들은 여전히 단둥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줄 서 있었고, 간혹 열차가 출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압록강대교는 그 위용만 자랑할 뿐 무늬만 다리였다. 그러나 신의주와 단둥 사이, 그 경계의 역할을 하는 압록강은
박계리의 스케치 北 | 같은 뿌리, 다른 노래 2017년 1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71 같은 뿌리, 다른 노래 박계리 / 미술사학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역사를 몸으로 쓴다’ 전시가 열렸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배명지는 본 전시가 예술 매체로서의 신체와 몸짓이 우리를 둘러싼 사회, 역사, 문화적 맥락에 어떻게 관심을 드러내 왔는지에 초점을 두고 탄생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총 38명(팀)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몸짓이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생략된 죽음 속에서 애도의 의미를 다시 묻다 2017년 10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70 생략된 죽음 속에서 애도의 의미를 다시 묻다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 해상에 낙하되었고,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동해를 날았다. 서사를 상실한 긴장감이 점차 높아가는 TV 속 현실은 어느 틈엔가 영화 속에도 존재하는 리얼리티조차 없는 게임 속의 현실로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만약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전쟁의 소용돌이 기억에서 멀어진 남자 2017년 9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9 전쟁의 소용돌이 기억에서 멀어진 남자 비가 억수같이 내리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개었다. 가을이 오는 향기가 느껴지는 뜨거운 날 아르코 미술관에 들러 <두 도시의 이야기 : 기억의 서사적 아카이브>(오선영 기획) 전시를 봤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라는 두 도시의 근현대사 전개의 유사함, 그 우연성과 필연성을 드러내어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전쟁의 땅에서 전쟁의 삶을 찍다 2017년 8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8 전쟁의 땅에서 전쟁의 삶을 찍다 사비나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미술가 이부록의 작품 앞에는 젊은이들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에 1,500명 정도나 관람한다고 하는데 대단한 열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술관 내에도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실내에 머그샷(Mug Shot)을 찍을 수 있는
박계리의 스케치 北 | 네덜란드에서 만난 윗동네 포스터 2017년 7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7 네덜란드에서 만난 윗동네 포스터 지난 6월 16~17일 네덜란드의 레이덴 대학교에서 “포스터를 통해 본 북한(The DPRK Through Its Posters)”이라는 주제로 국제 워크숍이 개최됐다. 이틀에 걸쳐 열한 명의 발표자와 세 명의 토론자가 함께 했던 뜨거운 시간이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이스라엘, 한국 등 7개 국가의 대학교와 박물관에서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진실은 생활 주변에 있다” 2017년 6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6 “진실은 생활 주변에 있다” 지난 5월 갤러리 현대에서는 월남 화가 박고석의 전시가 열렸다. 그는 1917년 평양에서 독립운동가인 박종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은 평안남도 대동군 하리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 중에 독립선언 연설과 만세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복역한 바 있고, 이후 평양 YMCA를 창립하는 등 청년운동에 앞장섰던 것으로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잘린 허리로 혼자 일어설 수 없다 2017년 5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5 잘린 허리로 혼자 일어설 수 없다 미술가 김봉준 선생을 찾아갔던 날에 비가 내렸다. 선생의 작품들은 ‘신화미술관’이라고 이름 붙여진 전시실 안에 놓여 있었는데, 이곳에 들어가기 전 바깥마당에는 작품 <누운 소>가 놓여 있었다. 작품 속 소는 허리가 잘려 있었지만 눈빛은 살아있었다. 체념의 눈빛이 아니었다. 혼자는 일어설 수 없으니 손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기 위해 2017년 4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4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주최의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 프로젝트를 통해 문헌사 중심으로 미술사를 연구하던 화가 김학수(1919~2009)를 만난 적이 있다. 필자가 기억하는 그는 모더니즘 시대를 온몸으로 역행하는 예술인이었다. 당대보다 한 발 앞선 미래의 시각언어에 집중함으로써 보다 새로운 언어로 그려내야 할 것을 요구받던 시대의 한 가운데서 오히려 과거의
박계리의 스케치 北 | 혼자 추는 왈츠는 왈츠인가? 2017년 3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3 혼자 추는 왈츠는 왈츠인가?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준호 작가는 “예술은 우리 삶에 던지는 질문이다.”라고 답한다. 예술과 삶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우리 삶, 그 평범한 일상의 리얼리티를 탐구해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진지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지만 그의 작품에는 블랙 유머와 같은 위트가 공존한다. 그만의 매력이다. 오늘은
박계리의 스케치 北 | 대결과 폭력, 상처의 나이테를 어루만지다 2017년 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2 대결과 폭력, 상처의 나이테를 어루만지다 작가 임민욱은 근대화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숨겨진 것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침묵 속에 존재하는 요소들에 주목하고 이들을 다시 역사 위로 들춰내는 작업들을 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가 근대기 우리에게 닥친 분단을 통한 장소의 상실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은 자연스럽다. 장소의 상실. 잘려진 허리. 없어진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중남미 가이아나, 매스게임에 매료되다 2017년 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61 중남미 가이아나, 매스게임에 매료되다 대학로에 있는 아르코 미술관은 <군중과 개인>(고원석, 권성연 기획)이라는 타이틀로 가이아나 매스게임 아카이브 전시를 한 바 있다. 아리랑 공연으로 익히 알려진 북한의 매스게임이 1980년대 중남미의 작은 나라 가이아나에 수출되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전시장에는 1980~1990년대 가이아나에서 개최되었던 매스게임 관련 안무도식 스케치북, 카드섹션 회화도안, 컬러·흑백 기록사진,
박계리의 스케치北 | 경계를 넘어온 여성들 상처로 그려 넣은 산수화 한 폭 2016년 1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60 경계를 넘어온 여성들 상처로 그려 넣은 산수화 한 폭 <려행>을 봤다.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임흥순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안양시가 3년마다 개최하는 국내 유일 공공예술트리엔날레인 APAP에 출품되어 주말에 상영되고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북한에 살다가 남한으로 건너온 여성들이었다. 이 여성들이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일본에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시간의 씨날줄에 둘린 벙커 그 역설적 아름다움 2016년 1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59 시간의 씨날줄에 둘린 벙커 그 역설적 아름다움 최원준의 <빛의 분수>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생활 속 가까이에 있는 군사시설물을 대상으로 한 영상 작업이다. 여의도 한가운데에 있는 지하 벙커나 나지막한 뒷산 언덕 위의 벙커처럼 예측하지 못한 곳, 그러나 일상 속 깊숙한 곳에 존재하고 있는 벙커와 비트, 방호벽이
박계리의 스케치 北 | 백두대간이 품은 바위에서 분단을 보다 2016년 10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58 백두대간이 품은 바위에서 분단을 보다 일본 교토에 있는 오타니(大谷) 대학교에서는 2016년 9월 20일부터 30일까지 뉴질랜드인 사진작가 로저 세퍼드(Roger Shephered)를 초정하여 <Just Korea – 코리아의 산은 이어지다> 전시를 열고 있다. 현재 전남 구례 지리산 근처에 살고 있다는 로저 세퍼드가 한반도의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2007년부터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영화 같은 현실인가, 현실 같은 영화인가 2016년 9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영화 같은 현실인가, 현실 같은 영화인가 정연두의 작품 <태극기 휘날리며>는 2개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격렬한 전투 장면만 있었다면 전쟁의 참혹함을 공감하고 있었을 테지만, 바로 옆의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우리의 정서적 공감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사진을 보는 객관적 거리를 다시 갖게 된다. 옆의 사진에서 보이는 영화 세트장의 모습을
박계리의 스케치 北 | 오형근 <군인>, 우리들의 자화상 2016년 8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56 오형근 <군인>, 우리들의 자화상 오형근의 사진에 담긴 문제 의식은 한국 사회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의 <군인> 연작은 의무로 모인 집단의 구성원인 군인을 통해 분단의 현실과 역사적 트라우마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 트라우마는 특정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아니라 특정한 역사를 공유하는 집단이
박계리의 스케치北 | 철조망의 시간은 찰나(刹那)다! 2016년 7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55 철조망의 시간은 찰나(刹那)다! 미술가 김아타가 찍은 풍경사진이다. 고즈넉한 풍경이 낭만적이고 목가적이다. 그런데 불쑥 “철조망을 발견하였나요?”라고 물으면, 그 때서야 다시 화면을 올려다보고 “아… DMZ 풍경인가?”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진의 화면은 철조망이 먼저 눈에 띄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철조망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감상자는 이 사진을 여느 풍경화와
박계리의 스케치北 | P, 북한 계정 리트윗 하다 법정에 서다 2016년 6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54 P, 북한 계정 리트윗 하다 법정에 서다 남북 간의 긴장이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분단’ 문제에 대해 다양한 예술적 상상력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은 여전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작업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20세기에 작업했던 작가들은 분단의 문제를 한민족 통일의 당위성과 엮어 낸
박계리의 스케치北 | 강요배, 상처 한 가운데서 미래를 묻다 2016년 5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53 강요배, 상처 한 가운데서 미래를 묻다 강요배의 <한라산자락 사람들>은 통일의 염원을 담은 풍경화다.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한라산자락에 모인 사람들은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자신들의 소원을 말하고 있다. 1948년 5월 10일 남한만의 단독 선거를 거부하며, 한라산자락에 끊임없이 모여들고 있는 사람들의 행렬을 통해 분단이 아닌 통일된 한반도를 꿈꾸는 사람들의 바람을
박계리의 스케치北 | 꽃에 싸인 전사 2016년 4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52 꽃에 싸인 전사 화면에 꽃들이 만발해 있다. 너무 화려해서 우리의 시선이 끌려들어가 화면 안에서 울려나오는 새소리에 신경이 머물 때 쯤, 새 소리가 멈추고 바스락, 바스락 움직임이 느껴진다. 화려한 꽃들의 움직임에 예민해질 때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꽃으로 뒤덮인 총을 들고 적군에게 들킬까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박계리의 스케치北 | 변월룡,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말하다 2016년 3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51 변월룡,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말하다 변월룡의 <‘해방’을 그리기 위한 습작 : 달리는 여인>(1958), <분노하는 인민>(1961)은 심리극을 보는 것 같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관계가 감정으로 전달되는 작품이다. 화가의 붓질과 선택한 색채 및 광선으로 이렇게 많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니…. 그의 작품 앞에 서면 한참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박계리의 스케치북 | 개성공단 초상화 <평화램프> 2016년 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 北 50 개성공단 초상화 <평화램프> 개성의 공기는 평양과 달랐다. 평양은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도시였다. 북한 사회가 재건되기 위해 평양이라는 도시의 복구는 필수적이었고, 이에 따라 사회주의 미학을 담은 계획도시가 설계되었다. 평양이라는 도시에 처음 갔을 때 거대한 기념비 미술의 거리가 사회주의 땅에 왔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지만 빌딩과 아파트에 둘러싸인
박계리의 스케치북 | 함께 만든 성당, 함께 하는 참회와 속죄 2016년 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49 함께 만든 성당, 함께 하는 참회와 속죄 파주에 있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가 보았다. 왜 성당 이름이 ‘참회와 속죄’일까? 성당 바로 옆에는 ‘민족화해센터’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 이유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이 성당의 내부 조형물들은 남한과 북한의 미술가들이 만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성당의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박계리의 스케치北 | 북한산을 오르며 낯선 삶의 독백을 담다 2015년 1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48 북한산을 오르며 낯선 삶의 독백을 담다 <북한산>은 미술가 임흥순이 북한에서 온 가수 김복주를 찍은 작품이다. 그녀가 한국에서 무대 위에 올라 노래할 때와 같은 밝은 색 한복을 입고 북한산을 오르며 독백하듯 이야기하는 뒷모습을 카메라를 멘 임흥순이 따라간다.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여가수를 볼 때 우리가 느끼는 낯선
박계리의 스케치北 | 첨예한 대립 속 ‘약속’의 시간을 되짚다 2015년 1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47 첨예한 대립 속 ‘약속’의 시간을 되짚다 군사적 대치가 첨예하게 이뤄지고 있는 공간에서 ‘약속’이라는 주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고 있는 작가가 있다. 김진주는 비무장지대를 접한 지역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에서 휴대전화 보관소 사물함을 이용하는 대중들과 함께 ‘약속’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퍼포먼스를 추진했다. 작품 <약속한 시간의 흐름(동송)>은
박계리의 스케치北 | 금지된 땅, 가상현실로 걷다 2015년 10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46 금지된 땅, 가상현실로 걷다 DMZ에 대해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상황은 분단 현실을 드러내는 물리적 공간이 갖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DMZ 국제영화제가 열렸다는 소식을 언론보도로 접한다. ‘리얼 DMZ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미술제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그러나 DMZ에서 여러 행사가 개최된다고 해서 우리에게 DMZ라는 공간이 자유롭게 열리는 것은 아니다. 리얼 DMZ
박계리의 스케치北 | 남북의 피아노, 분단을 넘어 만나는 하모니 2015년 9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45 남북의 피아노, 분단을 넘어 만나는 하모니 오는 9월 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북한프로젝트’ 전시가 열린다. 국내외의 작가뿐만 아니라 북한의 포스터와 유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 중 피아노 음률이 흘러나오는 작품이 있어서 발길을 이끌고 있었다. 전소정의 작품 <먼저 온 미래>였다. 전소정은 영상, 드로잉, 오브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서 연극,
박계리의 스케치北 | 학이 운다, 아름답고 처연하다 2015년 8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44 학이 운다, 아름답고 처연하다 얼마 전 영화 <연평해전>을 봤다.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쟁은 괴물들끼리의 게임이 아니라, 우리 오빠와 내 아들 그리고 심지어 나의 일상이 순식간에 저 싸움의 한 복판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영화 같은 현실이 가슴으로 느껴질 때 다른
박계리의 스케치北 | 한올 한올 꿰고 이으며 만나다 2015년 6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42 한올 한올 … 꿰고 이으며 만나다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작업을 같이 하는 과정, 작업자 사이에선 어떤 공감들이 작용할까? 작가 함경아는 북한의 장인들과 함께 자수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다다를 수 없는 장소를 넘어서는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었고, 이 외에도 ‘바느질의 속삭임’이라는 이름으로 9개의 태피스트리(tapestry,
박계리의 스케치北 | 분단시대, 기록과 망각 사이에서 2015년 5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41 분단시대, 기록과 망각 사이에서 노순택은 <Red House-1 펼쳐들다 : 질서의 이면 (North Korea in North Korea)> 작품 연작을 통해 북한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의 일면을 제시함으로써 그 이면을 포착하고자 한다. 북한이 보여주는 ‘스스로의 모습’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북한의 모습이기도 하다. 북한은 자신이 드러내 보이고 싶은 방식으로만 자신을
박계리의 스케치北 | 누구를 위한 피자? 모두를 위한 삐쟈! 2015년 4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40 누구를 위한 피자? 모두를 위한 삐쟈! 작가 김황은 세계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고립된 국가로 북한을 설정하고, 그러한 북한이 피자를 즐겨먹는 김정일을 위해 2008년 평양에 최초로 피자점이 문을 열게 되었다는 전제에서 <모두를 위한 삐쟈> 프로젝트를 시도한 바 있다. ‘문화교류 봉쇄’에 가까운 정책을 펴고 있는 북한 사회가 고위층을 위해서는 피자
박계리의 스케치北 | 탈북작가 선무, 경계선 위에서 북한을 묻다 2015년 3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39 탈북작가 선무, 경계선 위에서 북한을 묻다 선무라는 작가의 이름은 ‘선이 없다’, 즉 경계가 없다는 뜻으로 화가가 작명한 가명이다. 예상했겠지만, 선무는 탈북화가다. 30년 넘게 북한에서 살다가 2001년 북한을 탈출, 2002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에서 사범대학 미술교육을 전공하다 탈출한 선무는 남쪽에 정착하여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대학원 과정까지 졸업했다. 선무의 첫 전시가 2008년
박계리의 스케치北 | 아프리카 곳곳 북한 기념비미술 흔적 찾기 2015년 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38 아프리카 곳곳 북한 기념비미술 흔적 찾기 프로젝트 ‘Mansudae Master Class’는 최원준 작가가 북한의 건축과 미술의 발자취를 따라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다니며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현지 아프리카인들을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들이 경험한 북한에 대해 인터뷰하고, 현재 북한의 기념비미술이 아프리카 사회, 문화에 끼친 영향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박계리의 스케치北 | 300개의 비석, 워터마크를 찾아라 2015년 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37 300 개의 비석 워터마크를 찾아라 두 대의 버스가 출발하자, 씨네 라디오가 시작되었다. “Take on me” 팝송으로 시작하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으로 여정의 성격을 암시하는 인사말이 이어졌다. 우리 차의 DJ는 미술가 임민욱 선생님이, 뒷 차의 DJ는 사회학자 한성훈 교수님. 각 차의
박계리의 스케치北 | 김일성을 그린 여자, 정온녀 2014년 1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36 | 김일성을 그린 여자, 정온녀 “정온녀는 오직 창작에만 몰두하면서 자기의 개인 생활에 관심을 돌리지 못하였다. 물론 자기 일신상 문제에 대하여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자신도 마음의 동요가 있었으나 뜻대로 되지 못했다. 한 때 짐을 꾸려가지고 행여나 하여 한상익을 찾아 원산으로 갔었으나 한상익 자체도 여성보다 그림을 더 사랑했던지라 사이좋게
박계리의 스케치北 | 조규봉, 피 끓는 모성의 절절함 빚다 2014년 1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35 | 조규봉, 피 끓는 모성의 절절함 빚다 분단 이전 우리 미술계에서 조각가의 숫자는 회화 장르에 비해 상당히 빈약하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전통시대 서화만을 예술로 인정하고 조각가들을 ‘장인’, ‘쟁이’로 여겼던 산물일 수도 있고, 당대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이 그러하였으니 평양화단은 더욱 녹록하지
박계리의 스케치北 | 끝나지 않는 전쟁을 추모하다 2014년 10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 끝나지 않는 전쟁을 추모하다 지난 학기 학교에서 학생들과 국장 의례와 미술문화에 대해 수업을 진행했다. 마침 그 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면서, 수업 시간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집에 가서 TV를 켜도 죽음, 학교 수업 시간에도 죽음을 다루는 사이 마음은 점점 우울해졌다. ‘죽음 앞에서 미술이라는 문화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박계리의 스케치북 | ‘조선적인 사회주의 미술’이란? 2014년 9월호
박계리의 스케치북 33 | ‘조선적인 사회주의 미술’이란? 문학수는 평양의 부유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강점기 일본의 가와바다미술학교와 문화학원에서 유화를 배웠고, ‘자유미술가협회전’과 ‘신미술협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던 미술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전위미술가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한국적인 모더니즘회화를 만들어내고자 하였던 그의 고민은 일제강점기 그의 작품들에 드러나 있다. 당시 자유미술가협회의 일원이었던 일본 화가 로타니
박계리의 스케치北 | 북한 풍경화 조국 자연의 숭고함 그려야 2014년 8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32 | 북한 풍경화 조국 자연의 숭고함 그려야 여름이다. 역설적이게도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우린 그늘의 고마움을 더 절실히 느낀다. 자연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계절. 산으로 바다로 향하게 되는 계절. 여름이다.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은 그 시원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고자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박계리의 스케치北 | 삽화가 출신 월북작가 정현웅 출판미술에 획을 긋다 2014년 7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31 | 삽화가 출신 월북작가 정현웅 출판미술에 획을 긋다 낭만적인 감성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정현웅의 비판적 현실주의에서 혁명적 낙관성으로 변모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월북했던 화가들 중 이후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미술가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일면이다. 티없이 맑은 아이들의 순수한 일상이 동화책 한 컷처럼 다가오는 작품이다. 1963년에 만들어졌으니, 벌써 50년의 나이를
박계리의 스케치北 | 쪽무이 그림을 아시나요? 2014년 6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30 | 쪽무이 그림을 아시나요? 북한의 미술은 인민들을 교양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작된다. 이 목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야외에 기념비조각들로 대표되는 기념비미술을 설치하곤 한다. 건물 안에서 전시되고 있는 미술작품보다, 인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에 놓인 작품들이 더 많은 시선을 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의 공간 속에 미술작품을
박계리의 스케치北 | 우표로 들여다 본 북한 속살은? 2014년 5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9 | 우표로 들여다 본 북한 속살은? 북한은 1946년 우표를 발행한 이후 지속적으로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발행할 뿐만 아니라 우표에 담기는 그림이나 사진 또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표를 통해 북한 사회와 문화의 변화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국가주도로 생산되고 있는 북한 우표는,
박계리의 스케치北 | 임사준, 고려청자에 시대감성 불어넣다 2014년 4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8 | 임사준, 고려청자에 시대감성 불어넣다 북한주민들도 김홍도의 작품을 안다. 박물관에 가면 우리처럼 신윤복의 그림들을 본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쉽게 잊고 사는 일상의 한 면이다. 그들도 청자의 묘한 색채에 감탄하고 백자의 단아한 백색의 미에 경의를 표한다. 남과 북은 같은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 전통이라는 것은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박계리의 스케치北 | 하모니카 부는 북한군, 왜 어색할까? 2014년 3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7 | 하모니카 부는 북한군, 왜 어색할까? 두 군인이 총을 놓고 쉬고 있는 그림이다. 하모니카로 울려퍼지는 음악은 뭘까? 모자를 푹 눌러쓴 옆 청년의 하얗게 머금은 미소가 우리를 궁금케 한다. 화면은 크게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으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어두운 부분이 침울하지 않으며 밝은 부분도 따스한 햇살의 온기로
박계리의 스케치北 | 거친 눈보라 뚫고 올라선 저 남자를 보라! 2014년 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6 | 거친 눈보라 뚫고 올라선 저 남자를 보라! 발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 아파트 단지 안을 조심조심 걷는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얼어붙었다. 간신히 들어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책을 뒤적이다 보니 마침 우연일의 작품이 우연히 눈에 꽂힌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작품 〈난관을 뚫고〉는 무너진 철탑의 일부를
박계리의 스케치北 | 로정희, 실을 튕겨 진달래를 피우다 2014년 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25 | 로정희, 실을 튕겨 진달래를 피우다 수예작품이다. 화사한 개나리 꽃잎의 아름다움이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다. 개나리의 꽃말 ‘희망’처럼 이 그림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고단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새해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금 희망을 꿈꾸길 바란다. 화면 안의 노란색 개나리꽃은 진달래꽃의 붉은 기운으로 더욱 선명하게 노란색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박계리의 스케치北 | 한상익, 강렬한 색채로 옮긴 삼천리 금수강산 2013년 1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4 | 한상익, 강렬한 색채로 옮긴 삼천리 금수강산 살아 꿈틀거리는 화면이다. 생명의 기운이 줄기 끝까지, 작은 꽃잎의 꽃술까지 뻗어 있다. 실은 시들기 직전까지 꽃잎의 작은 이파리, 가느다란 줄기 하나에도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는데, 그 당연한 진리가 화면으로 살아나자 무척 낯설다. 경이롭다. 한 눈에 황홀하다가 계속 들여다보니 그 기운에 섬뜩해진다.
박계리의 스케치北 | 몰골법으로 재탄생한 수령영생미술 2013년 1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3 | 몰골법으로 재탄생한 수령영생미술 한반도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정론의 길을 걸어온 월간 <통일한국>의 창간 30주년을 축하드린다. 분단의 문제가 장기화될수록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긴 호흡 속에서 쉬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나가게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어려운 일인지 체감하게 된다. 지난 30년의 발자욱이 만들어낸 역사의 무게만큼 월간 <통일한국> 미래의
박계리의 스케치北 | 치밀한 묘사와 대범한 생략의 공존 2013년 10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2 | <박연폭포> 치밀한 묘사와 대범한 생략의 공존 개성공단 재가동 소식이 반갑다. 이산가족 행사와 관련해 시끄러운 요즘, 관광지에 가면 심심찮게 보였던 미술작품 판매소들이 생각난다. 금강산관광을 갔다가 미술품 판매소에서 자신의 작품을 팔고 있던 화가들을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북한의 최고 미술대학인 평양미술대학교 출신이라고 밝히는 화가들을 필자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쳐다보자
박계리의 스케치北 | 조선호랑이 기상을 한 올 한 올 꿰다, 수예가 이원인 2013년 8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0 | 조선호랑이 기상을 한 올 한 올 꿰다, 수예가 이원인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한창일 때 관광지에는 미술 작품을 파는 가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장르 중에 하나가 수예였다. 사실적인 표현의 정교함에 즉각적으로 감탄을 하게 되고 분명 뒤가 비쳐서 보이는 천인 것 같은데
박계리의 스케치北 | 김성희, 갈대꽃 흔들림에 분단의 상처 담다 2013년 7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19 | 김성희, 갈대꽃 흔들림에 분단의 상처 담다 화가 김성희는 1989년 공훈예술가, 1999년에는 인민예술가 칭호를 수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 김일성상을 수여받은 성공한 화가다. 그녀가 1983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광주의 원한>은 현재 조선미술박물관에 국보로 지정되어 소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1995년 제작한 <총련일군에게 주체의 혈통을 심어 주시는 위대한 어버이> 또한 국가미술전람회에
박계리의 스케치北 | 정창모, 북한 미술계 서정적 표현의 대가 2013년 5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17 | 정창모, 북한 미술계 서정적 표현의 대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문화교류의 문이 열리면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분야가 미술교류였던 것 같다. 당시는 우리 사회에서 미술붐이 일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자신의 집에도 보기 좋은 미술 작품을 하나쯤 구입해서 걸어놓고 싶은데, 비싼 가격 때문에 차마 구매할
박계리의 스케치北 | 백두 혈통 우상화의 신호탄 2013년 5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18 | 백두 혈통 우상화의 신호탄 <무산지구 전투 승리기념탑> 무산지구 전투는 김일성이 1939년 5월 22일부터 23일까지 함경북도 무산군(지금의 양강도 대홍단군)에서 일본군과 벌였다는 전투를 말한다. 이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북한은 1971년 5월 이곳에 높이 35m의 탑과 김일성의 사진을 새긴 부조 등으로 이뤄진 무산지구 전투 승리기념탑을 건립했었다. 그런데 2000년에 김정일이
박계리의 스케치北 | 계급착취 투영된 농민생활 조명 2013년 4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16 | <딸> 계급착취 투영된 농민생활 조명 작품 <딸>은 한참을 들여다보게 하는 그림이다. 화면 오른쪽에 허름한 이불을 끌어올려 덮고 있는 병색이 완연한 아들의 눈빛, 화면 중앙의 분노를 가슴에 품는 저 어머니의 눈빛, 화면 왼쪽 마름의 눈빛들이 화면 속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복잡한 심리적 움직임이 화면을 바라보는 우리까지 긴장하게 한다.
박계리의 스케치北 |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 전선을 향해 2013년 3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15 |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 전선을 향해 <고성인민들의 전선원호> 북한 정부수립 초기 미술 분야에서도 자신들의 체제에 맞는 미술 작품을 창작해내기 위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진행되었다.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월북 미술가들은 매우 주요한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실현하기 위한 꿈의 땅이라고 믿고 향했던 이들 월북 작가들의
박계리의 스케치北 | 선군시대 상징이 된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의 216봉우리> 2013년 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14 | 선군시대 상징이 된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의 216봉우리> 백두산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필자 머릿속엔 ‘화산’, ‘폭발’, ‘재앙’ 등의 단어가 있다. 그러나 ‘백두산’과 ‘폭발’이라는 단어가 연관된 것은 최근 일련의 기사 속에서 급부상된 일이며, 백두산 관광이 가능했던 2000년대 초에는 ‘백두산’을 보면 ‘관광’이 떠올랐고, 1980년대에는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구호와
박계리의 스케치北 | 빼어난 경치 속 웅장한 조형 삼지연대기념비 2013년 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13 | 빼어난 경치 속 웅장한 조형 삼지연대기념비 기념비미술의 조형적 특징은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과 함께 많은 조각상과 탑, 사적비들이 결합되는 광범위한 구성에 있다. 이러한 조형적 특징 때문에 북한미술계에서는 기념비미술을 제작하는 미술가들에게 기념비미술의 형상적 특성인 형식의 웅장성과 선명성을 잘 드러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 웅장성이란, 단순히 작품의 크기와
박계리의 스케치北 | ‘태양’이 된 부자(父子), 권위 벗고 친근함 입다 2012년 1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태양’이 된 부자(父子), 권위 벗고 친근함 입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새로 제작한 이른바 ‘태양상’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지도자의 이미지를 그린 작품들은 다양하지만, 공식 초상화는 사람들의 몸에 부착하고 다니고,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집안에도 액자를 걸어놓아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이미지라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이미지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박계리의 스케치北 | 보천보전투 승리기념탑 혁명의 세찬 전진 율동적으로 형상 2012년 1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보천보전투 승리기념탑 혁명의 세찬 전진 율동적으로 형상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는 <보천보전투 승리 기념탑>의 특징을 살펴보자. 기념탑의 형식적 특징은 탑 전체를 휘날리는 붉은 기로 형상화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기념비 미술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형식으로, 그만큼 붉은 깃발이 장중하고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배려함으로써 이 깃발이 탑의 형상을 장악하는 효과를 가지게 하였다. 기념탑의
박계리의 스케치北 | 우치선, 고려청자 다시 현실로! 2012년 9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우치선, 고려청자 다시 현실로! 벌써 꽤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김포공항에서 평양공항으로 직접 이동하는 특별비행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짧은 여행 중 만수대창작사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들을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 놓았다는 전시장에 들렀다. 만수대창작사에는 3천여 명이 일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는 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의 칭호를 받은
박계리의 스케치北 | 김성민, 조선화로 입체적 사실감 구현 2012년 8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김성민, 조선화로 입체적 사실감 구현 인민예술가 김성민은 1994년 김일성 국상 때 영결식장에 놓인 김일성 영정 <만민의 태양상>을 제작한 화가다. 조선시대 임금님의 얼굴을 그리는 어진 제작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특별히 선별된 최고의 화원 화가만 그릴 수 있었던 것처럼, 현재 북한에서도 최고권력자의 영정은 아무나 그릴 수 없다.
박계리의 스케치北 | 김정숙, 선군(先軍)의 어머니로 이미지화 2012년 7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김정숙, 선군(先軍)의 어머니로 이미지화 북한미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선전선동의 역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미술은 조형적 언어로 현실을 사상 미학적으로 파악하며 조형 형상을 통하여 인민들의 미학 정서적 교양에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김일성의 부인, 김정일의 어머니였던 김정숙을 그린 작품들을 통해 북한미술의 이러한 역할이 어떻게
박계리의 스케치北 | 남강 여인, 억센 손에 장총 부여잡고 전진 2012년 6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남강 여인, 억센 손에 장총 부여잡고 전진 <남강마을의 여성들>은 화가 김의관이 1966년 제작한 조선화다. 총과 볏짚을 진 여성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좌우를 살피며, 소를 몰고 강을 건너고 있는 장면이다. 화면은 중심에 총을 쥔 여성에 감상자의 시선이 집중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만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입체감이
박계리의 스케치北| 노동자 화가 박문협…쇳물에 녹여낸 북한 리얼리즘 2012년 5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노동자 화가 박문협…쇳물에 녹여낸 북한 리얼리즘 북한은 인민들이 당의 배려에 따라 풍부한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북한의 노동자, 농민, 군인, 청년학생 등 대중은 자기의 취미와 능력에 따라 선택한 문예소조에 들어가서 문학예술 활동을 향유하도록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군중문화노선은 대중이 수동적으로 문화를 향수하는 활동에서 나아가 스스로 예술을
박계리의 스케치北 | “<보천보의 횃불>, 김일성 우상화 신호탄” 2012년 4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보천보의 횃불>, 김일성 우상화 신호탄” <보천보의 횃불>은 북한 미술계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지금 이 작품을 보는 독자들은 화면 오른쪽에 한 손을 높이 들고 서 있는 사람에게 먼저 시선이 갈 것이다. 누구일까? 이 사람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보천보 전투에 대한 지식이 있든 없든, 가장 먼저
박계리의 스케치北 | “풀 나무 꽃에 스민 조선의 기백, 빠짐없이 그려보련다” 2012년 3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3 “풀 나무 꽃에 스민 조선의 기백, 빠짐없이 그려보련다” 박계리/ 이화여대박물관 학예연구원
박계리의 스케치北 | “풀 나무 꽃에 스민 조선의기백, 빠짐없이 그려보련다” 2012년 3월호
박계리의 스케치북 3 “풀 나무 꽃에 스민 조선의기백, 빠짐없이 그려보련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평양미술대학 교수로 있던 김용준의 미학이 북한 미술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때 부각된 작가가 리석호(1904~1971)이다. 그의 작품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듯, 2011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경매에 출품되어 외국 화랑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기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북한에서
박계리의 스케치北 | “사실주의 기법, 왜 서구에서 찾아!” 2012년 2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2 사실주의 기법、 왜 서구에서 찾아 조선화가 김용준 <수향산방(樹鄕山房)>은 김용준이 자신의 친구이자 후배인 화가 김환기(1913~1974)와 그의 부인을 그린 작품이다. 1944년 김용준은 자신이 10년 동안 살던 집을 후배인 화가 김환기 부부에게 넘겼다. 사진으로 풍경을 찍은 것처럼 구도를 잡는 서구 르네상스 그림들에서 흔히 보이는 선원근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위에서 아래로
박계리의 스케치北 1 | 똑. 똑. 북한미술 노크 2012년 1월호
박계리의 스케치北 1| 똑. 똑. 북한미술 노크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김정은의 등장으로 주식이 폭락하고, 매스컴에선 연일 관련 기사들을 내보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들의 일상에 북한이라는 존재가 그리 깊게 들어온 적이 있었을까.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현대미술을 이야기하면서 관찰해보면 포스트모던과 다문화성, 세계화의 정치적 함의와 지역색을 논할 때 학생들은 우리의 미술계가 뉴욕의 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