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의 눈
윗동네 리얼스토리 | 내 이름은 오봉녀 2018년 12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94 내 이름은 오봉녀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2007년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A씨. 그녀는 지금도 남한 어디선가 살고 있을 어머니의 가족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도 엄마의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의 가족은 아마도 한국전쟁 때 모두 저 세상에 간 것 같다고 했다. 탈북하기
윗동네 리얼스토리 | 막장에서 돌아온 남편, 살아남았다 2018년 11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93 막장에서 돌아온 남편 살아남았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북한 정권은 무속을 부인하며 무속인들의 활동을 제압한다. 그런데 인간 삶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생각도 못할 신비한 일들이 일어나며 그것을 예측하고 풀어내는 사람도 있다. 신통방통이란 말도 그래서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함경북도 명천군 칠보산리에 그렇게 명석한 예언을 하는 노파가 있었다. 사실 이
윗동네 리얼스토리 | 황금송이 2018년 10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92 황금송이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8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의 한 달은 북한에서 ‘황금’을 줍는 시기다.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당국에서 당 자금 마련, 즉 외화벌이 일환으로 주민을 버섯 채취에 동원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쌀과 밀가루를 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고 집에서 제조한 농주가 아니라 ‘넥타이’를 맨(상표 달린)
윗동네 리얼스토리 | 정말 더웠다 2018년 9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91 정말 더웠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올 삼복에 터진 폭염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에어컨 없이는 한순간도 버틸 수 없을 폭염 속에서 문득 북한 땅이 생각났다.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남한은 에어컨이라는 적극적인 조력자가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에어컨이란 말도 모른다. ‘평양공화국’이 아닌 ‘지방공화국’ 사람들을 염두에
윗동네 리얼스토리 | 돈만 된다면… 2018년 8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90 돈만 된다면…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개혁·개방은 썩 오래전부터 북한주민들 속에서 화제로 떠올라 서로 마주 앉으면 구구절절 논의되던 문제다. 한때 북한보다 못 살았던 이웃나라 중국인들이 개혁·개방을 한 덕에 먹을 것이 풀려 어려움을 벗고 나타난 그때부터였다. 그것이 아마 1978년 말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후 4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도
윗동네 리얼스토리 | 금(金) 숨겨라, 뚝딱! 2018년 7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89 금(金) 숨겨라, 뚝딱!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얼마 전에 만난 탈북자 A의 이야기를 아래에 그대로 적는다. “그때가 아마 김일성 탄신일 70돌을 맞는 해였죠. 정주년 탄신일을 맞아 70t의 사금을 수령께 선물한다는 당 중앙의 방침에 따라 사금 채취 전투가 전국적인 범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내가 복무하던 군부대도 예외일 수 없었죠. 함경남도
윗동네 리얼스토리 | 모래사장 페트병 2018년 6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88 모래사장 페트병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북쪽 서해 황해남도 장산곶지구에서 군 복무를 하는 군인들은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만 되면 바다기슭에 옹기종기 모여 밀려오는 바다를 예리하게 주시한다고 한다. 혹시 남쪽에서 침투하는 간첩이나 월북자를 잡기 위해 그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 지난해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군인 A는 왜
윗동네 리얼스토리 | 그 시절 옥수수는 금(金)이었다 2018년 5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87 그 시절 옥수수는 금(金)이었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1980~1990년대 북한에서 상류급 생활을 했다는 한 여성을 만났다. 남편이 비행기 조종사여서 식량공급도 걱정 없이 받아 잘 살았다고 한다. 공급량은 입쌀 80%에 찹쌀 10%, 흰 밀가루 10%씩 하루 식구 1인당 1kg씩 받았고 수입한 흘레브(빵)와 버터도 매일 공급받았다. 초콜릿도 정상 공급됐고 주마다
윗동네 리얼스토리 | 살아봤으니 그 삶을 안다 2018년 4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86 살아봤으니 그 삶을 안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지난 2016년 5월 한국통일문학포럼 소속 작가들과 함께 압록강 유역을 답사하는 기회가 있었다. 탈북한 사람은 나 한 사람이었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강을 낀 도로로 달려 강과 건너편인 북한 내부 상황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생소하고도 아픈 정경을 저마다 카메라에 담기에
윗동네 리얼스토리 | 그렇게 하면 수령이 뭐가 되니? 2018년 3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85 그렇게 하면 수령이 뭐가 되니?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황해북도 사리원에 위치한 미곡벌은 논 면적만 해도 300여 정보(약 300만㎡)가 넘어 산악이 많은 북한치고는 큰 벌방으로 이름이 났다. 땅이 기름져 노동당이 제시한 벼 수확량만 해도 1정보 당 10t 생산으로 전국 농장들의 본보기로 적극 추켜세우는 고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걸핏하면 김일성
윗동네 리얼스토리 |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2018년 2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84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1990년대 말 북한 전역이 ‘고난의 행군’으로 한창 굶주림에 몸살을 앓던 때다. 어느 날 지인들을 불러 한잔 하려고 시장에 나갔다. 돈깨나 주무르는 사람들이라 늘 신세만 진 것에 보답하고 싶어서였다. 시장 초입에서 나는 어떤 사내와 맞닥뜨렸다. 꾀죄죄한 형색만 봐도 꽃제비가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 동계스포츠 정체된 이유는? 2018년 2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62 북한 동계스포츠, 정체된 이유는?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남과 북이 함께하는 평화와 화합의 평창동계올림픽이 실현되고 있다. 감격스럽다. 한반도에서 지리적으로나 기후적으로 동계스포츠에 가장 적합한 양강도에서 온 탈북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기회에 북한의 동계체육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북한에서 동계체육을 장려할 수 있는 지역은 양강도, 함경북도,
윗동네 리얼스토리 | 막장에서 만난 첫사랑, 막장처럼 헤어졌다 2018년 1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83 아내의 과거 막장에서 만난 첫사랑, 막장처럼 헤어졌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누구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은 남다를 것이다. 필자도 그렇다.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독자들을 배려하는 입장에서 용기를 내본다. 군에서 갓 제대한 해 필자는 함경북도 명천탄광 채탄공으로 배치 받았다. 수백 m 지하에 있는 일터는 공기도 희박하고 몹시 더웠다. 채탄장 일은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연수 기간에도 상납은 이어진다 2018년 1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61 연수 기간에도 상납은 이어진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또 다시 새해가 왔다. 새해에는 독자들 모두 건강하기를, 또 북녘의 동포들도 올해에는 제발 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북한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생각난다. 지금쯤 방학이겠는데 여전히 비좁은 경비실에 모여
윗동네 리얼스토리 | 아내의 과거 2017년 12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82 아내의 과거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아버지가 북한 노동당 중앙 간부였고 그 자신도 호위국 군관으로 일하던 차일무(가명) 씨는 지난 2010년 8월 탈북해 한국에 입국했다. 소위 북한 엘리트 출신이 왜 탈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얼핏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나는 사연을 들은 후 격분해 치를 떨었다. 사람의 삶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서로 다른 것보다, 같은 것을 보고 싶었다 2017년 12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마지막회 서로 다른 것보다, 같은 것을 보고 싶었다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지금까지 100회에 걸쳐 ‘남한사회 정착기’ 이야기를 전했다. 그동안 탈북인의 시각으로 남북한 사회를 비교해보며 우리가 이루어야 할 통일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참 많이 생각했다. 오랜 분단으로 인한 남북의 차이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겨울맞이? 자급자족이야! 2017년 12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60 겨울맞이? 자급자족이야!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지난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그렇게 추워보기는 처음이었는데 올겨울은 더한 한파가 올 것이라는 예보에 벌써부터 긴장이 된다. 남한이 이렇게 추우니 북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엄동설한을 견디고 있을 텐데, 추위가 계속될수록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내가 몸담고 있던 학교가 떠올라 걱정이 앞선다.
윗동네 리얼스토리 | 돼지고기를 보면 어머니가 그립다 2017년 11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81 돼지고기를 보면 어머니가 그립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산지 벌써 13년이다. 지나간 시간은 참으로 가슴 뿌듯하다. 크게 한 일도 없고 내세울 일은 더더욱 없지만 상상으로만 그려보던 남쪽 나라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낸 소중한 기간이었다.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오늘은 내가 북한에서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겨울 스포츠 남북이 이렇게 다르다니! 2017년 11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100 겨울 스포츠 남북이 이렇게 다르다니!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평창 동계올림픽이 몇 달 후로 다가왔다. 남과 북에 다 살아봤으나 올림픽은 TV로만 봤지 현장에서 직접 본 적은 없다. 더구나 북한은 하계든 동계든 올림픽 자체를 주최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평창 올림픽은 꼭 경기장에 가서 참맛을 느껴볼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경쟁, 또 경쟁! 북한 교사 진급 이야기 2017년 11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9 경쟁, 또 경쟁! 북한 교사 진급 이야기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많은 독자분들이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나 ‘모란봉 클럽’과 같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당의 유일적 영도 아래의 북한 실상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것이다. 특히 출세의 시작인 노동당원이 되기 위한 북한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에 대해
윗동네 리얼스토리 | 두만강에 선 여인, 눈물 흘리며 웃었다 2017년 10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80 두만강에 선 여인, 눈물 흘리며 웃었다 탈북한 보안원 K씨의 옆집에는 등이 살짝 휜 척추 장애인 여인이 살았다. 갓 태어났을 때 업고 있던 엄마가 포대기 끈이 풀려 아기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척추가 잘못되어 그렇게 됐다고 하는데 인물이 출중했다. ‘고난의 행군’에 접어들며 한 해 사이로 부모가 아사하자 홀로 남게 된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이렇게 빠르다니! 2017년 10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9 이렇게 빠르다니! 남과 북의 격차는 철도를 통해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남한에 온지 10년이 됐지만 지금도 열차를 이용할 때마다 문득문득 그 차이를 느낀다. 그동안 지하철, 경전철로부터 시작해 KTX, 무궁화호, 새마을호, ITX청춘2층열차 등 다 타봤다. 다만 아직까지 자기부상열차를 타보지는 못해 기회가 되면 조만간 꼭 타볼 생각이다. 자기부상열차가 지난해 인천공항철도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한때는 의무실도 있었지…” 2017년 10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8 “한때는 의무실도 있었지…” ‘한국에 오니 뭐가 좋아요?’, ‘북한과 많이 달라요?’ 정착 과정에 이런 질문을 받아보지 않은 탈북민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비슷한 질문을 수없이 받아보았다. 물론 이에 대한 답변은 제각각일 것이다. 북한에서의 직업이나 살던 지역, 개인의 관심사 등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에서 교사 생활을 했기
윗동네 리얼스토리 | “괜찮을 거야 승진했다잖아” 2017년 9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9 “괜찮을 거야 승진했다잖아” 대기업의 건설 부문에서 차장까지 승진했다가 정년퇴직한 탈북자 A씨. 평소 형님·동생으로 가깝게 지냈던 이 사람에게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북한에 있는 아들이 군단 후방보급처 고급장교로 승진했다는 소식이었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며 A씨는 울먹거렸다. 실상을 아는 나도 적잖이 놀랐다. ‘반역’을 선택한 아버지 때문에 연좌제로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이 계절에 이 과일을? 2017년 9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8 이 계절에 이 과일을? 남한에 태어나 줄곧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별일 아니겠지만 북에서 살다온 내게는 사시사철 신선한 과일을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호강스럽다. 한겨울에도 얼리거나 말린 과일이 아니라 나무에서 금방 따낸 것 같은 싱싱한 것을 판다. 국내산 과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입산 바나나,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신세져도 절대 굴복 말라? 2017년 9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7 신세져도 절대 굴복 말라? <KBS> 일일드라마 ‘빛나라 은수’를 보면 신입교사를 고의적으로 고발해 교직에서 파면시키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 학생이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고, 신입교사들이 수업이나 학생지도에 애를 먹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북한 교사들도 교단에 선 첫날부터 아무런 실수 없이
윗동네 리얼스토리 | 옆에서 듣고 있어요! 2017년 8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8 옆에서 듣고 있어요! 지난 달 북한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북·중 접경 지대에 나온 조카 녀석의 전화였다. 첫마디부터 이상했다.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서울살이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오면 안 되냐는 것이었다. 순간 황당해서 “너 지금 무슨 정신으로 그런 말을 하니?”라고 물었는데, 전혀 근거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이거 먹으면 건강해지나요? 2017년 8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7 이거 먹으면 건강해지나요? 남한에 갓 왔을 때는 건강보조식품이 무엇인지 몰랐다. 북에서 건강보조식품이라는 말을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약이면 약이고, 식품이면 식품이지 두 가지가 합쳐진 것은 남한에 와서 처음 들었다. 얼핏 북에서 먹어 봤던 ‘대용식품’이란 이름을 떠올려 봤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대용식품은 대량아사가 발생하던 1990년대 후반에 북한 당국이 아사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A4 용지가 교사 월급 맞먹던 시절 2017년 8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6 A4 용지가 교사 월급 맞먹던 시절 남한 정착 첫 해에 있었던 일이다. 프린터를 처음 구매하고 인쇄용지를 사러 아파트 상가에 있는 문방구로 갔다. 당시까지만 해도 인쇄용지를 어디서 파는지도 몰라 여기저기 물어볼 정도였다. 아무 생각 없이 100매짜리 인쇄용지를 3천 원에 사들고 나오다 갑자기 한 장당 가격이 궁금해 속으로 계산해보았다.
윗동네 리얼스토리 | “김 제곱이 말이야” 2017년 7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7 “김 제곱이 말이야” 북한에서 ‘서답’이라는 말은 함경도 사투리인데 ‘빨래’를 말한다. 빨랫감을 들고 강으로 가면 “너 서답 씻으러 가는구나.”라고 말한다. 항간에서는 똑 부러지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서답 같은 녀석’이라 놀리기도 한다. 말하자면 빨래처럼 깨끗이 씻어 한 물 벗겨내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로 친하거나 허물없는 사이에
북한法 통일LAW | 북한도 부동산 붐? 2017년 7월호
북한法 통일LAW 북한도 부동산 붐? 북한은 지난 2009년 1월 21일 「살림집법」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051호로 처음 채택했다. 이후 현재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수정·보충된 이 법은 총 6장 63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입법 목적을 “살림집의 건설, 이관, 인수 및 등록, 배정, 리용(이용), 관리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인민들에게 안정되고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펜(PEN) 잡은 자들의 운명 2017년 7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6 펜(PEN) 잡은 자들의 운명 북한에 살 때 몰래 남한 소설을 읽은 적 있다. 어떤 경로를 거쳐 내 손에까지 들어왔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중국에서 유입된 것만은 확실하다. 모두 단편 소설이었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이 <이혼 상담소>다. 내용은 이렇다. 한 부부가 이혼 상담소를 개업해 불화를 겪는 부부들의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 청소년 비행 천태만상 2017년 7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5 북한 청소년 비행 천태만상 학생지도 문제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학생들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가정 및 사회적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빚어내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어느 사회에서나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시대와 체제를 막론하고 학생지도 문제는 늘 교육자와 부모의 주된 임무 중 하나였고 사회적 관심사
윗동네 리얼스토리 | 화교(華僑) 수난시대 2017년 6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6 화교(華僑) 수난시대 요즘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면 참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제5차 핵실험에 걸쳐 연일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정권의 행태에 북한 주민들의 반응도 많이 엇갈리는데, 뭘 좀 아는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고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못살아도 힘은 강하구나.’ 하며 엄지를 흔들며 으스대기도 한단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까닭은 초라한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한 맺힌 아이스크림 2017년 6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5 한 맺힌 아이스크림 무더위를 식혀주는 아이스크림, 팥빙수, 코카콜라, 사이다 등은 여름철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식품들이다. 북한에 살 때는 무더운 여름날이면 아이스크림, 사이다, 맥주, 주스, 단물(설탕을 탄 물)을 먹고는 했는데, 그 중에도 유독 아이스크림과 단물, 맥주를 좋아했다. 남한에 막 왔을 때 ‘메로나’, ‘돼지바’, ‘누가바’ 등 다양한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남조선, 알 것 다 아는데…” 2017년 6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4 “남조선, 알 것 다 아는데…” 남과 북은 분단 70여 년의 세월 속에서 서로 다른 체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어느덧 ‘남이 아닌 남’이 되어버린 것 같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을 가슴에 묻은 채 일상에 익숙해질수록 어쩌면 통일이라는 염원은 한낱 허망한 꿈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육현장에서만큼은 통일교육이
윗동네 리얼스토리 | ‘얼음’이 얼려버린 첫사랑 2017년 5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5 ‘얼음’이 얼려버린 첫사랑 지난 2016년 8월에 입국한 젊은 남자 김해(가명) 씨는 척 봐도 인물이 훤한 사람이다. 훤칠한 키에 하관이 좁고 넓은 이마에 이글이글 타는 눈빛을 가졌다. 언변도 좋아 마주 앉아 북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왜 탈북했냐는 물음에 그는 윗옷을 걷어 올리고 배와 가슴을 보여주었다. 깜짝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이 줄인가? 저 줄인가? 2017년 5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4 이 줄인가? 저 줄인가? 직장 내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남한이나 북한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체제가 달라 그 양상과 정도에 차이는 있겠으나 존재감, 경쟁심, 이기심, 편 가르기, 시기와 질투 등으로 힘들어 하는 건 같다. 남한 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 오래전 탈북한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누구는 있어서 냅니까?” 2017년 5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3 “누구는 있어서 냅니까?” 북한의 교단을 떠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20여 년 세월 동안 몸담았던 교단에서의 추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낭랑하던 운동장과 교실, 사랑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속에는 공부를 잘해 늘 칭찬받던 아이, 착하고 옷차림이 단정해 학급의 모범이 되던 아이, 성적은
윗동네 리얼스토리 | 강을 건너라 몸값이 뛸지니! 2017년 4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4 강을 건너라 몸값이 뛸지니! 흔히 자정이 지나면 아침까지 자연만이 숨을 쉰다고 말한다. 그런데 공장도 없고 인적이 드문 심심산천의 북·중 접경지역에서 언제부터인가 자정 무렵이 되면 때 아닌 소란이 벌어진다. 양강도 혜산 지역의 압록강과 함북 무산 쪽 두만강 기슭은 삼경만 지나면 염소 울음소리로 요란스럽기 짝이 없다. 바로 북한 지역에서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꽃 피는 봄이 오면 2017년 4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3 꽃 피는 봄이 오면 남한에는 꽃이 정말 많다. 봄부터 시작해 겨울이 오기까지 언제 어디서든 꽃을 볼 수 있다. 진달래 축제, 벚꽃 축제 등 갖가지 꽃 축제도 줄을 잇는다. 일부러 축제에 가지 않더라도 집밖에만 나서면 사방에 꽃이다. 야외는 야외대로 꽃이 많고 집과 사무실에도 화분에 꽃이 있다. 특이한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가정방문? 제발 오지마세요” 2017년 4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2 “가정방문? 제발 오지마세요” 북한의 전직 교사로서 한국과 북한의 교육시스템을 비교하게 되는데, 의외였던 것은 가정방문이다. 사회주의 교육체제 하의 북한에만 있는 학생교양 방법인줄 알았던 가정방문이 자본주의인 한국에도 있다니 말이다. 남과 북의 ‘가정방문’을 비교해보니 남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좋은교사운동’이 눈에 띄었다. 가정방문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찾고, 학생과 교사가 ‘일대일 결연’을
윗동네 리얼스토리 | “뜨락또르 운전수보다 못하다고?” 2017년 3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3 “뜨락또르 운전수보다 못하다고?” 함경북도 회령에서 왔다는 이 사람의 말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웃자고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 이 사람은 말하는 내내 진중했다. 회령 여자가 신랑감 고르는 기준에 관한 이야기여서 웃을 만한데도 이 사람은 ‘뚝바위’처럼 무뚝뚝하게 말했다. 함경북도에서는 말이 없고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무대예술 스케일은 북한이 클 수밖에 2017년 3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2 무대예술 스케일은 북한이 클 수밖에 남한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탈북민들에게 연극 관람을 시켜준다는 연락이 왔다. 남한 연극이 어떨지 궁금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에 갔다. 안내를 맡은 복지사의 뒤를 따라갔으나 주변에 극장처럼 보이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연극 제목이 적혀있는 광고판만 드문드문 보였다. 극장이라면
윗동네 리얼스토리 | 어머니를 감춰라 2017년 2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2 어머니를 감춰라 2017년 새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이때껏 북한 지도자들에게서 들어볼 수 없었던 말을 늘어놓았다. 그의 난데없는 자아비판에 외신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과 같은 일인독재체제의 특성 상 최고지도자가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부족한 지도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일반 사람들과는 근본부터 다른 우상의 대상으로 인식시켜야 하는데,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북한엔 함흥냉면이 없다 2017년 2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1 북한엔 함흥냉면이 없다 남북한 음식에 대해 말한다면 한식이라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같다. 주식인 밥과 된장, 간장, 김치, 떡, 찌개, 튀김 등을 먹는 것은 동일하지만 지역마다 조리법이나 음식명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분단이 지속된 결과, 같은 음식을 두고도 이름이 달라 착오가 생기거나 완전히 다른 음식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너희들 취미가 뭐니? 2017년 2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0 너희들 취미가 뭐니? 언젠가 다양한 취미활동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바둑에 심취한 아이, 그림 그리기에 푹 빠진 아이, 랩을 사랑하는 꼬마, 춤에 흠뻑 빠진 소녀,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 기타 신동, 태권도장에 다니는 아이 등 각양각색이었다. 이 외에도 외국어 공부를 취미로 하는 아이들이
윗동네 리얼스토리 | 북한식 속도전의 뒷모습 2017년 1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1 북한식 속도전의 뒷모습 지난해 8월 말 두만강 지역을 휩쓴 대홍수에 의해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만 채의 주민가옥이 파괴되었다. 이로부터 약 2달이 지난 11월 16일, 북한 정부는 70여 년 만에 일어난 대홍수 피해를 극복하고 새로 지은 아담한 집에 지역 주민들이 입주해 지원된 물자로 걱정 없이 살게 되었다고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남한 병원, 처음에 의심 많이 했다 2017년 1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0 남한 병원, 처음에 의심 많이 했다 남북한 병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상치료와 무상치료다. 남한에선 병원 문턱만 넘어서면 돈을 내야 하지만 북한은 진료비, 약값 등 일체의 비용이 없다. 지금 북한 병원에 뇌물이 성행하고 장마당에서 약을 구입하는 현상은 경제난으로 생긴 일탈이지 원래 제도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남한이 자본주의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방학? 교사는 해당 없음! 2017년 1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9 방학? 교사는 해당 없음!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밝아왔다. 한국 땅에 첫 발을 내디딘 게 엊그제 같은데 어김없이 찾아오는 1월이다.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엔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품고 목표를 설정하며 저마다 야무진 결의에 차있을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1월이면 모두가 ‘올해는 제발
윗동네 리얼스토리 | 칼바람 속 운전사 2016년 12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70 칼바람 속 운전사 어느새 추운 겨울철이 성큼 다가왔다. 북한엔 한 번 눈이 내리면 그대로 쌓여 다음해 4월이 될 때까지 녹지 않는데 눈이 펑펑 내릴 때는 기온이 마치 봄날처럼 푸근하다가도 일단 멎는 순간부터 쌩쌩 칼바람이 불어친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아우성치는 바람에 ‘싸구재’란 이름을 붙여 ‘싸구재 바람’이라고 부르기도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노느라 낚고, 먹느라 낚고 2016년 12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9 노느라 낚고, 먹느라 낚고 나는 낚시질로 온종일 시간 보내는 사람을 보면 얼핏 두 가지 생각을 한다. 하나는 “저 사람은 돈도 있고 시간도 많은 사람인가보다.”이고, 다른 하나는 “도박이나 주색잡기에 빠진 사람에게 낚시질을 시키면 다 끊는다던데…”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만 낚시터에 주구장창 앉아 지내는 사람을 보면 시간이 부족한
윗동네 리얼스토리 | 수해인가, 인재인가 2016년 11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69 수해인가, 인재인가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태풍으로 인한 홍수가 함경북도 일대를 단 번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필자도 유년시절을 함경북도 새별군(현재 경원군) 용포리에서 보냈는데 1968년 여름 100년에 한 번 정도 온다는 대홍수가 범람해 가산을 잃고 대성통곡하는 주민들을 본 적이 있다. 두만강이 불어올라 일어나는 이런 대홍수가 어떻게 범람하는지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음주운전 천태만상 2016년 11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8 음주운전 천태만상 남한은 일상에서 음주운전에 대해 늘 의식하면서 살아간다. 성인만 되면 거의 다 면허를 취득하고 운전기사가 되는 셈이니 음주운전으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자동차 대수가 적은 북한에선 음주운전이 전업 운전기사에게나 해당되지만 남한은 다르다.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친구와 술 한 잔 나누자고 해도 음주운전이 걱정돼 싱겁게 맨밥만 먹고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판 수학여행? 2016년 11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7 북한판 수학여행? 가을이 무르익어간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문화생활로 이 아름다운 계절을 즐긴다. 그 속엔 우리 아이들이 누리는 졸업여행이나 수학여행도 있다. 이 시기에 북한 학교들에서는 어떤 여행을 계획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탈북민들에게 수학여행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마 거의 대부분이 “수학여행이 뭐죠?”라고 되물을 것이다. 북한에 ‘수학여행’이라는 용어가 없기 때문이다.
윗동네 리얼스토리 | 나선특구 택시기사 멱살잡이 2016년 10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68 나선특구 택시기사 멱살잡이 올 여름 중국 옌볜 훈춘에 갈 기회가 있었다. 한국 입국 전 체류했던 곳이어서 내게는 감회가 새로운 고장이었다. 그때 신세졌던 사람들을 찾아 술이라도 한 잔 하려고 이쪽, 저쪽 돌아가며 택시를 탔는데 택시에서 지인을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 사람은 개인택시 기사였는데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영업도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불쌍한 당나귀 2016년 10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7 불쌍한 당나귀 남한에서 여러 동물원에 가봤다. 동물의 종류와 개체 수가 북한에 비하면 정말 다양하다. 그 많은 동물을 사육하고 관리하자면 품도 많이 들고 사료도 많이 들 텐데 그것만 봐도 경제력을 엿볼 수 있었다. 동물들은 대개 한가로워 보였다. 배고프지 않아 그런지 까불지도 않고 관람객들을 별로 경계하는 것 같지도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의 민족 최대 명절, 학교 분위기? 2016년 10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6 북한의 민족 최대 명절, 학교 분위기? 남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면 설날과 추석을 떠올린다. TV에서 방영되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과 명절 대목을 노리고 개봉한 극장가의 영화들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명절 하나에 온 나라가 이렇게 분주한 모습을 보면 북한에서의 명절이 떠오른다. 북한은 워낙 거주와 이동의 자유가 없다
윗동네 리얼스토리 | 합법적인 밀수? 2016년 9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합법적인 밀수? 현재 북·중 간 밀수 현황에 관해 최근 입국한 A씨를 만나 물었다. 물론 필자도 북한 전 지역에서 공공연히 성행하는 밀수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다. 밀수는 국경지역에 사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북한은 밀수거래 없이 살아남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도 법이 있는 나라인데 주민들이 밀수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해장국을 팔아? 2016년 9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해장국을 팔아? 북한에 살 때 해장국이라는 메뉴가 있는 식당에 가본 기억이 없다. 남한에 와서 처음 식당에서 해장국을 파는 것을 봤다. 친구 집에서 술을 마시고 다음날 점심 때 일어났는데 친구가 해장국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해장국이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근처에 해장국 잘하는 식당이 있다는 것이다. ‘해장국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도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 드라마? 재미가 있어야 보죠” 2016년 9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북한 드라마? 재미가 있어야 보죠” 전 세계에 무섭게 몰아치는 한류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한류의 시공간적 영역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류열풍’이란 말을 처음 듣고 무슨 말인지 몰라 하던 때가 떠오른다. 용어는 몰랐지만 나의 탈북도 한류열풍의 영향을 받았다. 어쩌다 재밌는 한국 드라마 DVD를 빌려오면
윗동네 리얼스토리 | 물고기가 사라진다 2016년 8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66 물고기가 사라진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7월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해 북한이 중국에 어업 조업권을 판매해 올해 3천만 달러(약 35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보고했다는 보도를 들은 사람치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7차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까지 열고 새로운 김정은 시대 출범을 알린 북한이 행하는 시책이라서 그 놀라움은 한층 더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흠뻑 젖어도 신났다! 2016년 8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5 흠뻑 젖어도 신났다! 여름 풍경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물과 관계된 것들이다. 분수, 폭포, 워터파크, 해수욕장, 강과 호수, 모두 좋다. 그 중에도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분수에 옷이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저리 좋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난다. 북한에서 어렸을 때 분수를 몹시 좋아했다. 누군가가 땅 밑에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윗동네 여름 이리 헐떡, 저리 헐떡 2016년 8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4 윗동네 여름 이리 헐떡, 저리 헐떡 북한 강원도 원산시 부두에서 지난 6월 21일 여자 아이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내리며 놀고 있다 . 남한에 정착한 이후로 올해처럼 더위가 일찍 찾아온 해도 처음인 것 같다. 찌는 듯한 햇볕에 가정과 기관의 에어컨들이 벌써부터 가동을 시작했고, 주말이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윗동네 리얼스토리 | 담배의 품격? 2016년 7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65 담배의 품격? 금연 열풍으로 인해서인지 요즘 대한민국의 흡연 실태를 얼핏 살펴보면 돈 있고 사회적 역량이 있는 사람일수록 거의 금연을 한 것 같다. 하기야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들에서는 직원들이 금연을 안 하면 퇴사까지 시킨다고 하니 감히 어찌 금연을 도외시 할까. 대체로 보면 서민층에서 아직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물어물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저게 예뻐? 2016년 7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4 저게 예뻐? 요즘 우리 동네 헬스클럽은 겨울에 비해 훨씬 사람이 많다. 여름철에 얇은 옷을 입기 때문에 몸매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아내도 헬스클럽에 나가기 시작했다. 살이 찐다고 아우성인데 나이가 들면 뱃살이 생기기 마련이지 별걸 다 고민한다고 말해줘도 막무가내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도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이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12년제 의무교육 전환, 왜 그리 서둘렀을까? 2016년 7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4 12년제 의무교육 전환, 왜 그리 서둘렀을까? 올해부터 북한은 정식으로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최고인민회의는 종전 11년제 의무교육을 12년제로 개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학교교육은 유치원 높은반 1년, 소학교 5년, 중학교 6년(초급 3년, 고급 3년)의 의무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1972년부터 실시되어 온 11년제 의무교육을
윗동네 리얼스토리 | 망챙이 2016년 6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64 망챙이 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가 끝난 일주일 후 나는 북·중 접경에 나온 조카와 전화 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당 대회도 있었고 해서 북한 내부 군중 동향이 궁금했던 차에 이루어진 조카와의 통화가 내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대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당 대회 끝난 분위기 어때?” “말도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더울 새가 없다 2016년 6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3 더울 새가 없다 북에 있을 때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싫었다. 겨울이면 여름이 빨리 왔으면 했지만 정작 여름이 되면 더위에 지쳐 겨울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그나마 내가 살던 고장은 백두산이 가깝고 해발 750m의 고지대다. 모르는 사람은 고지대의 여름이 무턱대고 서늘한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보고싶어도 함부로 볼 수 없는 책? 2016년 6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2 보고 싶어도 함부로 볼 수 없는 책? 남이든 북이든 사실 교내 도서관 혹은 독서실 사용빈도는 그리 높지 않은 곳 중 하나일 것이다. 남한에서는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에 다니느라, 북한에서는 학급별 집체학습과 시도 때도 없이 강요되는 과외 노동으로 사용하는 날보다 비어있는 날이 많을 것 같다. 솔직히 도서관을
윗동네 리얼스토리 | 북한의 한류 진원지? 2016년 5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63 북한의 한류 진원지? 이 이야기는 요즘 북한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에 대한 이야기다. 언젠가도 한류에 대한 토막이야기를 이 코너에서 했지만 오늘 또 들고 나왔다. 왜냐면 조금 충격적이랄까, 아니면 놀랍다거나 독특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들려주어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얼마 전 북한에 있는 조카와 전화 통화에서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축제, 만발하다 2016년 5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2 축제, 만발하다 남한에는 축제가 정말 많다. 나는 원래 축제라고 하면 어떤 사회정치적인 의미를 띤 굉장한 행사로만 알고 있었다. 그만큼 축제라는 것이 자주 열리는 행사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남한에 살다보니 축제가 거의 일상이라고 할 만큼 많았다. 정작 사회정치적인 의미를 띤 축제는 보지 못했다. 물론 그런 것이 있기는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현행당정책’ 무슨 과목이야? 2016년 5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1 ‘현행당정책’ 무슨 과목이야? 전 세계 어디에도 북한 같은 유일독재국가는 없다. 사상과 이념의 목적도 수령에 대한 충성이고, 체제 존립도 수령의 결사옹위에 달렸으며, 사회생활과 윤리·도덕적 측면에서 전 인민이 수령을 따라 배워야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나라이기 때문에 우상화, 신격화는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은 탁아소
윗동네 리얼스토리 | 1대당 1,200분! 초과하면? 2016년 4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62 1대당 1,200분! 초과하면? 최근 함경북도 보위부 후방보급 운전기사를 하다가 2016년 1월에 한국에 입국해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을 나온 김 씨를 만났다. 북에서 휴대폰을 가져봤냐는 질문에 김 씨는 휴대폰은 이제 북한 주민의 생계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수단이 됐다며 사용해 본 경험은 물론 휴대폰 기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집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디저트가 뭐지? 2016년 4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1 디저트가 뭐지? 남한에 와서 처음에는 디저트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외래어인데다 북한에서 전혀 써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디저트가 식사 후에 먹는 후식이었다. 남한에선 그것이 평범한 일상이고 습관처럼 되어 있었다. 밥을 먹고 나면 자연스레 커피를 타거나 과일을 깎는다. 배불리 먹었으면 됐지 또 군것질을 하는 것이 낯설었다.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돈이 곧 실력이고 충실성이다 2016년 4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40 돈이 곧 실력이고 충실성이다 노동당이 말하는 ‘당과 수령에 대한 무한한 충실성’은 한마디로 순도 100%짜리 충실성이다. 굳이 해석해도 수령의 사상을 기초로 한 강한 정신력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전제로 한 순결한 마음이다. 그런데 이 충실성에 불순물이 끼면서 순도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다. 충실성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것도 노동당이고 그
윗동네 리얼스토리 | 배달 왔어요! 2016년 3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61 배달 왔어요! 밤 열시 쯤 신주 모시 듯 하는 박 씨 집 전화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박 씨는 아랫목에 옷도 벗지 못한 채 누워 곤한 잠에 빠져 들다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점심 때부터 저녁 늦게까지 음식주문 전화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박 씨다. 빨리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처음으로 날아 오르던 날 2016년 3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80 처음으로 날아 오르던 날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본 것은 태국 방콕공항에서였다. 압록강을 건너며 시작된 남한행의 마지막 고비였다. 경계심 어린 낯빛으로 방콕공항에 들어섰을 때 불야성을 이룬 공항의 야경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게이트가 뭔지 탑승구가 뭔지도 몰랐고 무작정 안내자가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따라가다 보니 비행기 안이었다. 내가 보아온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겨울 묵은 때 벗겨내는 봄철 교실꾸리기 2016년 3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9 겨울 묵은 때 벗겨내는 봄철 교실꾸리기 세상만물이 소생한다는 춘삼월이다. 봄바람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산과 들이 기지개를 하며 하나둘 봄의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자연이 연주하는 봄의 교향악에 맞춰 거리와 마을, 사람들 모두 기쁨에 겨워, 행복에 들떠 치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이 봄이 북한이라고 다를 바 없다. 북한의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밥솥 이야기 2016년 2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9 밥솥 이야기 나는 한 번 얻은 물건을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어려서 할머니 손에 크면서 배운 결과다. 할머니는 무엇이나 건사해두면 다 쓸 곳이 있다고 궤짝에 넣어두는 분이셨다. 남한에 와 생활한 지 꽤 되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래서 우리 집 베란다는 복잡하다. 며칠 전에도 오래된 밥솥 하나를
윗동네 리얼스토리 | 수남시장 짝다리 2016년 2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60 수남시장 짝다리 최근 북한 장마당 모습이 매우 이채롭다고 한다. 지나온 세월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구역에 위치한 수남시장만 봐도 그렇다고 하는데 수남시장이 생겨난 지도 벌써 20년이 넘는다. 100여 만 인구가 먹고 살 기본적인 물물거래가 이루어지는 거대시장으로 발돋움하기까지 시장의 구석구석 별의별 희귀한 흔적들이 마치 나무연륜처럼 또렷하게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 연애 풍속도 대담해졌다 … 한국 드라마 영향? 2016년 2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8 북한 연애 풍속도 대담해졌다 … 한국 드라마 영향? 북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청춘들의 연애와 사랑도 ‘혁명적으로, 시대정신에 맞게’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정말로 그럴까?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현실적으로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완전한 허구로 선전선동에 불과하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정치사상성을 강조하는 사회라 해도 뜨겁고도 뜨거운 청춘남녀들의 연애와 사랑에 당과 수령,
윗동네 리얼스토리 | 미라 공화국 2016년 1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59 미라 공화국 북한의 전 주석 김일성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994년 7월 8일. 평양에 ‘비공개 외국대표단’이 들어왔다. 김일성 시신보존 문제로 모스크바에서 평양으로 급파된 러시아 비공개 대표단이었다. 러시아 외무성 국장급 1명과 러시아 생물구조연구센터 연구원들로 구성된 비공개 대표단은 평양과 평성 사이에 위치한 정부초대소인 철봉초대소로 숙소가 배정되었지만 이들은 순안국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물이 물 같지 않던 시절 2016년 1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8 물이 물 같지 않던 시절 일상생활에서 남한이 북한보다 좋은 점을 말하자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물 걱정이 없는 것이 제일 좋다. 물 걱정을 못해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를 것이다. 아마 남한의 젊은 세대는 물 걱정이라고 하면 느낌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더운물과 찬물이 사시사철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군사활동초보’ ‘심리와 논리’ 이걸 배워서 뭐해? 2016년 1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7 ‘군사활동초보’ ‘심리와 논리’ “이걸 배워서 뭐해?” 2004년 북한은 중학교 5~6학년 과정에 일부 학과목을 신설했다. 바로 군사학, 논리학, 심리학이다. 지금의 학제로 보면 고급중학교 2~3학년에서 취급하는 과목들이다. 그러던 것을 김정은 정권이 등장하며 군사학을 ‘군사활동초보’, 심리학과 논리학을 ‘심리와 논리’로 학과목을 변경하고 통합했다. 하지만 이름이 바뀌었다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학과목을 신설할
윗동네 리얼스토리 | 사령관 뜯어먹기 2015년 12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58 사령관 뜯어먹기 인민군 호위국 출신인 김 씨와 마주 앉아 술 한 잔 기울이는데 식당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 북한 이을설 원수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당년 94세 1921년생,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뉴스에 나는 ‘살만큼 살았네’ 하는데 김 씨가 옆에서 ‘저 사람, 괜찮은 영감이었는데…’ 한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01년 여름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크리스마스가 뭐야? 2015년 12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7 크리스마스가 뭐야? 남한에선 세 살 난 애도 다 아는 크리스마스란 말을 북한에서 중학생 시절에 처음 들었다. 당시 20부로 된 탐정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이 성황리에 상영되고 있었다. 6·25전쟁 때 남한에서 활약한 북한 탐정 조직을 그린 내용이었는데 거기서 ‘크리스마스’, ‘성탄절’, ‘부활절’과 같은 기독교 용어가 등장했다. 무슨 뜻인지도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신나는 겨울방학! 어떻게 보낼까? 2015년 12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6 신나는 겨울방학! 어떻게 보낼까? 북한 학생들의 겨울방학은 보통 한 달이다. 소학교는 12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이고, 초급중학교는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고급중학교는 1월 한 달이다. 그러나 대부분 중학교들이 연말의 명절 분위기로 12월 27일 정도면 방학에 들어간다. 겨울방학이면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방학숙제가 주어진다. 방학숙제는 과목별로 제시되는데 혁명, 수학, 외국어, 물리, 화학
윗동네 리얼스토리 | 대동강 식인물고기 사건 2015년 11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57 대동강 식인물고기 사건 10여 년 전 평양을 거쳐 서해로 흘러드는 대동강 하류에서 익사나 생활고로 죽은 시신들이 자주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발견되어 건져낸 시신을 본 사람치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살점이 무참하게 뜯겨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이 훼손된 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세월이 하도 변해 이젠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불이야! 그 다음엔? 2015년 11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6 불이야! 그 다음엔? 남북한은 화재발생 시 대응수준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세계적으로 몇 번째쯤 되는지 모르겠지만 남한의 화재대응 시스템은 대단한 것 같다. 소방관들의 신속한 대응도 감탄할 정도다. 곳곳에 소방서들이 잘 배치되어 있고 소방차들도 항시 대기상태다. 119 신고체계도 잘 되어 있고 감시장비들도 많다. 지하철이나 건물 등 모든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판 마이스터고 ‘기능공학교’ 2015년 11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5 북한판 마이스터고 ‘기능공학교’ 최근 고등학교 과정부터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마이스터고’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특정 분야의 인재를 위한 뚜렷한 목적 때문인지 일반 고등교육 후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마이스터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어느 정도 감이 잡혀갔다.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개는 개 2015년 10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5 개는 개 애완견을 안고 “아이고, 내 새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습다. 애완견이란 이름이 순화되어 그렇지 개는 개일 뿐인데 그걸 내 새끼라니. 그럼 주인이 개를 낳았나? 애완견에게 사람처럼 이름을 지어주고 어루만지고 입까지 맞추는 걸 보면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애완견을 키워보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부터 가졌던
윗동네 리얼스토리 | 바람 부는 대로 돛 다는 ‘터널 인생’이란… 2015년 10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56 바람 부는 대로 돛 다는 ‘터널 인생’이란… 평양 지하철은 두 개의 노선으로 이루어졌다. 수십 개의 역으로 이루어진 노선 상 전동차가 논스톱으로 통과하는 역이 광명역이다. 광명역 지상은 바로 주석궁이 있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평양 지하철은 100m 정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전동차를 탈 수 있게 만들었다. 전쟁 시 공중폭격으로부터 평양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인기 만점! 살아있는 체험학습, 야영 2015년 10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4 인기 만점! 살아있는 체험학습, 야영 요즘에는 캠핑이 유행인 것 같다. 방송 곳곳에서 캠핑족을 소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북한 학교에서는 야영을 한다. 북한 교육위원회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산지식으로 다지고 몸을 튼튼히 단련하는 데에 있다.’고 야영생활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야영생활을 통해 어려서부터 조직과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돈이 뭐길래! 2015년 9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4 돈이 뭐길래! 최근 롯데가의 분쟁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글로벌 대기업 총수의 가문쯤 되면 뭐가 부족해 저럴까. 한발씩 물러서면 밥 굶게 될까봐 걱정인가. 참 보기 딱하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는 말이 그래서 있나 보다. 저런 모습들 때문에 부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부정적이다. 물론 당사자들이야 나름대로 소신을
윗동네 리얼스토리 | 함흥 서점주인 과거사 2015년 9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55 함흥 서점주인 과거사 3년 전 어느 여름날 함흥시 성천구역 장마당 귀퉁이에 난데없이 책방 하나가 생겼다. 주인은 예쁘장하게 생긴 30대 중반쯤 되는 여자였는데 얼굴에는 늘 방실방실 웃음이 피어있었다. 유독 한 사람, 어떤 남자만 들어오면 웃던 얼굴이 단박 파래지며 여주인은 이내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남자는 이런 걸음이 처음이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학연·지연·혈연, 절대 용납할 수 없어 2015년 9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3 학연·지연·혈연,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언젠가 어느 마을을 지나며 ‘○○○님의 장남 ☆☆군의 ◇◇대 입학을 축하합니다. -△△초등학교 56기 동창회 일동-’이라고 적혀있는 플래카드를 보았다. 동창회 이름으로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아직도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부러웠다. 그럴수록 너무나 경직된
윗동네 리얼스토리 | 30년 만에 되찾은 사랑 2015년 8월호
윗동네 리얼스토리 54 30년 만에 되찾은 사랑 1960년대 중반 평양엔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았다. 베트남은 국부로 불리는 호치민의 ‘새베트남건설’ 전략으로 당시 전쟁 중이였음에도 많은 유학생들을 외국에 보냈다고 한다. 평양에도 300여 명의 유학생들을 파견했다. 다른 나라 유학생과 달리 같은 사회주의 나라라는 의미에서인지 당시 북한은 베트남 유학생들을 극진히 대우했고 보살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기상예보? 거기도 여기도… 2015년 8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73 기상예보? 거기도 여기도… 기상예보에 대해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처벌받지 않는 거짓말’이다. 기상예보가 틀렸다고 관련자가 경질됐다는 소식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예보가 틀렸으면 그냥 그러려니 여긴다. 예보가 딱 들어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더 많다. 좀 양보해 봐준다면 비슷하게 맞았으면 맞는 것으로 친다. 그래도 북에 비하면 남쪽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줄맞춰 노래하며 학교로, 그땐 그랬지… 2015년 8월호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32 줄맞춰 노래하며 학교로, 그땐 그랬지… 내가 자라던 시기, 정확히 1980년대 중반까지 북한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붉은 스카프를 매고 목청껏 노래 부르며 대열을 지어 등교해야만 했다. 당시에는 아침마다 학급별로 지정된 집합장소에 모여 갔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등교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지각생을 의미했다. 학교에 들어갈 시간이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