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2년 5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부동산, 뒷동산 아니다” 2012년 5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부동산, 뒷동산 아니다”

북한에는 부동산이란 용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아는 경우에도 사회주의 경제학 범위에서 알지 자본주의 사회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남한에 새로 입국하는 탈북인들의 경우, 중국에서 상당 기간 체류한 사람들이면 몰라도 북에서 직행한 사람들은 대개 알지 못한다. ‘부동산’이라면 ‘뒷동산’이나 ‘꽃동산’과 어감이 비슷해서 그저 그런 유형의 용어가 아닐까 지레 짐작한다. 필자는 북에서 부동산이라는 개념에 대해 약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남한에 와서 생활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2년 만에 2배로 올라? 슬그머니 욕심 생겨

이제 나도 부동산에 대한 욕심이 슬그머니 생기기 시작한다. 여건만 된다면 투자하고 싶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자칫하면 실패하기 쉬운 도박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북에서 책으로 배웠던 부동산 개념과 차이가 있다. 부동산은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재산으로, 그 가치가 거의 불변이고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것이 아니면 절대 소멸되지 않는 안전재산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부동산은 엄청난 이득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소멸될 수도 있는 것이다. 땅이 그대로 있고 집이나 건물이 눈앞에 살아 있다 해도 거기에 투자한 재산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부동산 하면 투기라는 말이 먼저 생각날 정도가 됐다.

부동산을 둘러싼 사기행위도 그치지 않는다. 또 부동산 문제로 정치인들이 각종 의혹에 시달리는 것을 보며 부동산은 사람을 부유하게 만들 수도 있고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부동산 같은 것에 처음부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유혹은 끈질기다. 주변에서 같은 탈북인 동료가 아파트나 땅을 샀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또 마음이 흔들린다. 누구는 분당 지역에 아파트를 샀는데 2년도 안 돼 집값이 거의 배로 올랐다고 자랑하고 또 누군가는 강원도 평창 지역에 싸게 사놓은 땅값이 동계올림픽이 확정되어 값이 몇 배로 뛰어올랐다고 한다.

파주에서도 그런 소식이 왔다. 부산에 있는 친구에게 오래간만에 갔더니 땅을 샀다고 자랑했다. 남한 출신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들 중에는 시집 자랑을 할 때 남자의 부동산을 제일 큰 자랑거리로 말하는 이들도 있다.

통일 후 북한지역, 투기대상 전락해선 안 돼

그래선지 길을 가다가도 부동산 광고가 보이면 스스로도 모르게 걸음을 멈춘다. 신문을 보다가도 부동산 광고를 살펴본다. 투자금과 이득을 타산해본다. 그러나 늘 편견이 앞선다. 혹시 사기는 아닐까? ‘부동산은 곧 사기’라는 인식이 어느 순간부터 머리에 자리 잡힌 것이다. 지금 같아선 로또에 당첨된다 해도 부동산 투자가 제일 두려울 것 같다.

부동산 거래가 돈을 많이 번다며 공인중개사 공부를 권고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란 것을 알고는 포기하고 말았다. 부동산 시장에 얼마나 사기가 많고 편법, 불법이 많으면 그렇게 자격시험을 어렵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시장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지만 막상 뛰어들자면 제일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 그쪽이다. 필자는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커졌다. 국내에서도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느니 지어놓은 아파트에 입주자가 없어 유령아파트가 되었다느니, 전세가 폭등하고 분양가가 떨어져 아우성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다 좋은데 부동산 시장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집을 가진 사람은 집값이 올라야 좋아하고 집 없는 사람은 내려야 좋아하니 나라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부동산이 시장인 관계로 ‘용산사태’ 같은 것이 일어나고 정치권이 충돌하고 민심이 소란해진다. 도심을 차지한 사유지들 때문에 도시개발도 마음대로 못한다.

부동산 시장이 존재하는 한 이는 피할 수 없는 난점이다. 시장은 시장논리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해결 방도는 부동산 시장 폐기가 확실하겠지만 그것은 폭력이 불가피한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고는 못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 투기 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땅을 돈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삽으로 파는 곳”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통일이 되는 경우 북한지역도 부동산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남한의 부동산 시장이 그대로 옮겨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토지 시장은 없어야 한다. 국유지로 되어 있는 북한지역은 통일한국의 기회다. 땅 값이 ‘0’이다. 통일한국 국토의 절반이 넘는 땅값이 영원히 ‘0’이면 세계 부동산 시장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안전지대가 될 것이다. 통일이 되기 바쁘게 북한지역 개발에 필요하다며 돈 때문에 그 땅을 이리저리 갈라 파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명학/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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