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취재수첩 | 남북 군사 대립 심화…리처드슨 방북, 완충 역할 2011년 1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남북 군사 대립 심화…리처드슨 방북, 완충 역할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충돌의 위험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서북 5도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군은 지난해 12월 20일 연평도에서 해상포사격훈련을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 시작된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벌컨포 사격을 끝으로 4시 4분께 완전 종료됐다.
K-9 자주포와 105㎜ 견인포, 81㎜ 박격포 등은 연평도 서남방 가로 40㎞, 세로 20㎞의 해상사격구역에 탄착됐으며, 벌컨포는 사거리가 1.8㎞에 불과해 해상구역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 항공기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동원됐다.
우리 사격 훈련에 앞서 북한군은 12월 17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북측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남쪽에 보내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연평도에서 계획하고 있는 해상사격을 즉각 중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연평도 포사격을 강행할 경우 공화국(북한) 영해를 고수하기 위해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대응은 없었다.
남, 대북심리전 재개 … 애기봉 등탑 점등
훈련이 끝난 뒤 북한은 ‘최고사령부 보도’에서 “우리 혁명 무력은 앞에서 얻어맞고 뒤에서 분풀이하는 식의 비열한 군사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어진 우리 군의 심리전 재개도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해병대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성탄절을 맞아 12월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의 애기봉에서 등탑 점등식 행사를 개최했다. 성탄 트리 모양의 30m 높이 등탑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 네 가지 색 LED(발광다이오드) 전구 10만개를 달았다.
애기봉 정상에 세워진 등탑의 불빛은 북한 개성시내에서도 육안으로 보일 정도이기에 2004년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여러 선전수단 가운데) 애기봉 철탑이 우리 쪽을 가장 자극한다.”며 강하게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이 재개된 셈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점등식 하루 전인 12월 20일 “대형 전광판에 의한 심리모략전이 새로운 무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이라고 밝혔지만 별다른 위협행동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점등식 행사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해 해병대원 80여 명과 구급차, 소방차, 대북감시용 레이더 등을 배치해야만 했다.
이처럼 남북 간의 군사적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주지사의 방북은 그나마 완충제로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만하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평양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리용호 외무성 부상, 박림수 국방위원회 정책국장 등을 만났고,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에 동의했다.
북, 미국과의 대화에 올인?
또 1만2천개의 미사용 연료봉의 판매를 협의하는 것과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분쟁지역 감시를 위한) 군사위원회와 남북 간 군사핫라인 구축에 대해 고려하는 것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미국 측에 대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끈 만큼 이제는 미국과의 대화에 올인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2월 18일 담화에서 악화되는 한반도 정세의 책임을 미국에게 떠넘기면서 “조선반도에 초래되는 모든 극단사태와 그 후과(결과)에 대해 미국과 계산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2월 23일 “미국 오바마 정권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언급한 ‘2차, 3차의 대응타격’을 피하려면 포탄 탄착점을 계산하는 식의 일시적 방편이 아니라 대화재개의 외교적 타협점부터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대미대화 촉구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대남위협은 계속 이어져 갔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12월 23일 “우리 혁명무력은 필요한 임의의 시각에 핵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성전을 개시할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면서 “미제와 추종세력들이 전면전쟁에 불을 단다면 우리 혁명무력은 침략자들과 그 본거지를 소탕해 전쟁의 근원을 없애고 조국통일의 위업을 성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춘의 이 같은 발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19주년(12월 24일)을 기념해 이날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의 보고를 통해 나왔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7월 동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핵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성전’을 언급했고, 8월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비난하면서 똑같은 발언을 했다.
당분간 이처럼 남북 간의 ‘말 대 말’ 또는 ‘행동 대 행동’의 대립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오는 1월 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안정을 위한 어떤 합의가 나올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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