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1년 4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정부, 북한 취약계층 겨냥 인도지원 추진 2011년 4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정부, 북한 취약계층 겨냥 인도지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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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지난 3월 1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재신 차관보와 차례로 면담을 한 후 가진 약식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식량지원 문제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신 차관보 ⓒ연합뉴스

꽁꽁 얼어붙어 있었던 남북관계가 조금씩 해빙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우선 남북 양측은 백두산 화산문제 논의를 위한 민간 전문가간 협의를 3월 29일 우리 측 지역인 경기도 문산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최했다.

북측은 지난 3월 17일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을 추진시켜 나가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통지문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민간 전문가 협의를 수정 제의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해 협의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해 열렸던 남북 간 군사실무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남북 간 접촉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물론 이 접촉이 당국 간 회담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남북 양측이 ‘백두산 화산’이라는 비정치적 소재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남북, 비정치적 소재로 대화 시작

남북 간 갈등을 야기했던 남하 북한주민의 송환문제도 정리가 됐다. 북측 조선적십자회는 지난 3월 15일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보낸 전통문을 보내 “억류된 주민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심정을 고려해 해상을 통해 27명을 우선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이는 북측이 그동안 남측의 귀순공작 의혹을 제기하며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포함한 31명 전원송환을 요구하던 데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정부는 해상을 통한 북한 주민 27명의 송환 의사를 전달했고,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선박의 수리가 마무리 되면 송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북한의 화해 제스처는 이어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구두친서를 전달했고, 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추모화환을 현대아산 개성사업소에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정주영 선생은 민족화해와 협력의 길을 개척하고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통일 성업을 위해 참으로 큰일을 했다.”며 “그의 명복을 기원하고 아울러 현대 일가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북식량지원 문제도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 실사단이 북한 식량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면, 미국의 지원 움직임과는 별도로 식량과 의약품을 포함한 대북 인도주의 지원 여부를 본격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그러나 정치적 의미를 갖는 과거의 대규모 지원 방식은 불가하며 구체적인 지원품목과 방식을 놓고는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역할분담’을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 대북 전단살포지 조준격파 사격 경고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오마바 행정부가 국제기구 실사단 조사결과를 토대로 대북 식량지원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내부 검토절차가 상당기간 소요되는 미국보다 우리 정부의 지원이 선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지원품목과 관련해 북한의 취약계층을 겨냥해 옥수수와 콩 등을 중심으로 수만t의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과 더불어 민간단체의 대북지원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재개 시기는 3월 26일 천안함 폭침 1주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고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인 만큼 쌀이나 옥수수는 지원 허용품목에서 제외되고 주로 분유, 두유, 영양죽, 항생제를 비롯한 의약품 등이 허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훈풍 속에서 여전히 불안한 요소는 남아있다. 북한은 지난 3월 23일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계획을 비난하면서 조준격파 사격을 거듭 경고했다.

북한군 전선서부지구사령관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우리 군대는 괴뢰들의 광란적인 심리모략행위에 대처해 전선서부는 물론 전반적인 전선에서 반공화국심리전 본거지에 대한 항시적인 직접 조준격파 사격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임의의 시각에 실전행동에로 진입하게 돼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27일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은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심리전 행위가 계속되면 자위권 수호를 위해 임진각 등 심리전 발원지에 대한 조준격파 사격을 단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는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남북관계가 개선될 싹을 틔우기 시작했지만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한반도의 미래는 관계를 호전시키려는 남북 당국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악감정을 자제하고 손을 내밀며 한걸음씩 나가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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