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북한에도 군가산점 제도가 있는가? 2011년 6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24
북한에도 군가산점 제도가 있는가?
최근 텔레비전에서 군가산점 제도와 관련한 토론을 보았다. 서로가 주장을 굽히지 않는 열 띤 토론은 나름대로 다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제대군인에게 주는 군가산점을 현재의 2%에서 5%로 올리는 문제를 두고 성차별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그렇다면 여자도 다 군대에 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맞서는 등 내가 보기에는 논점을 잘못 선정한 논쟁이었다.
아니 논쟁이 아니라 언쟁이었다. 좀 더 진하게 표현하면 군가산점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 문제, 양성평등 문제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북한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제대군인에 대한 사회적 우대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성차별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북한에서의 군복무와 제대군인 우대 문제는 성차별 문제와 무관하다.
북한에는 군대를 중시하는 사회적 풍조가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있었다.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제창하고 나선 후부터가 아니라 김일성 시대부터 그랬다. 따라서 군복무를 희생으로 여기지 않았다. 북한 헌법에 명시된 공민의 의무 중 가장 중요한 의무인 국방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당연하였고 그 길에선 죽음도 영예였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지만, 내가 청소년기를 보낼 때까지는 가장 싫은 말 중 하나가 “군대 못갈 녀석”이라는 말이었다. 어느 집 엄마가 아기를 낳아도 아들이면 “어이구, 인민군대를 낳았네.”하고 칭찬했고, 아들 낳기를 원했다가 딸을 낳은 집에서는 “그래도 우리 딸은 간호병이에요.” 라는 말로 섭섭함을 감추기도 했다.
군대에 간 형님이 여럿인 동생들은 그 때문에 우쭐했고, 어느 집 아들이 공을 세우고 표창휴가를 오면 온 동네가 칭찬하고 대접했다.
“그래도 우리 딸은 간호병이에요”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군대 가기 싫어할 이유가 없다. 물론 군대에 가면 고생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때를 대비한다며 체력을 단련했다. 군대에 갈 때도 편안한 후방부대에 가는 것을 기피했고 가장 힘든 최전선부대나 특수부대를 선호했다.
그래서 편안한 병종에 가서 복무하고 와도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며 특수부대에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제대군인들끼리도 누군가를 욕할 때면 “군대 때 돼지나 키우다 온 주제에 뭐 육전대?”하고 말했다.
아들을 10년 넘게 군대에 보내야 하는 엄마들도 기차역에 나가면 애써 눈물을 참았다. 17살짜리 철부지를 내놓으면서도 자기 심정보다는 아들의 마음이 약해질까 걱정했다.
“영웅이 되어 돌아와라.”, “꼭 당원이 되어라.”고 당부했고, 장교에게는 “우리 애를 사람 만들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여학생들도 군복무를 원했다. 그러나 소수의 인원만 선발해 갔다. 군대에 간 여군은 동창생들의 격려를 받았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북한 당국은 군복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제대군인에 대한 처리도 마음대로 했다. 최고사령관의 명령으로 탄광, 광산에 집단배치해도 반항할 수 없었다. 총잡은 군인은 최고사령관의 마지막 명령에 복종해야 할 뿐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물론 제대 후에 10년 군복무 대가가 이것인가 라는 불만은 가득하기 마련이다.
제대군인에 대한 군가산점 제도라는 것은 없다. 북한은 당국은 군사복무는 의무이고 영예일 뿐이라는 논리로 일단 제대군인의 불만을 묵살한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 일을 잘하는 경우, 군대에 가지 못한 사람보다 먼저 평가를 해준다. 결국 승진이 빠르다.
북한은 군대에 가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노동당 입당도 군인들을 많이 시킨다. 군대에 가지 못한 사람은 사회에서 몇 갑절 노력하고도 입당할 기회를 만나기 쉽지 않지만 군 복무기간에는 상대적으로 쉽다. 대학에도 군대에서 추천 받으면 입학시험에서 합격이 쉽다.
겨우 알파벳 정도나 알아도 합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군복무에서 모범적이고 대학에 갈 의지가 높으면 군복무 몇 년 만 하고 대학에 갈 수 있으며 만기복무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결국 군복무에도 차별이 존재한다. 군복무를 마친 여성도 대개 당원이어서 간부가 될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알파벳 정도나 알아도 대학 합격
정리하여 말하면 북한에는 군가산점 제도라는 말은 없어도 군복무자에 대한 평가는 있다. 제대군인 전체에 주는 점수는 없지만 공을 세우거나 모범적이고 일 잘하면 쉽게 출세요, 못하면 탄광 막바지 인생이다. 그리고 그 평가는 제대 후가 아니라 군복무 기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도 내 기억에는 중고등 시절에는 비록 공부를 못했지만, 군복무 기간 4년 만에 공을 세워 당원이 되고 김일성종합대학에 갔으며, 30세의 젊은 나이에 지방당 인사권까지 행사하던 동창생이 떠오른다. 반면 그 즈음 13년 간의 특수부대를 제대하고 돌아와 앞날을 걱정하던 판이한 처지의 동창생도 생각난다.
끝으로 남한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안보와 관련된 군가산점 제도, 혹은 군필자우대 문제를 양성평등 문제와 연결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여성의 80%도 군가산점 제도에 긍정적이라는데, 굳이 페미니스트와 마주 앉아 말씨름할 필요가 있겠는가.
도명학 / NK지식인연대 출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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