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남북 술 문화를 말한다 2011년 8월호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26
남북 술 문화를 말한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다 같이 술자리를 마주하고 보면 나름의 예의와 질서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지방별로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딱히 어느 것이 남한과 북한의 음주 문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유행되는 것에 대해 소개할 수 있다.
우선 소주는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많이 선호하는 주류이다. 그러나 소주의 알콜 함유량은 차이가 있다. 남한의 소주는 현재 19.5%가 대표적인데 비해 북한의 소주는 25%가 기본이다.
늦었어? 후래 3배!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보다 더 독한 술을 마신다. 아마 남쪽에 비해 추운 북쪽 지역이라는 환경 때문이거나, 아니면 독한 술을 즐기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민간에서 자체로 빚어 마시는 술의 경우 40%까지 된다.
그리고 공장에서 생산하든 민간에서 만들었든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다. 다만 공장에서 만든 정품 술과 달리 민간에서 만든 술은 ‘농태기’ 혹은 ‘민주(民酒)’라는 낱말로 부르며 40%정도는 술 원액이라는 뜻으로 ‘원주’라고 부른다.
폭탄주라는 말은 없지만 맥주에 술을 섞어 마시는 현상은 북에도 있다. 북한 사람들은 술을 다 마신 후에 흔히 물냉면을 먹는 것을 좋아해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북한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술을 권하는 서열도 남한과는 차이를 보인다. 남한에서는 술자리에 앉으면 윗사람이든 아래사람이든 서로가 상대의 술잔이 비면 술을 부어 권하는 데 비해 북한에서는 늘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술을 붓는 것이 예의다.
간혹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술을 부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대단한 칭찬과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 된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윗사람이 되는 기준은 직위보다는 나이가 많은 연장자순이다. 때문에 술자리에서만은 나이 많은 사람을 제일 예의 있게 대한다.
술을 마시는 중에 남한 사람들은 상대의 술잔이 완전히 비어야만 부어 주지만 북한 사람들은 상대의 술잔이 어느 정도 비게 되면 그 위에 더 부어 잔을 채워 준다. 이것은 일본, 중국 등 우리 주변 나라들이 다 같은데 유독 남한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 받은 영향인지는 모르겠다.
술을 자주 붓는 것이 격식을 차리는 것 같고 딱딱한 느낌이 들면 차라리 반 병 내지 한 병 되는 큰 컵에 단번에 부어놓고 각자가 자기 주량에 맞게 알아서 마시며 한담을 하기도 한다. 술자리에 지각 하거나 나중에 들어 온 사람에게는 ‘후래 3배’라는 말이 있다고 하면서 안주도 못 먹게 한 채 연거푸 3잔을 마시게 한다. 그래서 이것을 ‘벌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배도 남한에서는 건배 제안하는 사람이 “000을 위하여”라고 하면 모두 함께 큰소리로 “위하여!” 3창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북한에서는 건배 제의가 있으면 서로 가볍게 수긍하는 뜻을 표현하면서 잔들을 부딪힌다.
그리고 여러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대중식당 같은데서 생일파티를 하면서 축하송을 부르거나 자기들끼리 떠들썩하는 것은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가급적 조용한 대화를 나눈다.
때문에 술을 마시고 허물없이 떠들며 친목을 나누는 장소는 주로 개인집이나 강기슭, 야산 등 외부장소를 택한다. 필자는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식당에 갔다가 앞과 뒤, 옆을 막론하고 서로가 있는 목청을 다해 떠드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솔직히 북한에 비하여 문명이 훨씬 앞서 있는 남한 사람들이 그러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았다. 북한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싸움이 터지기 십상이다. 불량배들조차 일부러 싸움을 작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중식당에서만은 매너를 지킨다.
식당서 떠들썩? 싸움난다
남한에서 술을 마시다보면 가끔 친근감의 표현으로 서로 자기가 먹은 술잔을 상대방에게 주고 술을 부어 권하는 경우들이 있다. 술을 받은 상대는 그것을 단번에 마시고 그 잔을 다시 먼저 권한 사람에게 되돌려 주고 거기에 술을 부어 답례한다.
또한 술잔을 든 채 서로의 팔을 감아 끼고 올려 입으로 가져가 마시는 쇼도 잘한다. 북에는 없는 모습이다. 본인은 몇 년이 지나도록 그것을 잘 못한다. 가끔 용기를 내보기는 하지만 내입에 댔던 잔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 어쩐지 불결한 행동을 함부로 하는 것 같아 못한다.
술자리가 끝나면 2차, 3차를 가는 것은 북한도 같다고 할까. 북한 사회의 상황 때문에 호프집이니 노래방이니 하는데 가지 못하지만 대신 이집 저집 돌아가며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은 가히 2차, 3차라고 할 만한 문화이다.
술자리를 통하여 사람과 사람과의 끈끈한 유대를 이어가며 함께 어울려 정을 나누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다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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