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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남·북·미 고위급 연쇄 회동…6자회담 재개 급물살? 2011년 8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남·북·미 고위급 연쇄 회동…6자회담 재개 급물살?

발리에서 생긴 일’, 한 때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제목으로 생각하겠지만 드라마틱했던 남북 간의 비핵화회담을 빗댄 표현이다.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7월 22일 오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동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자는 데 합의했다.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은 2008년 12월 중국 베이징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이후 2년 7개월만으로,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 개최되는 남북 간 최초의 비핵화 회담이다.

리 부상은 회담 직후 내·외신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발리에 와서 남측 단장(위성락 본부장)을 만났다.”면서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 위 본부장도 “회담은 생산적이고 유익한 대화였다.”면서 “비핵화 협상 과정을 재개하기 위해 남북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과정을 지속해 6자회담의 여건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에는 남측에서 조현동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북핵 실무자 등 5명, 북측에서 최선희 외무성 미국 부국장 등 4명이 배석했다.

북한 김계관 제1부상 방미 … 북·미대화 재개

발리에서는 비핵화 회담에 이어 남북 외교장관 간 비공식 접촉이 성사됐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7월 23일 오전 인도네시아 발리 국제회의장(BICC)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도중 비공식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남북 외교장관이 접촉한 것은 2008년 7월 싱가포르 ARF 외교장관회의 이후 3년 만이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9시 10분경(현지시각) 회의시작 전 대기장소에서 만나 22일 있었던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간 비핵화 회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대기 장소에서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에스컬레이터를 함께 타고 가벼운 대화를 나눴으며, 회의장에도 나란히 입장했고 회의 도중에는 ‘커피타임’(휴식시간)을 이용해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를 나눴다.

남북한 간 비핵화 회담이 성사됨에 따라 남북대화 → 북미대화 →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방안이 강한 탄력을 받으며 교착국면에 놓인 6자회담 재개 흐름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대화가 끝나자마자 북한의 핵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7월 28일께 미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뉴욕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특히 김 제1부상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날 것으로 알려져 지난 2009년 12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1년 7개월 만에 북·미대화가 재개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RF에 참석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7월 22일 열린 남북 비핵화 회담 직후 김 제1부상을 이번 주말께 뉴욕으로 초청했다.”고 확인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김 부상이 이번 방미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탐색적 대화’(exploratory talks)에 나설 것이며 6자회담 재개 수순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부처 당국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금강산관광 관련 당국 회담 제의

김 제1부상은 7월 28일부터 이틀 간 뉴욕에 머물며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가 포함된 미국 대표단과 만나 북핵 6자회담 재개방안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문제, 대북 식량지원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와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어 엄격한 분배 모니터링 등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대북 식량지원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간의 접촉이 이뤄지면 6자회담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냉랭하기만 하던 한반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이런 가운데 남북관계에도 다소 변화조짐이 감지된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 간 실무회담을 7월 29일 금강산에서 개최할 것을 북한 측에 제의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지문에는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한 당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라고 썼다.”며 “이번 통지문은 앞으로 금강산 문제는 당국 간에 논의해 풀자는 의미가 담겨 있고 지난번 접촉에서 관광재개 얘기도 나왔기 때문에 재개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과 관련한 당국 간 협의는 작년 2월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면 정부가 최근 분위기에 발맞춰 금강산관광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북한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또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사실상 금지해 온 민간단체들의 대북 밀가루 지원을 8개월 만에 승인했다. 민화협은 이에 따라 7월 26일 밀가루 300t 등을 사리원시 탁아소·유치원·소아병원에, 천주교는 7월 28일 밀가루 100t 등을 황해북도 인민병원 등에 지원할 예정으로, 정부가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밀가루 지원을 승인한 것은 작년 11월 20일 대한감리회의 대북 밀가루 지원 36t 지원 승인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남북관계 전망에 신중하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서로 다르다는 것이고,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첫 단추를 꿴 남북관계와 한반도 해빙무드가 앞으로 어떤 성과물을 만들어낼 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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