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18 평창 선진 스포츠유산 남기자 2011년 8월호
<편집자주>
강원도 평창이 세 번째 도전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하였다. 평창은 지난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1차 투표에서 총 95표 중 63표를 획득, 2차 투표 없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독일 뮌헨은 25표, 프랑스 안시는 7표를 얻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릴 예정이며, 13개 경기장(설상 8개·빙상 5개)에서 7개 종목(세부종목 87개)의 경기가 펼쳐진다. 정부는 2018년 동계올림픽을 문화, 친환경, 경제 올림픽으로 치르며, 이를 통해 한국이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 속에서 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대회 때는 그 직전 해 12월 북한의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이라는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하였다. 2002년 월드컵 대회 때는 결승전이 치러지는 날,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로 서해에서 2차 연평해전이 발발하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단순히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고 세계 속에서 새로운 평화의 지평을 여는 데 기여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스포츠가 지닌 힘일 수 있다. 얼어붙은 냉전의 장벽도 이념을 초월한 스포츠 교류를 통해 녹여낸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 간의 핑퐁외교가 그것이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의미와 함께 2018년 평창에서 평화의 노래가 울려퍼지도록 무엇을 준비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특집 | 2018 평창! 새로운 평화의 지평 열자
2018 평창 선진 스포츠유산 남기자
동계올림픽은 예외 없이 모두 지구 북반구에서 개최되었다. 겨울 스포츠를 위한 기후가 가장 알맞은 위도상에 위치한 지역 중 산이 많고 적설량이 풍부하며 많은 관중이 모일 수 있는 곳이다.
프랑스 3회, 스위스 2회, 오스트리아 1회, 독일 1회, 이태리 2회, 유고 1회 등 북위 44도와 북위 47도 사이에 위치한 대부분이 알프스 산맥에 인접한 지역이다. 평창과 경쟁한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 역시 알프스 산맥을 낀 아름다운 도시이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나라는 유럽(EU)과 북미, 일본 등 G20 국가들이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노르웨이, 스위스는 G20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럽을 대표하는 복지국가이다. 한국도 스키를 타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 겨울이면 프랑스, 독일 친구들과 알프스 산자락에서 자랑하듯 스키를 즐기던 유학시절이 있었는데 북위 37도에 위치한 평창이 이들 나라와 함께 지구촌 겨울 스포츠 축제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는 2000년, 2004년,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에서 세 차례나 실패한 끝에 네 번 만에 성공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치와 닮은 점이 많다. 대륙별 순환 개최를 명분으로 남미 첫 개최의 당위성과 브라질 정부의 재정적 보증, 경제 대 도약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룰라 대통령의 호소 그리고 브라질 국민들의 응원의 힘이었다.
아시아 두 번째 성장한 국력 반영
한국도 동계올림픽 21번 중 19번이 유럽과 북미에서 개최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아시아에서 새로운 지평을’이란 슬로건을 내세웠고 이는 IOC 위원을 설득하는데 주요한 명분이 되었다. 여기에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지원 약속과 국민의 염원, 이명박 대통령의 열정 그리고 기업인과 유치위원회의 단합된 전방위 노력이 작용하였다.
올림픽 유치전은 각 나라 정상들의 경합의 장이 되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고 노무현 대통령, 오바마 미국 대통령,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푸틴 러시아 총리, 룰라 브라질 대통령 등 동계, 하계를 막론하고 올림픽 유치를 위한 총회장에는 각국의 정상들이 참석하였다.
자국 여론을 등에 업고 신경전을 펼치지만 개최지 결정 후에는 서로의 건투를 빈다. 그런 수뇌 외교도 좋다. 한국과 아시아에 향하는 세계의 눈이 그들의 경제나 외교에도 좋은 영향을 초래한다면 더욱 반가운 일이다.
아시아 지역의 올림픽 개최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고민도 있다. IOC의 주 수입원은 중계권, 스폰서십, 입장권인데 시청자가 많으면 이들 가치는 상승한다. 2018년 평창에서 오전에 경기가 열리면 유럽은 새벽 시간대이고 미국은 초저녁이다.
대륙 별 순환개최는 IOC의 명분이지만 개최지 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올림픽 흥행 비지니스에서 열세인 평창은 그 동안 커진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올림픽 후원과 참여의 폭이 이런 고민을 상쇄하는 역할도 하였을 것이다. 성장한 한국의 모습이다.
올림픽은 올림픽으로 치른다?
대부분의 유치 도시가 그렇듯이 ‘올림픽은 올림픽으로 치른다.’라는 신념으로 막대한 지출을 올림픽 수입으로 충당한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하지만 쉽지 않다. 올림픽 개최로 조직위원회가 벌 수 있는 수입은 IOC가 진행하는 중계권, 스폰서십, 입장권 등 권리 판매의 일정 부분을 조직위원회에 배분하는 몫이다. 조직위원회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로컬(한국)에 한정된 스폰서십 권리 판매와 파생상품 정도로 투자비용을 상쇄하는 효과는 작다.
개최지 평창과 강원도 그리고 한국이 올림픽에서 기대하는 효과는 비즈니스 수입과는 다르다.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는 데는 크게 직접사업과 여건조성 사업이 있다. 직접사업은 대회를 치르는 데 필수적인 경기장 시설의 건설이다.
사후 활용문제가 중요한 사업이다. 겨울스포츠가 발달한 유럽도 봅슬레이 경기장, 스키점프 등 동호인이 적은 일부 필수시설 건설로 해당 지역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기도 하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유치한 나라만이 갖는 스포츠유산의 긍지도 있다.
2002년 월드컵경기장은 상암축구장 외에는 적자였지만, 7개의 전용 축구경기장 소유는 한편으로 중요한 스포츠시설 유산이다. 이 경우 다른 데서 얻은 세입으로 이윤이 안 나는 도서산간 지역에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는 것처럼 보편적 서비스의 관점에서 스포츠유산을 공공재로 볼 수 있지만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
여건조성 사업은 대회를 원활히 하기 위해 소요되는 환경조성 사업이다. 개최지에게 주는 큰 효과 중의 하나이다. 산악지대에서 치르는 동계올림픽의 경우 유치도시는 기간산업(SOC)을 일시에 앞당기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계획에 의하면 고속철도와 복선철도가 완공되면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65분, 서울에서 평창까지 55분 거리로 앞당기는 등 강원도 발전의 근간이 될 수 있다. 유럽의 스키장이 긴 시간 이동하여 체류하는 지역이라면 평창은 국토가 크지 않은 나라에서 역동적인 연계를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가가 갖는 동계올림픽 유치의 큰 장점은 국가브랜드 제고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당시의 이데올로기 해빙 무드와 맞물려 한국이 세계로 나가는 데 시너지 효과로 작용하였다. 잘 만든 물건도 일본, 독일, 중국 등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는 것은 제품브랜드처럼 국가브랜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국가브랜드는 그 나라 기업, 문화, 상품, 국방, 인권 등 다양한 하위브랜드의 영향을 받는다. 선진국의 인기 겨울스포츠인 동계올림픽 유치와 더불어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F1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포츠대회 중 가장 큰 대회를 모두 개최한 유산은 전반적으로 국가브랜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성공적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란 대회의 원활한 운영과 성과도 중요하지만 강원도민과 대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활용과 보존을 하느냐일 것이다. 현대의 올림픽을 보는 세계의 시각은 메달과 기록 위주에서 환경, 도시재생, 개최 지역인의 삶 등 경기 외적인 요소가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역주민 참여 공존의 사업장 되어야
막대한 규모의 초대형 리조트 사업, 산림보호 지역에 활강코스의 개발, 경기장 건설 등 많은 과제에 대해 평창의 주민과 강원도민이 공존하는, 한 차원 높은 해결방안에 지혜를 모으면 좋을 것이다.
일부 재개발 아파트 사업이나 신도시 개발에서 볼 수 있는 ‘원 주민은 떠나고 새 주인이 자리 잡는’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골프장을 만들고 나서 농사짓던 사람을 일용직 허드렛일에 고용하는 모습이 나와서도 안 된다. 지역 주민도 전문적 소양을 갖춘 직업인으로 참여하는 공존의 사업장이 되어야 한다.
도쿄는 2016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게 졌지만 당시 하토야마 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줄이는 세계 최초의 이산화탄소 삭감 올림픽을 계획하였고 유치에 실패하였어도 도시 재생을 위한 노력의 여운은 세계에 남아있다. 삼수 만에 딴 2018 동계올림픽이지만 우리의 노력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랬는지 차분하고 겸손하게 보여줘야 할 명제가 평창에 있다.
신재휴 / 서울시립대 생활체육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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