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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北 김정은 후계체제 1년, ‘내 사람’ 심기 한창…김정일 건강 최대변수 2011년 10월호

장용훈의 취재수첩

北 김정은 후계체제 1년, ‘내 사람’ 심기 한창…김정일 건강 최대변수

 

북한에서 김정은 후계체제가 공식적으로 발을 뗀 지 딱 1년 지났다. 지난해 9월 28일 열린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으로 북한 매체에 공식 등장하면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임을 대내외에 알렸다. 물론 김정은 후계체제는 2009년 1월 초 김 위원장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낙점하고 그 결정을 담은 교시를 노동당에 하달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북한은 김정은 찬양곡으로 알려진 ‘발걸음’이라는 노래를 주민들에게 따라 부르도록 하고 김정은 우상화 교양사업을 벌이면서 내밀하게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만들어갔다. 이어 작년 9월 28일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은 대장 칭호와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고 이틀 후인 9월 30일 노동신문에 김정은의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후계구도는 베일을 벗었다.

김정은 후계체제는 표면적으로 순조롭게 다져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올해 상반기 김 위원장의 군 관련 현지지도에 대부분 따라나섰고, 하반기에는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에 거의 빠짐없이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에 이어 지난 9월 9일 정권 창건 63주년에 <조선중앙TV>로 생중계된 열병식의 귀빈석에 김 위원장과 함께 등장, 주민들에게 후계자임을 알렸다. 북한 매체는 정권 창건 63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을 김 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하기도 했다.

軍·보안기관 장악 중 … ‘한국풍 척결’ 병행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호 아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김정각 총정치국 1국장 등을 통해 군부대 개편과 작전지시 등 실질적인 군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일선 군부대 지휘관을 자신에게 충성심이 강한 30~40대로 교체해 자연스럽게 군내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고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 보안기관의 조직과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해 지휘권을 구축하고 있으며 북한 내 ‘한국풍 척결’ 등 비사회주의 타파를 위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정은 우상화 작업도 부쩍 강화되는 양상이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작년 11월 김정은을 ‘청년대장’으로 찬양하는 글을 올렸으며, <조선중앙TV>가 지난 6월 11일 방영한 영화에는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를 위하여 한목숨 바쳐 싸우자’는 글귀가 담긴 플래카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에서는 김정은 찬양가인 ‘발걸음’이 꾸준히 소개되고 그의 업적으로 상징되는 ‘CNC’(컴퓨터수치제어)란 글자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김정은이 3살 때부터 총을 쐈다거나 학생 때 작전지도를 만들어 군 고위간부들을 놀라게 했다는 등의 이른바 ‘김정은 위대성 교양자료’를 작성해 주민을 상대로 주입식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대장복(福)이나 현지방문 기념간판 등을 붙이거나 김정은이 단독으로 간부들에게 지시하는 듯한 모습과 당 비서인 최태복과 김기남이 김정은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 등도 매체를 통해 보도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에 이어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의 교과서 발간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열린 ‘상해 국제예술전’에 유화로 작성한 김정은 초상화를 출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총련 부의장 허종만이 7월 열린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백두혈통을 이어받은 김정은을 따르자.”고 언급하는 등 해외에서의 우상화도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총참모장, 최룡해 당 비서 등이 군과 당의 실세로 부상하는 세대교체 움직임도 포착됐다. 최근 들어서는 김정은이 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감사권을 행사하면서 비리 간부를 숙청하고 청년층의 대거 입당(100만명 이상 목표)을 추진하는 등 당 업무에도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세대교체를 주도하며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중국,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이 정치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과 7∼8월 중국·러시아 방문으로 평양을 비웠을 때 북한 사회가 안정을 유지한 것은 김정은이 독자적인 통치력을 어느 정도 갖췄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은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에 속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도 동시에 포착되고 있다.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지만 또 다른 핵심 자리라 할 수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국방위 위원 등은 아직 맡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또 김정은의 독자적 활동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 점은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뒤 김일성 주석과 별도로 실무지도에 나섰던 아버지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과 비교된다.

김정일, 아들 품어줄 시간 얼마나 되나?

북한이 이처럼 권력 이양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만큼 아들에게 권력이 급격히 쏠리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후계체제의 최대 변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후계자 시절 김일성 주석과 권력분점을 통해 아버지의 권력누수를 목격했던 김 위원장이 김정은에게 권력을 한꺼번에 이양하지 않을 것인 만큼 김정일 체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김정은 후계체제를 품어줄 수 있느냐가 착근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5∼10년 더 생존하면서 후계자 김정은의 뒤를 봐주며 후계체제의 안착을 돕는다면 김정은이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굳힐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2∼3년 내에 사망한다면 채 5년도 되지 못한 김정은 후계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 돌을 지난 북한 김정은 후계체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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