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 155마일 휴전선 따라 | 철새가 군무 펼치는 철의 삼각지, 철원 2011년 8월호
현장탐방 … 155마일 휴전선 따라 6
철새가 군무 펼치는 철의 삼각지, 철원
먼저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20-1번지에 위치한 철의삼각전적관. 철원군 안보관광지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내부 통일관 전시실에는 남북한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비추어 미래의 하나 되는 통일조국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제2땅굴은 제1땅굴이 발견된 다음 해인 1975년, 경계 근무를 서던 초병이 땅속에서 울리는 폭음을 청취, 25일간의 끈질긴 굴착작업 끝에 찾아낸ㅆ다. 단단한 화강암층을 뚫어 만들었는데 제1땅굴보다 다섯 배가 커서 1시간 동안 무장 병력 3만명이 이동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너른 시야를 자랑하는 철원평화전망대는 망원경을 통해 궁예도성과 비무장지대 너머 북한의 평강고원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모노레일을 이용해 전망대까지 쉽고 바르게 올라갈 수 있는데 철원에서 두 번째로 큰 강산저수지가 발아래 펼쳐진다. 전망대 아래층에는 제2땅굴과 막사, 검문소를 재현해 놓았고, DMZ 사진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월정리역은 서울에서 달리던 경원선 철마가 잠시 쉬어가던 간이역으로 휴전 후 남방한계선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되었다.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어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월정리역에는 한국전쟁 당시 이 역에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의 잔해와 유엔군의 폭격으로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의 뒷부분이 앙상한 골격을 드러낸 채 덩그렇게 남아 있는데, 북한군이 철수하며 앞부부만 가져갔기 때문이다.
또한 월정리역 맞은편에 위치한 두루미관은 원래 1988년 안보관광을 위해 건립한 철의 삼각전망대였다. 그러나 전망대 앞의 나무들이 점점 자라 북한 땅이 잘 보이지 않게 되자 2009년 두루미관으로 리모델링했다. 과거 철새들이 찾아와 목을 축이던 샘통, 드넓은 철원평야를 재현해 이곳에 터를 잡은 두루미와 재두루미, 맹금류 등 야생 동식물을 박제해 전시하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뮤직비디오 배경
마지막 코스인 지상 3층 규모의 노동당사는 말 그대로 한국전쟁 전에 북한이 노동당사로 이용한 건물이다. 지역 주민의 돈과 노동력을 강제로 동원해 만든 것으로 당시 반공활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곳에 잡혀와 죽었다. 그을린 흔적과 포탄 자국, 탱크가 지나가며 부순 외벽 등 건물의 틀만 아슬아슬하게 남아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 3집 <발해를 꿈꾸며>의 뮤직비디오 배경지로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물네번 주인 바뀐 한국전쟁 격전지 ‘백마고지’
북한 고암산을 뒤로 하고 철원평야 위에 불쑥 솟은 해발 395m의 야산이 바로 백마고지(철원군 산명리)다. 철의삼각지대(철원·평강·김화)를 잇는 철원평야가 한눈에 잡히는 이 능선은 남북한 모두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곳을 확보해야 병참선이 되는 주요 도로를 장악할 수 있었다.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던 당시 우리 군과 중공군은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처절한 쟁탈전을 벌였다. 열흘 동안 뺏고 빼앗기는 대혈전이 벌어져 주인이 스물네번이나 바뀌고 30만발의 포탄이 백마고지에 투하됐다. 1m나 주저앉은 정상은 풀 한 포기 남지 않을 만큼 하얗게 초토화되었고, 그 모습을 내려다본 미 종군기자가 마치 백마가 누운 것처럼 보인다 해서 백마고지라 불리게 됐다.
남과 북이 반반씩 지은 다리 ‘승일교’
철원군 동송읍 장흥4리와 갈말읍 경계선상인 한탄강 중류 지점에 있는 승일교는 높이 35m, 길이 120m, 폭 8m의 다리로 옛 철원읍 중리에서 묘장, 인목, 마장 지역을 거쳐 이천으로 통하던 중요한 길목이었다. 1948년 북한이 군사도로로 활용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으나 한국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54년 수복 이후에는 우리 군이 기존과 다른 공법으로 나머지 공사를 진행해 1958년 12월에 현재 모습으로 완공되어 양쪽의 아치 모양이 눈에 띄게 다르다. 원래 이름은 한탄교였으나, 남북 합작의 공사과정을 기념하기 위해 승일교라 부르게 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승’자와 북한 김일성의 ‘일’자를 따서 승일교라는 설도 있고, 당시 이 다리를 완공한 연대장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 설도 있다.
박윤식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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