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겨레말 | “우리 아이, 잘 배워주세요?” 2015년 4월호
알쏭달쏭 겨레말
“우리 아이, 잘 배워주세요?”
*가르치다
<표준국어대사전> 지식이나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거나 익히게 하다
<조선말대사전> 사상이나 지식, 기술, 기능 또는 리치나 방법 등을 깨닫도록 알려주거나 대주다.
*배워주다
<조선말대사전> 가르쳐서 알게 해주다.
북에서 온 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언뜻 이해는 가지만 틀린 용례를 종종 보게 된다. 가령 “오늘 아버지께서 산수를 배워주셨다.”라는 말을 들으면 문맥상 아버지께서 산수를 가르쳐주셨다는 뜻은 알겠지만 표현이 영 낯설게 느껴진다.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 두 사전에는 ‘가르치다’라는 말이 모두 실려 있다. 그런데 <조선말대사전>에는 ‘가르치다’와 풀이가 비슷한 ‘배워주다’라는 말도 있다. 사전의 풀이로 봤을 때 표현만 다를 뿐이지 ‘가르치다’와 ‘배워주다’는 의미에서 별 차이가 없다. 즉 같은 말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북의 용례를 보면 ‘배워주다’에 ‘가르치다’를 넣어도 의미에는 변화가 없다.
용례의 의미만을 봤을 때는 ‘가르치다’와 ‘배워주다’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 용례를 보면 배워주는 주체가 ‘유정, 형보’로 선생님이 아닌 일반 사람이다. 이점이 ‘가르치다’와 ‘배워주다’의 차이로, 북에서는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만 ‘가르치다’를 사용하고 그 외의 관계에서는 ‘배워주다’를 쓴다고 한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회의에 나온 북쪽 선생님에게 확인한 바에 의하면 현재 북에서는 ‘가르치다’와 ‘배워주다’는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가르치다’는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만, ‘배워주다’는 그 외의 관계에서만 쓴다고 북쪽 선생님은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북쪽에서는 ‘오늘 아버지께서 산수를 가르쳐 주셨다’가 아니라 ‘오늘 아버지께서 산수를 배워주셨다’가 맞는 표현이다.
– 새 조국 건설의 드바쁜 나날에 유정은 줄창 그 애를 데리고 다니면서 말을 {배워주고} 우리글을 {배워주었다.}
<김영희 : 세월의 년륜속에>
-형보도 젊은 성규의 나ㅁ다른 열성과 패기를 탐탁히 여기고 아낌없이 자기의 기능을 그에게 {배워주었었다.}
<손응준 : 해솟는 바다>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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