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5년 3월 1일

만나고 싶었어요 | “라선이 홍콩, 싱가포르보다 더 낫죠” 2015년 3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이수현, 최우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라선이 홍콩, 싱가포르보다 더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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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갑습니다. 법무법인 안에 북한팀이 있다고 하여 매우 신선했는데?

이수현 변호사(이하 이수현) | 그렇죠. 저는 법무법인 세종의 금융팀에 소속되어 있고요. 금융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도에 업무 관계로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통일이나 대북사업, 이런 쪽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 후에 회사 내에서 북한팀을 설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요. 여기 우리 팀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최우진 변호사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전문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해 나가고 있죠. 물론 아직까지는 북한 업무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금융 업무가 주전공이고 북한 업무가 부전공이라 할 수 있죠.

Q. 법인식이나 법의 위상 등의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북한법은 다른 국가에 비해 특수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최우진 변호사(이하 최우진) | 법의 준수가 요구되고 법을 위반하는 경우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점은 북한이나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죠. ‘북한에서도 법이 있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북한에서도 오래 전부터 ‘사회주의 법무생활’이라고 하여 주민들에게 법의 준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법의 위상은 차이가 있죠. 우리는 헌법, 법률, 명령, 규칙의 순서 위계를 가지고 있고, 헌법이 최고법의 지위를 갖죠. 그러나 북한은 헌법 제11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거든요. 또 노동당 규약 전문은 “조선로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사상, 혁명사상에 의해 지도된다.”고 규정하고 있고요. 헌법보다는 김일성의 ‘교시’가 최고규범의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죠.

Q. 최근 1년간 라선경제무역지대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는데?

최우진 | 북한은 지난 1991년 12월 라진-선봉지구를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포하였고, 1993년 1월에 자유경제무역지대법을 채택하였어요. 그 후 이 지역의 이름은 라선시로, 법명은 라선경제무역지대법으로 변경되었죠. 북한은 초기에 이 지역의 개발과 관련하여 많은 기대를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러시아의 국경과 접하고 있어 동북아의 물류 허브 도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나진항, 선봉항과 같은 좋은 항구들을 가지고 있던 점 때문이었죠.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은 최초에 채택된 이후 6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루어졌는데요. 그러나 여러 차례 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초기 이 지역에 투자하였던 조총련계 자본이 철수하였고, 1990년대 말에는 동아시아 금융위기, 그 후 북한을 둘러싼 계속된 정치, 군사적 긴장의 지속으로 인해 특별한 발전을 보여주지 못했죠. 다만 최근에는 2010년도 북·중협정 및 2011년의 공동개발총계획요강에 따라, ‘중국 주도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수현 | 북한의 특수경제지대법은 외국인 투자의 유치와 촉진을 위한 목적이에요. 따라서 실용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연구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앞으로 우리 기업의 대북투자가 활발해지게 되는 경우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의 특수경제지대법이 될 것입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현재 라선경제무역지대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에요.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중국 기업들이 그곳에서 호텔, 창고, 임대업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죠. 그러나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어요.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당장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인프라 구축 사업은 당장의 이익만을 위해 뛰어드는 중국 기업이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북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우리 기업만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가 생각돼요.

Q. 최근 북한에 의한 개성공단의 일방적 폐쇄 같은 사건에서 본 것처럼 외국인투자자들이 대북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투자보호와 관련한 것인데, 라선경제무역지대법에선?

이수현 | 라선경제무역지대법 제7조는 “경제무역지대에서 투자가의 재산과 합법적인 소득, 그에게 부여된 권리는 법적으로 보호된다. 국가는 투자가의 재산을 국유화하거나 거두어들이지 않는다. 사회공공의 이익과 관련하여 부득이하게 투자가의 재산을 거두어들이거나 일시 이용하려 할 경우에는 사전에 통지하고 해당한 법적절차를 거치며 차별 없이 그 가치를 제때에 충분하고 효과있게 보상하여 주도록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에서 제정된 외국인투자 보호 관련 규정 중 가장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아직은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어 이를 신뢰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협력이 활성화, 발전되고, 많은 분쟁처리 경험이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라선경제무역지대에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본격화 하게 될 경우 법·제도적 측면에서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할 점은?

최우진 | 통신, 통행, 통관이나 기타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사업의 편의 등을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합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어요. 또한, 현재 효력을 발하고 있는 유엔의 대북 결의안이나, 미국, 유럽연합의 대북제재 관련 법령들은 북한에서 남한 기업이 활발한 투자활동을 하는 데 상당한 장애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국제제재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해줄 필요가 있죠. 한편 라선경제무역지대는 2010년 북·중협정에 따라 상당부분이 북·중 간 공동개발, 관리구역으로 설정되어 있거든요. 따라서 이와 같은 중국과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여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 될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본격적인 투자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 지역에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세질 것이니까요. 끝으로 라선경제무역지대는 그 지정학적 위치나 자연환경, 그리고 인적자원을 고려할 때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닌 우리 기업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동훈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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