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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겨레말 | 아저씨는 가족일까? 남일까? 2016년 2월호

알쏭달쏭 겨레말

아저씨는 가족일까? 남일까?

≪조선말대사전≫

아저씨 [명]

① 《부모와 같은 항렬의 남자》를 이르는 말.

② 《언니의 남편》을 이르는 말.

③ 친척 관계가 없는 《젊은 남자》에 대하여 주로 어린이들이 친근하게 이르는 말.

결혼 후 난 매주 주말마다 전주에 갔다. 처가가 전주인 이유도 있고 아내가 전주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결혼 1년여 만에 얻은 아들이 공부하는 엄마와 함께 전주 처갓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공부하러 학교에 가고, 장모님과 장인어른도 출타하셔서 아들과 단 둘이 남은 무료한 토요일 오후 난 아들을 데리고 덕진공원에 갔다. 처갓집 옆에 있는 덕진공원은 해마다 연꽃의 향이 그윽한 곳이어서 아들을 데리고 가면 딱 좋을 만한 곳이었다. 모유 수유로 살이 터질 것 같은 아들을 안고 덕진공원에 가니 집에서 손자나 손녀를 데리고 나온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제법 많았다.

공원 한가운데는 호수가 있고 그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어 그 다리를 건너면 연꽃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아들을 안고 다리를 건너가기로 했다. 중간 정도 건넜을 때 살이 터질 것 같은 아들의 무게로 인해 내 체력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다리 중간에 벤치가 있어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5분 정도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손녀를 데리고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물었다.

“아저씨, 거 안고 있는 아이가 손자요? 아들이요?”

난 순간 빈정이 확 상해 버렸다. 아무리 내가 머리가 좀 벗겨졌어도 할아버지인 자기와 비교하면 아직 살은 팽팽한데 손자라고 묻다니 빈정이 상해도 이만저만 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대답 대신에 그 자리에 일어나 다리를 냅다 건너 버렸다. 빈정 상함이 바닥난 체력을 완전히 보충해 버린 것이었다.

이것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아저씨’의 쓰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인 ‘남남끼리 남자 어른을 예사롭게 이르는 말’에 해당하는 ‘아저씨’의 쓰임인 것이다. 물론 북측도 ‘아저씨’를 이런 의미로 쓰고 있다. 그런데 남과 달리 북측은 ‘아저씨’를 다른 의미로도 쓰는데, 하단의 북측 용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북측 용례를 보면 ‘아저씨’와 함께 나오는 말이 있다. ‘처제’가 그것이다. ‘아저씨’와

‘처제’, 남측에서는 서로 어울려 쓰이지 않는 말들이다. 그런데 북측의 용례에는 서로 어울려 쓰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조선말대사전》의 풀이에 나와 있다.

물론 북에도 ‘형부’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북은 언니의 남편을 ‘아저씨’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에서 젊은 처자들이 남자들에게 “아저씨, 아저씨”하면 먼저 ‘아저씨’의 억양이나 친근감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억양이 세고 친근감이 별로 없으면 남남이고 억양이 부드러우면서 친근감이 느껴지면 ‘형부’와 ‘처제’의 관계로 보면 될 것 같다.

⊙ 처갓집에 가서 장인 장모에게 떠받들리우며 대접받는 것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생활을 통해 충분히 체험한 바였다. 게다가 “{아저씨}, 아저씨” 하며 따르는 처제는 또 어떻고…. 《한웅빈 : “행운”에 대한 기대》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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