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배낭여행 | 낮에도 밤에도 멋진 황해북도 여행 2016년 2월호
북녘 배낭여행 12
낮에도 밤에도 멋진 황해북도 여행
밤새 눈이 내렸는지 하얀 세상이 맞이하는 이른 아침, 황해북도로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행선지는 황해북도의 도 소재지인 사리원시였다. 사리원시는 황해북도 서부에 위치해 북부는 황주군, 북동부는 연탄군, 동부는 봉산군, 남부는 봉산군·은파군과 인접해 있으며 서부는 재령강을 경계로 황해남도 재령군·안악군에 면해 있는 곳이다. 사리원시는 북부지역에서 남부지역으로 가면서 점차 낮아져 평야로 변하는 지형을 가지고 있어 해발 50m도 되지 않는 지역이 대부분이지만 북동부에는 481m 높이의 정방산이 있는데 이곳에 볼거리가 많다고 해서 정방산을 중심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겨울풍경 담은 병풍, 사리원시 감싸다!
산마루들이 서로 잇닿아 정방형을 이루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 지명을 가지고 있는 정방산에는 오랜 세월 암석이 풍화작용을 받아 기묘하게 생긴 봉우리들과 높이 100m 이상의 기암절벽들이 시원시원하게 솟아 있었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갖가지 꽃들과 함께 울창한 수림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경치를 뽐낸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만난 정방산은 흰 눈으로 가득 뒤덮여 사리원시 북부를 멋진 겨울풍경을 담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방산 지대에는 정방산의 이런 멋진 풍경을 기반으로 ‘풍치요법’을 하는 사리원정방산기후요양지도 있다고 하는데 정방산의 산간산림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마음이 안정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방산의 산마루에서는 정방산성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정방산의 험한 산세를 이용해 정방산성은 고려시대 처음 축성된 것으로 그 둘레는 12km라고 한다. 북한 서해안 일대에서 남북으로 통하는 기본 통로를 막아선 황해도 지방의 으뜸가는 요새로 일러왔다고 하는 정방산성은 임진왜란 시기와 병자호란 시에 의병부대들의 근거지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발자국 하나 없는 눈 덮인 산성 옆길을 기분 좋게 걸으며 다음 행선지로 옮겨갔다.
정방산에서 두 번째로 들른 곳은 성불사였다. 성불사는 898년에 도선이 창건, 고려 공민왕 23년인 1374년에 나옹이 중건한 사찰로 정방산성이 축조된 이후부터는 이 지방의 종찰이 되었던 절이라고 한다. 성불사에서는 극락전을 비롯해 응진전, 청풍루, 명부전, 운하당, 산신각 등 여섯 채의 건물과 5층 석탑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 중 불교의 도를 깨우친 500명의 성자들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인 500나한상이 있던 응진전이 인상 깊었다. 성불사의 건물들은 다행히도 현재까지 비교적 잘 보존이 되어 있어 건물 한 채 한 채를 둘러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정방산에서 내려와서는 근처에 정방산유원지가 있다 해서 잠시 쉬었다 갈 겸 들러보았다. 유원지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원상 그대로 보존하면서 폭포, 휴식처, 찻집, 낚시터, 정각 등을 갖추고 있는 공원이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정방산폭포의 모습과 얼음낚시를 즐기기기 위해 유원지를 찾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오전 내 겨울산행을 한 탓에 꽁꽁 언 몸을 유원지 내 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녹인 후 예로부터 사리원의 명물로 유명하다는 사리원불고기를 맛보러 갔다.
사리원불고기는 사리원의 특산물인 포도주와 과일을 듬뿍 넣어 만든 양념으로 재운 불고기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먹던 불고기와는 달리 국물이 자작해 전골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풍부하게 들어간 과일 때문인지 그 맛 또한 풍부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식사를 마친 후에는 공룡발자리화석을 보기 위해 평산군 용궁리로 향했다.
공룡 발자국 따라 용궁리 한 걸음 한 걸음
용궁리공룡발자리화석은 1989년 11월에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약 20°의 경사를 이루고 있는 길이 100m, 너비 15m 정도의 바위에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 두 줄의 공룡발자리를 볼 수 있었다. 한 줄에는 14개, 다른 줄에는 16개의 발자국이 있었는데 두 줄로 난 공룡의 발자리 모두 두 발 걸음걸이로 나타나 있었다. 14개의 발자국이 있는 줄의 발자국 한 개의 크기는 길이 45cm, 너비 40cm에 이를 정도로 컸는데 발자국 하나하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땅을 디딜 때 감탕표면을 스친 흔적이 약 20cm의 길이로 나타나 있으며, 첫 발자국의 스친 자리와 두 번째 발자국의 스친 자리가 서로 평행을 이루지 않고 2~5° 정도의 각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당시 공룡이 오리걸음걸이를 하며 걸어갔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큰 덩치로 오리처럼 뒤뚱뒤뚱 걸어갔을 공룡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궁리공룡발자리화석까지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어둠이 찾아왔다. 곧장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마지막 코스로 개성시 송악동에 있는 만월대에 들르기로 했다. 만월대는 고려왕궁이 있던 자리를 말하는데 1361년 홍건적의 침입 때 불타버려 비록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지만 과거에는 송악산 남쪽 기슭의 넓은 대지에 자연지세에 따라 지어진 궁성과 중앙관청, 황성건물들이 즐비했던 곳으로 그 넓이는 무려 125만㎡에 달한다고 한다. 만월대라는 이름은 원래 궁성 안에서 달을 바라보는 곳이라 하여 ‘망월대’라 부르던 것이 와전되어 만월대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한다. 날이 어두워 아쉽게도 만월대의 곳곳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과거 고려시기의 사람들이 달을 봐라봤을 그 자리에서 나 또한 말갛게 뜬 둥근 달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박지혜 / IPA 온라인 홍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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