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 상생의 학교문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바꾼다! 2016년 2월호
통일교육,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9
상생의 학교문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바꾼다!
변화된 사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을 통한 노력이 요구된다. 분단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변혁적 교육은 그러한 변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언제고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래세대를 준비시키는 교육은 평화를 이루는 가장 평화적인 수단으로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를 이루는 데 결정적이다. 사실 북아일랜드에서는 종파주의적 분리주의를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교육 운동으로 통합교육 운동이 있어왔기 때문에 그러한 평화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 통합학교를 중심으로 이어져왔다고 볼 수 있다.
분단극복 평화교육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 평화적 가치를 반영하게 하는 것이다. 분단으로 인한 체제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는 상호간의 편견과 무지를 심화시켜 비이성적인 폭력을 양산하여 공동체를 와해시키는 길로 접어들게 한다. 그 결과 북아일랜드는 혹독한 홍역을 치렀고 폭력의 이면에서 평화를 갈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와 이제는 세계가 보장하는 평화협정이 맺어졌고 그 결과 평화정책이 가시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도 과거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 갈등 후(post-conflict) 사회의 복지와 안녕을 즐기는 과정에서 종파주의적 분리학교에 대한 상호인정 분위기가 학교 담당자들이나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의 공유교육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학교 분위기는 이전과 달리 부정보다는 상호인정, 폭력보다 비폭력, 편견보다 수용, 경쟁보다 통합을 향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북아일랜드 통합교육 … 비폭력적 갈등해결 역량 키워라!
사실 북아일랜드에서 이러한 반편견, 평화교육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온 교육운동 진영이 양 종파 간의 분리주의 위에 민족적 감정이 응고된 북아일랜드의 종파주의 교육을 넘어서자고 한 통합학교다. 북아일랜드에서 통합교육이란 말 그대로 모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한 캠퍼스에서 공부하게 한다는 이념을 전제한 평화교육이다. 이것은 단순히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통합해서 함께 교육시킨다는 특수교육적 맥락에서의 통합교육이 아니다. 따라서 다양한 능력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차이로 인해 갈등하지 않고 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갈등을 비폭력적 방법으로 해소하기 위한 평화교육 활동은 매우 긴요하다. 북아일랜드 통합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의 평화적 감수성에 기반하여 사회문제에 대한 비폭력적 갈등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또래조정이나 반편견교육 활동을 비롯한 모든 학교교육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고무시키도록 요구한다. 특히 오늘날 다문화적 환경에 노출된 북아일랜드에서는 폴란드나 필리핀 등 이주가정의 어린이들이 약 20%가 넘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히 두 종파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이나 문화에서 유래하는 냄새 또는 색 등에 대한 문화 간 이해교육 없이는 충돌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자칫 혐오범죄 같은 식의 학교폭력이 일어날 수 있기에 이러한 폭력예방 교육 및 반편견 교육 활동은 아주 필요하다고 한다.
북아일랜드 다문화이주센터 책임자인 패트릭 유는 이러한 인구구성 상의 변화가 교육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두 종파 간의 통합이 아닌 여러 분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의롭게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교육활동이 요청된다고 한다. 그래서 라운드타워 통합학교의 경우 교육부의 지원으로 크로아티아에서 이민 온 원어민 교사가 이주아동을 지원하는 교육활동가로 참여하며 이들의 사회적 통합을 장려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두 차원의 분단극복을 위한 평화교육이 아니라 다문화 평화교육으로 한층 그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패트릭 유는 강조한다.
일상에서의 폭력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러한 교육풍토 조성을 위해 통합교육협회(NICIE)뿐만 아니라 북아일랜드 교육부에서도 공유교육 연수나 지역사회교류 연수 등을 통해 상생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교사 연수나 학부모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민교육의 이름 아래 혹은 지역사회교류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지역의 문제를 유엔이나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보편적 개념으로 승화시켜 접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해 단지 갈등 후 사회의 단맛만 보려는 일부 기득권층들이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정의회복하려는 노력보다는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비폭력 평화교육에만 기울이는 것으로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윌슨 교수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어른이고 평화의 문제는 당면과제인데 왜 아이들을 훈련시켜 그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다리느냐.”라고 비판한다.
평화교육은 구조적 폭력에서 야기된 사회적 악에 대항하는 평화적 본성을 자극하고 도전 역량을 길러주는 의식적인 교육과정이다. 그런 관점에서 북아일랜드에서는 사회적 폭력이 내재화된 일상에서의 폭력성을 해결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학교가 변해야 하지만 학교만 변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어른들이 관여하는 기존 사회의 철학과 정치논리가 바뀌지 않는 한 상생의 학교만 가지고서는 변화의 한계가 있다는 윌슨 교수의 지적은 우리에게도 강한 시사점을 준다.
강순원 / 한신대 심리아동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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