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2월 1일

만나고 싶었어요 | “우리가 통일이다” 2016년 2월호

만나고 싶었어요 | 박성춘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장

우리가 통일이다

서울대(SNU) 통일학교. 남한 및 탈북 학생 46명이 초등반(통일꿈날개반, 초등학교 5~6학년 24명)과 중등반(통일꿈누리반, 중학교 2~3학년 22명)의 두 학급에 참여한 가운데 지난해 8월 29일부터 11월 28일까지 격주 토요일마다 함께 공부하며 통일 이후 학교의 모습을 미리 경험하도록 한 실험적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의 책임자로 초대 SNU 통일학교장을 맡았던 박성춘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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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A.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이자 통일교육연구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윤리교육과 내에서 맡고 있는 것은 국제윤리와 통일교육입니다. 지금까지 윤리가 개인 중심, 즉 개인이 어떻게 올바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라고 하였다면 제가 담당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윤리적 인간이 되려면 어떤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고요. 이러한 맥락에서 통일교육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통합의 측면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한국 사회에서의 통일교육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A. 지금까지 통일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북한에 대한 교육’인데 대부분 남한 사회와 비교를 통해 진행되어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우리가 북한보다 민주적이고, 그래서 우리의 체제가 더 우월했음을 강조하는 것, 경제적으로는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북한보다 우월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통일교육이 이뤄졌죠. 두 번째가 ‘통일에 대한 교육’인데 이 역시 통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교육보다는 통일 그 자체에 대한 교육이 중심을 이뤘죠. 저는 앞으로 북한 또는 통일에 대한 교육보다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교육, 남북 사람들이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교육, 통일 그 자체보다는 통일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실질적으로 통일을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통일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제도 통일, 환경 통일, 사람 통일이죠. 제도 통일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하나로 통합한다는 의미가 있고, 환경 통일은 인프라를 통합해 하나의 체제로 맞춘다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통일교육은 주로 제도와 환경 통일에 집중되어 온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 통일’입니다. 통일의 완성도 사람이 이뤄내는 것이잖아요. ‘사람 통일’은 결국 남북한 사람들의 통합이라고 봅니다. 남북한 사람의 통합이 이뤄지는 통일을 실질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SNU 통일학교를 설립하여 추진하게 된 계기는?

A.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가 2014년도에 설립되었고, 통일이 된다면 우리의 교육 현장은 어떤 모습이 될지 그려보고자 시작된 것이죠. 사실 처음부터 쉬운 과정은 아니었어요. 학생과 교사, 행정직원까지 포함해 총 78명이 통일학교의 구성원으로 참여했는데 규모면에서도 꽤 클뿐더러 학교를 진행하려면 교육행정과 교육과정, 교육평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2014년에 ‘통일 후 남북한 초·중등학교 통합과 통일실험학교 도입을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기초로 실질적인 통일학교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SNU 통일학교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SNU 통일학교 학생들이 미술 시간에 '우리가 통일'이라는 제목으로 함께 그린 그림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

SNU 통일학교 학생들이 미술 시간에 ‘우리가 통일’이라는 제목으로 함께 그린 그림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

Q. 남한 학생과 탈북 학생의 비를 1:1로 한 이유는?

A. 물론 이것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일학교의 시작은 다수의 남한 학생들을 위한 통일교육이나 탈북 학생들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의 교육이 아니었어요. 현재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탈북자, 즉 소수자에 대한 교육도 아니고 다수자들이 받아 왔던 교육을 새롭게 재구성해서 하는 것도 아니었죠. 통일학교는 통일 과정과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남북의 교육통합을 생각해보는 프로젝트예요. 현재 탈북자 숫자가 대략 3만명에 가깝고 남한 사회 인구는 5천만명 정도 됩니다. 자연스레 남한 사회에서 탈북자들은 소수자에 속하죠. 소수자와 다수자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는 권력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1:1이 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에요. 탈북 학생이 5명 있고 남한 학생이 20명 있다면 탈북 학생들은 다시 한 번 소수자가 될 수밖에 없죠. 그러면 대등한 관계에서 ‘사람 통일’을 하기 어려워요. 흡수의 과정에 대한 위험성도 있고 소수자가 다수자에 의해 동화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학생 모집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격주로 토요일마다 서울대에서 수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학생들로 모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3개 교육청에 소속된 각급 학교에 모두 공문을 보내고 소개를 했죠. 그랬더니 남한 쪽 학생들은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경쟁률도 3:1이 넘었어요. 반면 탈북 학생들은 모집이 쉽지 않았죠. 그래서 탈북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 개별적으로 연락했고 남북하나재단의 탈북 학생 코디네이터분들과 접촉해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죠.

Q. 입학식 분위기는 어땠는지?

A. 학생들을 교실로 안내하고 교사와 학부모 만남의 시간을 가졌어요. 제가 통일학교장이니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데 한 학생의 부모님께서 “입학식 전날 북한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아이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우리 아이가 탈북 학생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어요. 제가 “SNU 통일학교는 북한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통일이 된 이후를 상정한 학교 현장에서 미리 생활해 봄으로써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벗는 계기를 갖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거기서 갑자기 한 분이 손을 들고 “제가 북한에서 왔습니다.”라는 거예요. 탈북 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분인데 “지금 남한 학생의 부모님께서 하시는 말씀 때문에 우리 탈북 아이들이 실제 학교에 가면 어려운 점을 많이 겪는다.”면서 “나도 탈북자지만 여기서 이를 밝히는 이유는 남한 학생 부모님들이 북한 사람들에 대해 너무나 다른 세상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시는데, 우리는 탈북자를 만나든 남한 사람을 만나든 아무렇지 않게 모두 같은 사람으로 만나고 잘 지내려고 한다. 우리 아이와 저를 탈북자로 구분해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때 남한 학부모분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더라고요.

Q. 프로그램 선정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A. 그렇죠. 일단 어떤 과목을 가르칠지 고민이었어요.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했고요. 2주일에 한 번씩 한 학기 동안 8회차에 걸쳐 수업하게 되고 체험학습 한 번을 빼면 7회인데, 한 번에 한 과목씩 하더라도 빡빡하잖아요. 그래도 교과목별로 최소한 한 과목씩은 해보자는 계획에 따라 수업 구성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은 음악, 미술, 체육 과목이 우선적으로 선정되었고 여기에 남북의 공통분모가 많은 국어, 수학, 과학을 넣기로 했죠. 마지막으로 도덕을 넣었는데 북한에도 사회주의도덕이라는 과목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정치적인 내용만 제외하면 남북의 교과목에서 다루는 도덕적 요소는 비슷하거든요. 이렇게 7개 과목을 선정하게 된 것이죠. 실제로 처음 수업이 시작될 때 통일학교는 ‘사람 통일’이 이뤄지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도덕 수업을 먼저 했죠. 수업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새로운 공동체를 위해서 어떠한 규칙을 만드는 것이 좋은지, 우리의 숨은 가치는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작업을 시작했죠. 체육 수업에선 북한에서 체육교사를 했던 탈북 부부 2명이 참여하셔서 도와주셨고 미술 수업에선 가로 4m, 세로 2m의 대형 그림판에 걸개그림을 함께 그리며 ‘우리가 통일이다’를 새겼죠. 가장 마지막 수업은 음악 과목이었는데 꿈날개반(초등)과 꿈누리반(중등)이 모두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었고요.

Q. 통일학교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A. 수업이 6회차 정도 진행되었을 때 학생들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요. 남한 학생 2명이었는데 “선생님, 여기 탈북 학생들이 있을텐데 우리 조에는 없는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수업이 꽤 진행된 시점이었는데도 서로 누가 누구인지 몰랐던 상황, 저는 이런 부분을 통해 통일학교 실험이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해요. 서로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함께 생활해 나갔다는 것을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잖아요. 기회가 되면 이런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통일학교라고 하는 1회성 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의 갈등 요소나 부족한 점들을 드러내고 발전적으로 반영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올해 통일학교가 다시 진행된다면 외연적으로도 규모를 확대해 지난해 귀중한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이동훈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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