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외교력 발휘해 차원 높은 제재로 북한 압박해야 2016년 2월호
특집 | 북한 4차 핵실험, 한반도 격랑 속으로!
Ⅱ. 치열한 국제사회 수싸움 … 이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외교력 발휘해 차원 높은 제재로 북한 압박해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은 남북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올해 1월 1일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 직후만 하더라도 핵실험을 예상하지 못했다. 예년과는 달리 핵 억제력 언급이 없었고, 5월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북한의 핵실험은 남북관계 진전에 대형 악재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응징 차원의 대북확성기 방송재개와 북한의 포격도발 그리고 ‘2+2고위급회담’에서의 극적인 8·25합의로 최고조에 치닫던 군사적 긴장은 완화하고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이뤄지는가 싶었다. 6개항의 합의에는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유감표명, 비정상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대북확성기 방송의 잠정 중단, 당국 간 회담 조속 개최, 이산가족 상봉, 민간차원의 교류 활성화 등이 담겨져 있다.
이 합의에 따라 지난해 10월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고, 민간교류는 월등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리고 12월 19~20일에는 차관급 남북 당국 간 회담이 개최되었다. 이 회담에서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선 보장을 요구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등 쌍방 관심사항들을 협의해 나가자는 우리 측 제안을 거부하였다. 결국 쌍방 입장차이로 회담은 결렬되었고 다음 회담일정 합의도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나 남북 당국 간 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서는 남북관계 부진에 대한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였지만 8·25합의 존중 입장을 확인함으로써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북핵 실험으로 당분간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지난 1월 7일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오른쪽)이 배석한 가운데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조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분간 남북대화 재개 및 교류 가능성 매우 낮아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경고하였다. 그리고 첫 번째 조치로서 8월 25일 잠정 중단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였다. 북한의 핵실험을 8·25합의 3항대로 비정상적인 사태로 간주하여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이다. 아울러 한·미 연합 억제력 과시 차원에서 괌에 주둔하고 있었던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하고, 핵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 스텔스 전폭기 등 전략자산의 추가 전개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아래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북제재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어떠한가. 핵실험 직후 북한은 중대 특별보도를 통해 수소탄 실험에 성공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대해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서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전방지역에서는 대응확성기 방송을 통해 군인과 주민들의 청취를 방해하고, 우리를 향해서는 수백만장의 전단을 살포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에는 우리의 방송 개시 5일 만에 즉각 중지할 것을 경고하고 그로부터 5일 만에 포격도발, 48시간 최후통첩을 하면서 준전시상태 선포에 이은 대화제의 등과는 다른 양상이다. 무슨 이유일까.
우선 이번의 경우 확성기를 끌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는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미안하다는 정도로 끌 수 있었지만 이번의 경우, 핵실험에 대해 그런 입장을 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한 포격 등의 도발로 위협한다고 해서 꺼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모든 비난과 책임이 자기들에게 돌아올 것으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04년 6월 이전 상호 심리전을 시행하던 상황으로 돌아간 셈이다. 북한은 장기적인 호흡으로 대응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당분간 북핵 제재국면이 이어질 것이다.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대북압박 강도도 더해갈 것이다. 만일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 나선다면 남북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남과 북의 정치 일정도 주요 변수다. 3월에 한·미연합 군사연습, 4월 총선, 5월 북한의 제7차 당 대회 등의 일정은 대화에 부정적 영향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핵 관련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당분간 남북대화 재개나 교류는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다.
北 도발에 대비하는 가운데 대북심리전 수위 높여나가야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나선 것은 그동안 우리의 북핵문제 해결 방법이 실패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실상 북핵문제 해결 없는 남북관계 개선이나 지속가능한 평화구축, 평화통일은 환상에 불과하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또한 북한 핵은 그 누가 해결해 주길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북핵문제는 우리의 생사존망이 걸린 사안이다. 따라서 가용한 역량을 총동원하여 북핵 포기를 유도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대북심리전 수위를 높여나가야 한다. 확성기 숫자와 시간을 늘리고, 전광판이나 대북 전단살포도 추진해야 한다. 김정은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권 문제를 지속 폭로하고 압박을 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의 경제력과 외교력을 발휘하여 유엔 안보리나 양자 등 차원 높은 제재를 통해 김정은 정권을 압박해 나가야 한다. 물론 대화의 문은 열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단합이다.
문성묵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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