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미·일, 북핵 실험 계기 정책공조 활성화 해나가야 2016년 2월호
특집 | 북한 4차 핵실험, 한반도 격랑 속으로!
Ⅱ. 치열한 국제사회 수싸움 …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한·미·일, 북핵 실험 계기 정책공조 활성화 해나가야
지난 1월 6일 북한이 전격 실행한 4차 핵실험은 지금까지 북한이 실시한 3차례의 핵실험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중요한 차별적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 핵실험의 경우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사전 인지가 가능했던 반면, 이번 4차 핵실험의 경우 국제사회와의 교감이 철저하게 차단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핵개발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적 차원을 넘어서는 국제안보 현안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또한 원칙론적으로 국제사회 주도의 비확산체제를 존중해 온 북한이 이렇듯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한 데에는 중요한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4차 핵실험을 국제적 맥락에서 의도를 분석하고, 이와 관련하여 미국과 일본의 대응전략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김정은 시대의 핵전략이 아버지인 김정일 시대의 핵전략과 대비되는 가장 큰 차이는 김정일 정권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핵포기 정책’이었던 반면, 김정은의 북한은 ‘핵보유 정책’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김정일의 속내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대외적으로는 핵포기를 전제로 한 9·19공동선언에도 동의하였고,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에도 수차례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출범의 순간부터 소위 ‘핵·경제 병진전략’을 내세워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기본적으로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핵전략이 표면적으로 이렇게 서로 다른데, 여기에 따른 우리의 핵관련 대북정책과 국제사회와의 공조방식 역시 북한의 전략변화에 맞춤형으로 대응했느냐의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고자 한다.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물론 중국에게도 사전 통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무엇보다도 핵실험을 통해 김정은 정권 고유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한 의도로 판단된다. 여기서 ‘자율성의 극대화’는 두 가지 차원으로 해석된다. 첫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두 개의 한국’ 전략에 집중해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사례는 한반도에서 두 개의 표준시를 사용하는 것인데, 참고로 북한은 지난해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보다 30분 늦은 ‘평양시간’을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지속적인 핵개발을 통해 ‘평화지향국가 한국’과는 명백히 차별되는 ‘핵보유국가 북한’의 이미지와 위상을 극대화하고자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 불법적 및 비합법적 핵무기 보유 시도라는 오명은 뒤집어쓰겠지만, 한반도 위기의 일상화를 통해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개발을 상시적인 문제로 인식하도록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北, 핵실험 이후 ‘한·미·일 vs 북·중’ 구도 부각 노려
둘째,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최근 수년간 지속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탈피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핵실험은 국제사회적 고립을 더욱 자초할 수 있는데, 고립 타파의 수단으로 핵실험을 선택한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핵실험 이후 한국 주도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중국이 과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겠지만, 결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적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면 핵실험 이후 대응과정에서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한·미·일 연대와 북·중 연대가 다시 대립되는 것처럼 비쳐지기를 희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편을 들어주지만 한편으로는 대북제재 국면에서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을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중국은 남북대화를 중재하고자 적극 나서는 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어떤 의미에서는 비록 착시효과일수는 있더라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고립감을 떨쳐주는 효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의 중요 행위자, 특히 한반도 문제의 핵심 관여자인 미국과 일본의 대응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대응에는 서로 유사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즉 이번 북핵 실험을 계기로 자국의 존재감을 적극 드러내는 계기로 삼고자 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까지 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이러한 반응은 한편으로 당연한 전략적 대응으로 이해되고, 특히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미국의 대응전략은 우리 국민이 느끼고 있는 안보 불안감을 포함하여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미국과 일본의 대한반도 이해관계를 북한 핵실험의 맥락에서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하자.
美, 전략자산 적극 공유하고 한·미관계 강화 계기 삼을 것
우선 미국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서 북핵문제는 매우 골치 아픈 외교적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핵확산을 엄격하게 금지함은 물론 궁극적으로 ‘핵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 쿠바, 이란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커다란 외교적 업적을 일구었으며, 이러한 여세를 몰아 북한의 비핵화마저 달성하고 싶은 외교적 욕심을 가져볼만 하다. 하지만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기 어려운 미국의 입장에서 또한 한반도 안보 이슈의 경우 미·중관계적 차원이라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석되는 경향을 고려할 때 당장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내는 일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의 해석에 의하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치명적인 안보 위협이고 핵문제의 ‘상황 악화’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중관계의 유지와 동북아 안보질서의 급격한 변화 방지라는 차원에서 추가 핵실험이 ‘상황 악화’가 아닌 ‘현상 유지’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된다. 물론 이러한 해석에 동의할 수는 없다.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우리의 목표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명백한 상황악화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당장의 국면에서 보다 효율적인 국제공조체제를 도출해내고, 뿐만 아니라 미국을 지렛대로 활용해서 중국으로부터 보다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전략적 고려사항을 상정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안정화 및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우리의 조력자다. 따라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은 물론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미동맹 차원의 전략자산을 적극 공유함은 물론, 유엔 안보리 주도의 대북제재안 체결에 적극 동참할 것이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그간 일부 조야에서 제기되었던 한국의 중국경사론과 관련하여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한·미관계의 가치와 필요성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적 목표까지 실현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큰 미 국무 부장관이 잠깐이라도 남중국해 문제 등을 언급한 일은 한반도 문제를 접근하는 미국 전략가들의 복잡한 계산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선이라는 미국 국내정치 일정상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외교 과제의 마지막 블랙홀인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자원을 투입하는 집중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경우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IS(이슬람국가)로 대표되는 중동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고, 4차 핵실험을 한 비이성적인 북한을 상대로 대화의 창구를 열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임기 말의 시점이라 북한 문제에 직접 이니셔티브를 쥐기는 쉽지 않지만, 만약 우리 정부가 국면이 진정된 다음 북한을 상대로 핵문제를 포함한 창의적인 직접 담판에 나설 경우 이러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 경우가 좀 더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만 핵문제를 남북한의 문제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시도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해 올 것인가는 미지수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어떤 의미에서 동북아 지역 각국에 전해진 북한 4차 핵실험의 여파라는 차원에서 일본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자국의 외교환경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고자 시도하고 있다. 한·미·일관계의 맥락과 한·일관계의 맥락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번 기회에 한·미·일 정책공조가 다시 활성화되는 방향성은 바람직해 보인다. 한·미·일이 한반도, 동북아 및 글로벌 사안에 대해서 다양한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최근 몇 년간 이러한 노력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일본 역시 우리의 중요한 협력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안보 차원에서 공통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한·미·일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이루는 일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핵실험으로 한·일 간 기존 아젠다 일거에 사라져선 안 돼
한·일관계 차원으로 좁혀보면 기본적으로는 일본이라는 아시아 내 우리의 핵심 우방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활용하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다만 한·일관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일거에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듯한 형국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2015년 말 한·일 간 극적으로 타결된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사항의 경우 여러 유의미한 본래의 취지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민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부분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향후 한·일관계에서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하는 부분들인데, 이러한 부분들이 북핵 실험이라는 동북아 공동의 안보위기에 직면하여 한·일 간 논의 아젠다들이 일시에 사라지는 듯한 모양새는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 4차 핵실험은 결국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동북아는 물론 글로벌 이슈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외교공간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핵심 국가과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국가의 지위에 걸맞은 외교력을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북핵 실험으로 인해 어렵게 쌓아놓은 우리의 고유한 외교 공간이 위기에 놓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적극 대처하도록 국가적 지혜를 모을 때다. 한·미동맹이라는 우리의 소중한 외교자산과 한·일관계라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외교자산이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들로부터 더욱 신뢰 받는 모습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박인휘 /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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