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북한 핵기술, 어디까지 왔나? 2016년 2월호
특집 | 북한 4차 핵실험, 한반도 격랑 속으로!
Ⅰ. 북핵, 기술적 진화와 위협평가 … 노림수는?
북한 핵기술, 어디까지 왔나?
2016년 1월 6일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4번째다. 4차례 핵실험이 있을 때마다 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1차 핵실험 때는 폭발 위력이 다른 나라의 과거 핵실험 폭발 위력에 비해 적어서 실제 핵폭발이었는지가 논란거리였다. 2009년 5월의 2차 핵실험 때는 1차 때보다는 위력이 커졌지만 여전히 핵실험 위력치고는 작아서 핵실험에 사용된 핵폭발 장치의 설계 수준에 대해 설왕설래하였다.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때는 고농축우라늄이 핵폭발 장치에 사용되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번 핵실험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수소폭탄을 사용했는지가 논란거리다. 핵실험 당일 12시 30분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수소탄 실험을 실시해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번에도 핵실험 위력이 과거 다른 나라의 수소폭탄 핵실험 위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 북한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다수의 전문가는 폭발 위력 등을 감안하여 수소폭탄(Hydrogen bomb) 대신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을 핵실험에 사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실험사례 비교해 폭발위력 작아 수소폭탄 진위 의문
핵무기는 두 가지 핵반응을 이용한다. 하나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은 무거운 핵종이 가벼운 핵종들로 쪼개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분열 반응이다. 나머지 하나는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와 같은 가벼운 핵종이 헬륨과 같은 더 무거운 핵종으로 결합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융합 반응이다.
수소폭탄은 핵분열과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초고온과 초고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소폭탄은 핵폭탄을 사용한다. 수소폭탄은 핵폭탄과 함께 핵융합 반응 원료물질(수소 동위원소 등)을 별도 부품으로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수소폭탄은 일차적으로 핵폭탄을 폭발시켜 내부를 초고온 및 초고압 상태로 만든 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다단(多段)구조다. 전형적인 수소폭탄의 위력은 주로 핵융합 반응에 기인한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 막대한 에너지와 함께 고속 중성자가 대량 발생한다. 이 고속 중성자를 이용하여 핵분열 반응을 추가로 발생시켜 폭발 위력을 높일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핵융합 원료 물질 주위를 우라늄으로 둘러싼다.
최초의 수소폭탄 실험은 1952년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구소련(1953년), 영국(1957년), 중국(1967년), 프랑스(1968년)가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최대 위력의 수소폭탄은 1961년 구소련이 실험한 TNT 50메가톤(5천만t) 위력의 ‘차르 봄바(Tsar Bomba)’다. 다른 나라의 초창기 수소폭탄도 메가톤급 위력이었다.
핵폭탄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다. 핵폭탄의 가장 중요한 설계 특성이며 기폭장치의 종합적 성능지표가 폭발 효율(Explosion Efficiency)이다. 폭발 효율은 핵분열 연쇄반응에 참여하는 핵물질(고농축우라늄, 플루토늄)의 비율이다. 상당한 수의 원자핵이 핵분열을 하면 이로부터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너무 커서 특수 설계를 하지 않으면 몇 셰이크1)만 지나도 핵분열 연쇄반응이 중단될 만큼 핵무기 내부 부품인 코어2)가 팽창하여 폭발 효율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전형적인 내폭형 핵폭탄의 폭발 효율은 20% 이하다. 참고로 1945년 나가사키에 투하된 팻맨(Fat Man)의 폭발 효율은 16%였다. 증폭핵분열탄은 폭발 효율과 위력을 높이기 위해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는 핵폭탄이다. 소량의 핵융합 원료물질을 중심에 두고 주변을 핵물질, 반사체, 폭약 렌즈로 둘러싼다. 먼저 핵분열 반응을 일으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고,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대량의 고속 중성자가 주변 핵물질의 핵분열 반응을 촉진시켜 폭발 효율과 위력을 높인다. 증폭핵분열탄의 위력은 주로 핵물질의 핵분열 반응 에너지에 좌우되며, 핵융합 반응 에너지가 폭탄의 위력에 기여하는 정도는 몇 %에 불과하다. 증폭핵분열탄은 수소 폭탄보다는 위력이 작지만 전형적인 핵폭탄에 비해서는 크다. 1951년 미국에서 실험한 최초의 증폭핵분열탄의 위력은 TNT 45.5Kt(4만5,500t)이었다.
핵융합 반응 활용? 핵폭탄 경량화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아직까지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과 제한된 데이터밖에 없어 이번 핵실험에 대한 전모를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실험 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과 제재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실익이 거의 없는 과거와 같은 종류의 핵폭탄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낮다. 과장이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주장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진일보한 핵폭발 장치를 개발하여 성능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핵융합 반응은 대형 수소폭탄 개발뿐만 아니라 핵폭탄의 경량화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핵폭탄 중량의 대부분을 핵물질의 핵분열 연쇄반응을 발생시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부품과 물질이 차지하고 있는데,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면 이들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핵폭탄의 경량화에 성공한다면 미사일 등의 투발수단에 결합할 수 있게 된다. 폭발 위력이 낮다고 이번 핵실험을 실패로 간주하고 북한의 핵기술 수준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핵융합 반응을 활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의 핵기술이 한 단계 발전했고, 핵폭탄의 미사일 탑재 가능성도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주현 /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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