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2월 1일 0

시론 | 북핵문제, 미신(迷信)에서 벗어나야 2016년 2월호

시론

북핵문제, 미신(迷信)에서 벗어나야

북한은 지난 1월 6일 “수소탄 시험이 가장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담론이 무성하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그 바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사라져 평상으로 돌아가고, 북핵문제는 해결은 고사하고 더 악화된 상황으로 남게 된다. 지난 25년 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러한 일이 되풀이된 배경에는 북핵문제에 대한 미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북핵문제에 대한 첫 번째 미신은 북한이 협상용으로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처음에는 대미협상을 위한 카드로서 핵문제를 활용했던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러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동향을 보면 핵무기 체계 완성을 추구한 것 같다. 미국과의 협상틀이 있었던 그 시기에도 북한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핵무기 체계 완성을 위해 4차례의 핵실험을 해서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했다고 발표했고, 이제는 수소탄까지 개발했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한 그 운반수단인 ICBM은 물론 SLBM 개발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동향은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북한은 궁극적으로는 핵을 가지고 한반도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은 그러한 맥락 속에 있으며 추가적인 실험 자체가 성공 여부를 떠나 기술진보를 보장하는 것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북핵이 협상용이라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게 되었으며, 그러한 전제를 갖고 접근한 해법은 실패했다.

북한 정권 안전 좌우하는 문제로 북핵문제 위상 정립해야

둘째,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비관론이 상당하게 일어나고 있다. 북한의 선전선동이나 현실을 따라다니다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역시 미신이다. 북한은 어떠한 상황에서는 핵을 포기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못했을 뿐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 냉전의 붕괴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김일성 주석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핵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하면서 경제를 재건하고자 했다.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함과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체결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는 안전조치 협정 체결,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임시사찰을 받았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임시사찰 결과에서 나타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 요구와 이에 대한 반발로 북한이 NPT에서 탈퇴함으로써 미국에 의한 군사적 해결 방안이 논의되던 극단의 위기상황에서 김일성 주석은 또다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는 등 핵문제 해결의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김일성 주석이 갑자기 사망했다. 그의 사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극단적 위기상황을 모면한 상황에서 미국과 제네바 협상을 했고 비핵화에 협조하는 것 같았으며,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문제를 다루는 과정을 분석해 보면 북한의 국가이익 특히 정권의 안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으로서는 핵보유보다도 더 큰 이익은 정권의 생존과 안전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를 고집하게 되면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하면 우리는 북핵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핵문제가 미·북 간의 문제라는 것도 미신이다. 북한은 핵문제가 미국과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이 문제를 그렇게 규정하고 출발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북한의 주장일 뿐이다. 북한 핵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주체는 남북한 우리 민족이다. 남북한이 우선적으로 협의해야 하는 문제이고 해결의 단서도 남북한이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제사회의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의 노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다른 나라에 맡겨놓고만 있으면 북핵은 해결되지 않고 시간이 가면서 더욱더 고도화 될 것이다.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한도 어려워지고 북한도 어려워지며 우리 민족은 공도동망(共倒同亡)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국운을 걸고 해법을 찾고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를 움직여야 한다. 다른 어떤 나라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운을 걸겠는가.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해 버리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한국 주도하는 고도의 정치협상 통해 해결의 실마리 찾아야

넷째,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정치적 인정과 군사적 안전 및 경제적 이익을 충분히 제공할 것이며, 핵을 고집하면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군사적으로 압박하며 경제적으로 제재를 가함으로써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법은 결과적으로 미신이 되어 버렸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동맹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며, 국제적 제재 때문에 인민이 굶주려도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합의했던 그런 정도의 유인과 압박으로는 핵을 포기시킬 수 없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써보지도 않았는데, 이제 북핵무시론, 북한붕괴론,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의 전환론, 북핵묵인론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고 그럴 듯 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대안들은 비현실적이거나 무책임하다.

북핵문제와 관련한 이러한 미신에서 벗어나면 제대로 된 북핵문제의 해법이 보인다. 북한의 국익과 정권의 안전을 좌우하는 문제로서 북핵문제의 위상을 정립하고 북한과 고도의 정치협상을 통해 포괄적으로 거래하고 타결하며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협상은 북한의 특성을 아는 그리고 북핵문제에 가장 큰 국익이 걸려있는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법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김천식 / 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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