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3월 1일

인터뷰 | “가장 필요한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 2016년 3월호

긴급진단 | 불 꺼진 개성공단, 파장과 전망은?

[인터뷰]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

가장 필요한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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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 ⓒ연합뉴스

Q.개성공단 가동중단이 결정됐습니다. 시범단지 조성부터 입주한 기업가로서 만감이 교차할 것 같은데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까?

A.개성공단 사업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노동력을 바탕으로 국제적 수준의 투자환경을 조성하여 개성지역을 동북아 생산거점 도시로 육성하고자 하는 목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분쟁지역에 화해와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죠. 시범단지 기업으로 입주하던 2004년 당시는 인건비, 지가 상승 등에 따라 국내 생산이 한계에 봉착한 시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생산기반을 해외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개성에서 희망을 발견한 기업들이 진출을 결심했어요. 정부 차원의 보장이 있었으니 도전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현재 입주해 있는 124개 기업과 5만4천여 명의 북측 근로자는 함께 평화를 생산해왔습니다. 가동중단이 있었던 2013년을 제외하고는 생산액도 꾸준히 증가해왔죠. 가동결정이 중단된 후 개성을 바라보고 있자니 착잡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현재 개성은 전기와 수도 공급이 모두 끊긴 상태로 낮에도 사람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고 빈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암흑만이 감돕니다. 주야 교대 근무를 하면서 항상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던, 정말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곳이었는데 말이죠. 지난 시간 동안 남북관계의 그 어떠한 어려움이 존재해도 개성공단만은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큽니다.

Q.기업을 운영하며 여러 차례 우여곡절과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가동중단 결정에 대한 체감반응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A.그동안 3차례의 북한 핵실험, 금강산 민간인 피격사건, 천안함·연평도 포격사건 등의 영향으로 개성공단에는 크고 작은 위기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특히 2013년 4월에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의 통행을 차단하고 북한 근로자들을 철수하면서 가동이 잠정 중단되었습니다. 이는 착공 10년 만에 맞은 최대 위기였죠. 당시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바라며 국내외 언론을 통해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특별 대책반을 편성했고, 국회 또한 여야 할 것 없이 초당적으로 나서 피해실태를 파악하며 위로와 격려를 전했습니다.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가 북한의 돈줄이기 때문에 절대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없을 거라고 북한을 자극했던 일부 언론과 보수단체들조차 폐쇄만은 막아야 한다며 정상화를 주장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하였고, 북한도 체류인원을 전원 추방하는 가운데 모든 자산에 대한 동결조치를 취했습니다.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에 전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남남갈등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입주기업인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옵니다. 2013년 8월 남북당국은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습니다. 합의문 제1조에 따르면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러한 합의를 믿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급작스러운 중단 결정에 대한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2013년 차량 가득 물품을 싣고 개성을 나오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는 물품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중단조치는 너무도 급작스레 이루어져 원부자재, 시설 등의 반출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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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이번 가동중단에 따른 손실금액은 얼마로 추산하고 있나요?

A.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고정자산 5,688억원, 재고자산 2,464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이 8,152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원청업체의 클레임이나 영업손실에 따른 피해액은 반영되지 않은 액수예요. 생산 중단으로 인한 바이어 이탈,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 납기지연에 따른 소송 등을 감안할 경우 플러스 알파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만 약 2~3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편 개성공단에는 자산규모 10억원 미만의 소기업부터 1천억원 이상의 중견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의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특히 대다수의 기업이 영업이익 5억원 미만의 소기업이며, 입주기업 절반 정도가 개성에만 생산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성 외에 다른 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기업은 대책이 전무한 상황인거죠. 대부분의 입주기업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이와 같이 큰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Q.정부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입주기업들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A.대통령께서는 국회연설을 통해 이번 조치가 북한의 도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이며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였습니다. 또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투자에 대한 90%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장 및 각 부처 차관을 중심으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부합동대책반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진행되는 중소기업청의 1:1 맞춤형지원에 대해서는 기업가들도 좋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 보상의 중심이 되는 경협보험이라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 124개 기업 중 78개 기업만이 경협보험에 가입한 상황입니다. 지난 2013년 가동중단으로 인해 경협보험금이 지급된 적이 있었죠. 이때 보험금을 수령한 기업 중 14개사가 아직까지 약 418억원의 금액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상환 기업 14개사는 당시 직접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채권자인 은행으로 직접 입금되었으며, 시설자금으로 대출했던 상황이라 수령했던 보험금만큼 재대출이 불가하여 미상환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기업들은 보험금을 전액 상환하지 않아 보험 가입이 불가능했고, 투자보장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갚아야 할 채무만 남게 된거죠. 또 현재 경협보험 제도는 투자자산에 대한 보장이 47% 내외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피해에 대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히 교역보험은 가입자가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입주기업인들이 원하는 것은 고정자산 투자에 대한 보전, 유동자산(완·반제품, 원·부자재)에 대한 보전이 이루어져 하루빨리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경협보험 지급은 고정자산 투자에 대한 보전의 일환으로 유동자산에 대한 보전과는 무관합니다. 아무쪼록 조속한 피해실태 조사 후 보험가입 유무와 관계 없이 실효적인 보상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아울러 대체부지 조성을 검토하겠다는 안이 있는데 입주기업인들은 단순 대체부지 조성보다 저임금 노동력 지원이 보장된 공단이 필요합니다. 입주기업 가운데는 노동집약적인 섬유·봉제업이 5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업종은 이미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구조로, 다른 기업들은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습니다. 반면 입주기업은 개성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진출한거죠. 개성공단의 임금은 가동 초기 50달러에서 시작해 현재는 180달러 정도가 됩니다. 여기에 한 시간 남짓의 거리, 동일한 언어 사용, 숙련된 노동자 등도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개성공단과 같은 조건의 공간을 찾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정부에서 내린 결정에 따라 대체부지가 조성된다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저임금 노동력이 보장된 공단입니다. 저임금 노동력이 보장되지 않은 공단은 장기적 차원에서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전기·전자, 화학, 플라스틱, 기계, 금속 등 다른 입주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Q.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할까요?

A.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지금과 같이 국가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의 손실만을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여기에는 124개 기업과 5천여 개 협력업체 직원 수십만 명의 생존이 걸려있습니다. 기업인들은 엄연히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기반을 두어 협력사업 승인을 받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헌법 제23조의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할 때,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걸맞은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길 바랍니다. 기업인들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입주기업인들은 ‘투자액에 대한 90% 실질 보상’ 약속이 지켜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보상이 이루어졌음에도 억지를 부린다고 오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투자에 대한 보상이 50%도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더구나 입주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강구해야 하는 갑작스러운 현실에 놓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선수현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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