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코치가 떴다! | 선생님, 북에서 왔다고요? 2016년 4월호
학교 현장코치가 떴다!
선생님, 북에서 왔다고요?
탈북 선생님들과의 협력수업은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본교에서는 학기별 1회, 학급별 1시간 진행한 바 있다. 대체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기말고사 후 도덕, 진로 시간에 진행하였다. 이때 동일한 주제로 2시간 연강을 하면 분위기가 산만해질 수 있어 학기별로 분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들은 북에서 온 선생님께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수업은 당시 통일단원을 교과에서 배우는 3학년 도덕시간에 진행됐다. 10개 학급별로 1시간씩 탈북한 지 2년이 된 선생님이 강단에 섰다. 그는 자녀 2명과 함께 입국하였는데 탈북 루트와 이유를 생생하게 설명해주었다. 장마당에서 일하며 여비를 마련한 후,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음력 설 무렵, 어두운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경유한 사연이었다. 이어 담당 교사의 질문을 시작으로 “남한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이 뭐예요?”
“탈북한 계기가 있었나요?” 등 학생들도 자유롭게 다양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탈북 선생님의 “24시간 환하게 불을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는 답변에 아이들은 평범하게 누리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또 “남편이 병으로 죽고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차가운 두만강 얼음 위를 걸었다.”라는 말을 하자 한 여학생은 “한 번 안아봐도 될까요?”라며 부끄러운 듯 선생님을 꼭 안아주었다. 이후 전체 학생들이 모두 선생님을 꼭 안아주며 “잘 사시길 바랄게요.”라는 덕담을 나누며 교실에는 잔잔한 감동이 흘렀다.
두 번째 수업은 1학년 ‘창의적 체험 활동’ 진로 시간에 진행됐다. 2개 학급별 1시간씩 탈북한 지 8년 된 선생님이 들어섰다. 그러나 1학년은 교과 과정상 통일에 관하여 배우지 않아서인지 의도했던 수업 목표와는 괴리가 있었다. 또 선생님의 남한 체류 기간이 길어서일까. 학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다소 신선함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선생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한 체류 기간이 짧을수록 학생들과의 수업 상호작용과 호응도가 큰 것 같았다. 또 이들이 얼마나 열정을 갖고 강단에 서는지에 따라 수업의 만족도가 좌우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특히 선생님의 강연 내용과 연계된 동영상을 본다면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동영상을 시청하며 생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직접 들을 수 있어 효과적이다. 본교 수업에서는 탈북 이유와 루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탈북 루트에 대한 케이블 채널의 동영상을 시청했다.
이러한 수업 진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해 객관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탈북 선생님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때는 지역별 통일교육센터를 활용하면 된다. 통일교육원 홈페이지 ‘알림마당’ 항목에서 지역통일교육센터를 검색할 수 있다.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는 데 학교 예산지원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때는 시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혹은 일부에서는 무료로 수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기도 하니 참고가 됐으면 한다.
김해경 / 대구 북동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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