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외우기만 할거야? 응용력을 기르자! 2016년 4월호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1등은 누가 했나>
외우기만 할거야? 응용력을 기르자!
<1등은 누가 했나>는 15분 길이의 인형영화로 군중창작현상모집 당선작품이다. 교과서를 달달 외우기만 할 게 아니라,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응용력을 넓혀 배우자는 것을 주제로 한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교과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응용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에서도 행해지는 암기식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것을 강조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꼴꼴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신나게 집으로 가고 있었다. 꼴꼴이는 학습경연 대회에 뽑혀 신이 났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형 꿀꿀이에게 자랑했다. “형! 나 학습경연에 뽑혔어.” 꿀꿀이도 동생이 대견했다. “그래, 정말 잘 되었구나. 자신 있니?”, “응 자신 있어. 꼭 1등을 하고 말거야.” 꿀꿀이는 동생 꼴꼴이가 학습경연 대표로 선발된 것을 축하해 주었다.
“외우는 게 제일이야”
꼴꼴이는 학습경연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배운 것을 복습했다. 꿀꿀이가 함께 학교에서 배운 것을 물어 보았다. “물은 온도 100도에서 끓는다. 물이 끓으면?” 꼴꼴이가 배운 내용을 말했다. “김이 되어 날아간다. 물은 온도 0도에서 언다. 물은 얼면 부피가 불어난다.” 꼴꼴이는 학습장에 있는 내용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꿀꿀이가 다른 문제를 내려고 했더니 꼴꼴이는 그 내용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까지 맞추었다. 꿀꿀이는 동생이 기특했다. 선물로 사과를 주면서 물었다. “자, 너 페이지까지 다 암송했니?”, “응. 지금 검둥이도 한창 배우고 있을 거야.”, “뭐? 검둥이도 뽑혔어?”, “응. 하지만 문제없어!” 꼴꼴이는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꼴꼴이와 꿀꿀이 형제가 학습경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검둥이가 찾아왔다. 검둥이가 꼴꼴이를 찾아 온 이유를 말했다. “우리 학습반에서 실험을 해보자.” 꿀꿀이는 학습반에서 실험하자는 검둥이의 말을 듣고는 단번에 반대한다. “실험은 무슨, 책대로 외우면 되는 걸.”, “외우는 것은 나도 다 외웠지.”, “그럼 외워 봐.”, “물은 백도에서 끓는다.”, “야! 온도라는 말은 왜 없어? 그것도 모르면서.” 꼴꼴이가 검둥이를 핀잔했다. 교과서에서는 ‘물은 온도 100도에서 끊는다’고 적혀 있는데 온도라는 말을 빼먹었으니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외워봐.”, “그 다음. 끓는 물은 김이 된다.”, “틀렸어. 물이 끓으면 김이 되어 날아간다. 외우지도 못하면서 토론할 게 있니? 외우는 게 제일이야.” 학습장에 있는 내용대로 외운 꼴꼴이가 검둥이에게 한 마디 하였다.
시간이 지나고 학습경연 날이 되었다. 경연장으로 가는 꼴꼴이를 마중 나온 꿀꿀이가 격려했다. “이번 경연에서 꼭 1등 해야 돼.” 검둥이 형도 검둥이를 배웅하러 나왔다. 검둥이 형은 검둥이에게 “침착해야 한다.”고 격려해 주었다.
학습경연이 시작되었다. 1차 경연에서 꼴꼴이는 10점 만점을, 검둥이는 9점을, 야웅이와 깡충이는 각각 8점을 맞았다. 2차 경연이 시작되었다. 2차 경연문제는 응용문제였다. 경연문제는 ‘물로 병을 깨고 깨진 병과 병을 깬 물을 보자기에 싸오시오’였다. 경연장소도 실험실로 바뀌었다.
한편 꼴꼴이가 1차 경연에서 10점을 맞았다는 소식은 꿀꿀이에게도 전해졌다. 소식을 들은 꿀꿀이는 동생 꼴꼴이가 1등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푸짐한 잔칫상까지 준비해 버스를 맞이하러 나갔다. 도착한 버스 문이 열리고 커다란 ‘1등 상’이 내려졌다. 상에는 ‘다래동산 검둥이’라고 쓰여 있었다.
“책에는 물로 병을 깨라는 말이 없어 못했습니다”
꿀꿀이가 꼴꼴이를 찾았다. 꼴꼴이는 풀이 죽은 채 앉아있었다. 꿀꿀이가 어찌된 사연인지 물었다. 첫 시험에서는 꼴꼴이가 1등을 하였지만 두 번째 시험에서는 90분 동안에 주어진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것이다. 꼴꼴이는 책에서 배운 내용을 아무리 외어보아도 ‘물로 병을 깬다’는 내용이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꼴꼴이와 달리 검둥이와 깡충이는 물의 성질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깡충이는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물을 끓였고, 검둥이는 ‘물은 0도에서 언다’는 성질을 이용하여 물을 얼렸다. 깡충이는 끓는 물을 유리병에 부었다. 그러자 유리병이 깨졌다. 반면 꼴꼴이는 수돗물을 세게 틀어 놓고는 유리병을 깨뜨리려 하였다. 하지만 수돗물로는 유리병을 깰 수가 없었다. 시간이 되어서 경연에 참가했던 친구들이 결과를 발표하였다.
꼴꼴이가 먼저 발표했다. “선생님, 책에는 물로 병을 깨라는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못했습니다.” 이어서 야웅이가 발표했다. “전 병을 깼습니다. 병에 끓는 물을 넣었더니 깨졌습니다.” 염소 선생님이 물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야웅이는 “물을 어떻게 보자기에 싸옵니까? 그래서 손에 담아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검둥이 차례가 되었다. “저는 유리병에 물을 가득 넣고 마개를 꼭 막은 다음 냉장고에 얼렸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얼면서 병이 깨졌습니다. 그것은 물이 얼면서 부피가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검둥이는 책에 있는 내용을 응용해서 깨진 병과 얼은 물을 보자기에 담아 왔던 것이었다.
꼴꼴이의 이야기를 들은 꿀꿀이는 자신을 나무랐다. “이게 다 내 잘못이야. 책만 졸졸 외우는 것을 덮어놓고 칭찬만 했으니…”, 꼴꼴이도 반성하였다. “이제부터 나도 책만 졸졸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부하겠어.” 이후 꼴꼴이와 검둥이는 교과서도, 실험도 열심히 하는 진짜 공부를 시작했다.
전영선 / 건국대 인문학연구단 H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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