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4월 1일

통일한국포럼 | 고강도 대북제재 국면, 출구전략은 무엇인가? 2016년 4월호

2차 통일한국포럼

고강도 대북제재 국면, 출구전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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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 개최된 제2차 통일한국포럼.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최종건 연세대 교수,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참여했다.

‘합리적 보수와 대안적 진보의 만남의 장’을 추구하는 ‘통일한국포럼’이 지난 3월 17일 ‘대북제재 이후 출구전략은? : 새로운 남북관계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제2차 회의를 개최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이 좌장으로 회의를 진행한 가운데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최종건 연세대 교수와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하여 최근 유엔의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분석과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을 논의했다.

이날 손재식 통일한국포럼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다양한 외교적 상상력을 발휘해 국익에 기초한 최선의 선택을 도출한다는 의미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과정”이라며 “지금까지의 정책이 북핵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통일·외교·국방정책을 모두 엮어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가며 논의 주제는 최근 핵실험 등을 통한 북한의 의도 분석으로 시작됐다. 김석우 원장은 “(북한의 핵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안전을 유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쪽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보유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영희 대기자 역시 “인도가 5차, 파키스탄이 6차 핵실험을 한 후 핵보유국이 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북한은 2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이후 평화와 비핵화, 종국에는 북·미수교 등을 논의하자는 전략”이라고 밝혀 북한이 핵을 통해 미국에 대한 소위 ‘공포의 균형’을 이룬 다음 향후 대미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을 내놨다.

북핵불용 원칙만 고수 하는 사이 핵능력 신장돼

결과적으로 그간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핵보유를 향한 북한의 집요한 전략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고, 총체적인 반성과 함께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패널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특히 최종건 교수는 “그간 북한의 핵정책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유도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제재와 압박, 그리고 고립을 중심으로 한 정책적 효과만 신봉하고 있었던 셈”이라며 “북핵불용이라는 원칙만 고수하고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사이에 북한의 핵능력은 한층 더 신장되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역대 최강 수준으로 평가되는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되며 국제사회의 북한 옥죄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최 교수는 “유엔의 대북제재에 담긴 두 가지 의미, 즉 제재의 책임과 대화의 의무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북핵문제에 대한 1차적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이번만큼은 중국이 제재의 책임을 질테니 대화의 연결고리는 미국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제재의 기간이 길어지면 결속력 약화와 함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재와 대화의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이 ‘강 대 강’ 구도를 지속하며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지면 중국의 대북제재 의지는 필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에 끌어들여 현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서울사무소장은 환영사를 전한 가운데 “이 번 제재에 따라 평양주민들의 신경이 매우 예민한 상태로 보이며 북한 당국은 5월 당 대회를 앞두고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최근 방북한 직원의 말을 인용하며 북한 의 동향을 이야기했다. 사진은 재단 측에서 방북 당시 촬영한 ‘70일 전투’를 강조하 는 평양 거리의 모습

이날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서울사무소장은 환영사를 전한 가운데 “이번 제재에 따라 평양주민들의 신경이 매우 예민한 상태로 보이며 북한 당국은 5월 당대회를 앞두고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최근 방북한 직원의 말을 인용하며 북한의 동향을 이야기했다. 사진은 재단 측에서 방북 당시 촬영한 ‘70일 전투’를 강조하는 평양 거리의 모습

평화협정 시 ‘2+2’ 관철 가능하도록 외교역량 총동원해야

반면 중국이 현재 국면을 안보적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변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정세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인택 교수는 “중국이 경계하는 것은 북한의 핵개발 자체가 아니라 이것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 한반도 정세를 불확실하게 끌고 가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마냥 중국의 선의에 기댈 수는 없고 스스로 안보적 계산에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면서 “경험적으로 보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움직였을 때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한국이 이를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향후 한반도 정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방안으로 패널들은 강대국 간 벌어지는 국면 전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줄 것과 받을 것’을 명확히 선정해 주도면밀한 북한 비핵화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희 대기자는 “지난 2월 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을 가진 뒤 북한 핵문제를 평화협정과 병행해 풀자고 제안했고 케리 장관 역시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논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 우리 정부의 ‘북한의 비핵화가 최우선’이라는 원칙적 입장과 충돌하는 것”이라면서 “미·중 사이에서 양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가운데 평화협정이 진행된다면 반드시 남북한과 미·중이 서명하는 ‘2+2’ 방식을 관철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강도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태 해결의 핵심적 열쇠를 지닌 미국과 중국이 물밑에서 조율하고 있는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종건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6자회담을 통한 핵협상이 유일한 경로임을 북한에게 확신시키는 것”이라면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려면 북한의 존재를 위협하는 캠페인은 접어두고 인센티브와 체벌 패키지를 정확히 마련해 동시에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 교수는 “IAEA 사찰단의 입북이 이뤄지면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인센티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약속이 진행되지 않으면 체벌적 성격의 더 강한 제재를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세밀하게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제재조치 이행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을 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대(對)중국 외교 역량 강화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인택 교수는 “지금까지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대북제재와 관련해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추적하지 않아 결국 느슨해진 경우가 많았다.”면서 “정부가 태스크-포스팀(TF)이든 다른 형태가 되었든 확실하게 점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석우 원장은 “여전히 북한의 팔을 비틀 수 있는 것은 중국뿐”이라며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중국을 설득해 움직이면 이번에는 과거 중국의 모습과 다른 행보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회의를 마무리 하며 강인덕 전 장관은 “현재 상황을 보면 북한에 대한 제재가 중심이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대화의 창구를 완전히 닫아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기점으로 북한 내부 상황을 살펴가며 적절한 설득을 할 수 있다면 첨예한 위기 국면의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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