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안보위기는 통일기회, 적절한 시기에 대화 물꼬 터야 2016년 4월호
특집 | 초강력 북한 옥죄기 돌입 … 핵심 포인트는?
안보위기는 통일기회, 적절한 시기에 대화 물꼬 터야
북한의 핵실험 감행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고조된 안보위기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거듭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는 전례 없이 강력한 조치들을 망라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중국 등도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전후로 대북제재를 전방위적으로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3월 8일 해운 제재와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 등 독자제재 조치를 발표하였다. 북한은 최고 수위의 제재 결의안 채택과 최대 규모의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핵탄두 경량화 성공을 주장하였다. 오는 5월 초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도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역대 최고 수준의 유엔 안보리 결의 및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등은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틀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재외공관장들이 주재국 내 안보리 결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연합
북한 정권교체나 외과수술식 공격 등 위험한 주장 경계해야
북한은 지금까지 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에 대한 처방을 놓고 벌어진 미·중 간 엇박자와 갈등을 최대한 이용하여 왔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지속 발전시켜 왔다. 북한은 곧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핵위기는 남북한은 물론 미·중·일·러 등 관련국 모두가 존망(存亡)의 게임을 하는 ‘국제정치 체스판’ 속에서 잉태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 조치로는 고도로 복잡하면서도 위험한 위기국면을 헤쳐 나갈 수 없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정권교체(regime change)’나 ‘외과수술식 공격(surgical strike)’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제정치 현실이나 그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할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주장으로 판단된다. 핵무장론도 북핵문제를 한국 핵문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을 도외시 한 이와 같은 주장이나 조치들은 한반도에서 핵전쟁까지 유발할 수 있는 개연성까지 있다. 다만 이는 미·중에게 북핵문제를 조금 더 진지하게 다루라는 시그널은 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은 크게 보아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중국의 대북제재’ 실패의 결과물이다. 미·중은 북핵문제 해결보다는 이를 이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목이 마른 한국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하여 북한이 본질적으로 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북한을 제재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하면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는 결국 외교를 통해 푸는 수밖에 없다. 북한 핵문제 해결은 미·중 두 나라의 전략적 행보에 대한 명백한 이해와 냉철한 판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중 두 나라 가운데 어느 한 나라와 심각하게 갈등해서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중이 북핵문제를 자국 이익에 맞게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THAAD) 문제를 잘못 다루면, 북핵 문제가 사드 문제로 대치될 가능성조차 있다. 현재의 위기는 분단체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므로 우선 북한 관리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미·중의 이해관계를 조화시켜 한반도 분단체제를 견고한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 논의만 있었지 평화체제 논의는 없었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실현하는, 지금까지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결사항전 태세인 북한은 손들고 나오기보다는 오히려 핵탄두 경량화 성공 주장 등으로 반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병행 추진이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 요구가 관철될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은 동시에 추진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北 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 실현할 새로운 길 모색해야
북한의 거듭된 도발이 야기한 남북 긴장이 한반도 위기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신냉전’의 도래라는 거대한 국제질서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한 국제정치 세미나에서 ‘통일 원코리아(one Korea)가 북핵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원코리아가 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국제협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우선 통일을 국정목표로 정하고, ‘한반도 비핵화 평화통일 비전’에 대한 미·중 포함 국제사회의 공감과 협력 확보를 위해 통일비전 외교를 전개하여야 한다. 현재의 안보위기를 통일기회로 삼아 적절한 시기에 남북대화 물꼬를 터서 남북관계 개선의 관문 역할을 해왔던 개성공단 사업도 발전된 형태로 재개하여야 한다.
북한 주도의 핵·미사일 장(場) 대신에 통일한국이라는 새로운 장(場)을 펼치는 방법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현재의 대북 강경조치는 안보위기 확산을 저지하는 과도적 수단은 될 수 있으나,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국방개혁을 통해 핵무기 등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 확보와 함께 인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킬 수 있는 창의적 외교, 그리고 분열된 우리 사회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북한은 지금 어쩔 수 없이 시장화의 길을 밟고 있다. 변화할 수밖에 없는 북한 상황도 고려한 새로운 통일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통일이란 결국 압도적 경제력에 기초한 한국의 자유민주체제가 북한의 수령독재체제를 대체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경제 발전과 함께 민주화도 성취한 한국 체제가 북한 역시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라는 인식을 갖게 되도록 북한 주민을 배려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원코리아 통일비전 외교가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정책에 대한 우리 국민 모두의 거국적인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정태익 / 한국외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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