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대북제재 국면 속 미·중 주고받기 예의주시 해야 2016년 4월호
특집 | 초강력 북한 옥죄기 돌입 … 핵심 포인트는?
대북제재 국면 속 미·중 주고받기 예의주시 해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미·일 3국에게 북한의 핵무기 실전능력 보유가 임박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한국과 일본에게는 북한의 국지도발 위협이 국민 전체의 존망을 위협하는 차원으로 비화되었다. 미국에게는 미국 주도의 핵확산방지 레짐과 한반도 및 동북아 질서를 훼손할 뿐 아니라 이제는 본토의 국가안보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되었다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
이에 따라 3국은 강력한 대북 보복과 제재로 대응했다. 한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 결의 도출을 촉구하면서 개성공단 전면중단과 사드 배치 검토, 그리고 안보리 제재 이후 북한 방문 선박 한국 입항 금지 등의 독자제재로 대응했다. 일본 역시 강력한 안보리 제재 도출을 도모하면서 북한 주민과 선박 입항 금지뿐 아니라 조총련 송금 제한과 북한 방문 3국 선박 입항 금지 등 독자제재도 가했다.
미국은 안보리 제재를 주도하고, 미 의회가 하원과 상원을 오가면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채택한 대북 제재법안에 따라 인권 탄압자, 사이버공격 관련자뿐 아니라 북한의 광물·에너지 분야 거래 관련자와 북한 근로자 송출 관여자 및 기업까지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특히 미국의 조치는 북한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대북제재를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감시·규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나라가 한결같이 북한의 도발적 행위를 강력히 응징하고 북한 지도부의 자금줄을 옥죄는 조치를 가했다. 또한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그간 일부 느슨해졌던 3국 간 안보협력도 긴밀해질 발판과 동력을 마련한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나라의 전략적 이해관계의 우선순위는 일치하기 어려우므로 대북제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3국 간 지속적인 조정과 협력이 요청된다. 세 나라의 이해관계에 입각한 구상과 전략을 검토하면서 향후 한국의 합리적인 대북전략을 모색해본다.
한·미·일, 긴밀한 안보협력 발판 마련했지만 …
우선 미·일동맹을 발판으로 삼아 집단자위권을 내세우면서 자위대를 정상적인 군대로 전환시킨 뒤 재무장과 역할 확대 그리고 헌법 개정을 모색하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은 북한의 연속적인 도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계기로 미국과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고 국방력 강화와 자위대 역할 확대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북한 갈등과 전면 대립 국면이 조성되자,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강제 동원을 계속 부인하고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주장을 교과서에 게재했다. 나아가 북한의 위협 증대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후원 하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하여 가능하다면 한국을 반중 전선의 첨병으로 내세우고 싶어 한다. 특히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여 한국을 사실상 한·미·일 3각동맹의 틀 속에 얽어매 미·중관계는 물론이고 중·일관계에서도 한국이 중국 편을 드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 동시에 만일 북한이 납치자 문제에서 획기적으로 가시적인 양보를 행할 경우에는 아베 총리가 급속히 대북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하면서 북한과 타협하여 한·미·일 공조를 와해시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태평양 건너편에 위치한 미국은 비록 초강대국이지만 대북정책을 독립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동북아시아 전략의 틀 속에서 구상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대중정책, 대일정책, 한·미동맹이 다 같이 고려되겠지만 특히 미국에게 중요한 것은 미·중관계다. 현재까지 미국이 누려온 패권적 지위의 장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도발을 일삼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며 실험하는 것은 동북아 안정을 해치고 비확산 레짐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는 큰 골칫거리지만,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포함한 군사력 위주의 미국의 동아시아 영향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유지하게 해주고 중국 인접 국가들을 미국 편에 서도록 해주며 중국을 압박하는 명분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그리고 비확산 레짐을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중국에게도 성실하게 대북제재와 압박을 가하라고 촉구하면서 한·일 안보협력, 한·미동맹, 미·일동맹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무기판매 증대도 부수적으로 얻는 이득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고강도 대북제재 도출이나 중국에 대한 대북 압력 증강을 종용하기는 하지만 이에 집중하여 총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중국이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면 적당한 선에서 이를 수용하고 다른 양보를 얻어내곤 하는 것이다. 지난해 내내 한국에 사드 배치를 집요하게 종용하다가 정작 한국 정부가 배치 논의를 발표한 뒤에는 중국의 강력한 항의를 받자 “사드 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선으로 후퇴하면서 다른 부분에서 중국과의 타협을 모색한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은 한국에게는 북한 문제가 제일 중요하지만 미국에게는 중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동북아에서 상대적 약자인 한국이 지나치게 입장을 고정한다거나 서두르면 이들 강대국들의 대외정책에서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제재는 북한을 핵협상장으로 복귀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하면서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의 동시병행 개최를 주장했고 미국 역시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미·중, 6자회담 및 평화협정 협상 동시개최 합의할 수도
이에 더해 북한이 핵실험 직전 미국에게 평화협정 협상을 제안했고 미국이 비핵화 협상이 동시 진행되면 응할 수 있다고 답하자 북한이 거부했다고 뒤늦게 보도된 점도 유념해야 한다. 요약하면 현 단계에서 미국은 고강도 대북제재를 도출하고 시행하는 데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중국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면 머지않아 북·미·중 3자가 6자회담과 평화협정 협상의 동시개최에 합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제까지의 대화와 압박 간 균형을 유지하는 대북정책을 버리고, 제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며 북한의 버릇을 고치거나 아니면 북한의 체제가 전환될 수밖에 없도록 하겠다는 강경정책으로 전환한 듯하다.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서 최강도의 대북제재 도출을 위해 매진하고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넘어 가능한 최고도의 대북 독자제재를 가하면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자, 북한 정권은 핵과 방사포 공격을 통해 청와대부터 섬멸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절대무기인 핵무기를 이미 가졌거나 아니면 조만간에 보유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소형화한 핵탄두로 공격을 감행할 능력과 의지를 과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 발의 핵탄두로도 서울 대부분을 불모지로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더구나 한국은 핵무기도 없고 핵공격을 억지하는 것도 독자적으로는 불가능한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인구와 산업 등에서 국력의 절반이 위치한 수도권이 북한 화력의 사정권 하에 있고 한국과 달리 북한은 병사나 주민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면 먼저 핵과 미사일, 장사정포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핵억제력 확보 우선 … 창의적 제안으로 국제 협상 주도해야
먼저 우리의 핵개발은 미국의 반대와 한국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 남한 전역을 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이 600기 이상이고 이동식 미사일발사 차량이 150대 이상이므로 사드나 킬-체인은 효력이 제한적이다. 결국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억지력은 냉전시대 미·소 간에 적용되던 상호확증파괴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방법으로는 한반도비핵화선언으로 철수했던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을 한국 항구에 상시 정박시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것도 어려우면 북한의 남침 시 ‘헌법적 절차에 따라서’ 도와주게 되어있는 한·미 상호조약의 허점을 보완하여 북한의 핵공격 시 미국이 ‘자동적이고 즉응적으로’ 평양을 핵으로 공격할 것을 보장하는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쿠바-미국 관계 정상화, 리비아의 WMD 포기, 이란 핵협상 타결 등의 전례는 제재만으로는 수십년이 지나도 우리가 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정부가 북한 문제의 근원인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인내심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전술했듯 북·미·중 3자가 6자회담과 평화협정 협상의 동시 개최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오히려 우리 정부가 핵억제력을 확보하여 자신감을 회복한 뒤 창의적인 제안을 마련하여 국제 협상을 주도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평화협정 협상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할 것이 분명하지만 이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군사력에 대해서는 남한과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감안하여 남·북·미 3자가 합의로 정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요구된다. 북한이 검증가능하게 핵을 포기한다면 평화를 회복한 뒤 호혜적인 경협을 증진해가면서 40배 우월한 한국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대박’이 되는 평화통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신념이 필요하다.
특히 6자회담-평화협정을 동시 추진해 성과를 거두어 가면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의 제도적 정착은 물론이고 우리가 피하기 어려운 딜레마라고 하는 미·중 경쟁 속에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의 동시병행 및 유지·발전도 손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자신감에 입각해 전향적이고 능동적으로 외교를 주도해가면 국가안보의 총체적인 위기도 대박통일을 달성하는 민족 웅비의 희망찬 비전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홍현익 /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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