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4월 1일

특집 | “큰 타격이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아” 2016년 4월호

특집 | 초강력 북한 옥죄기 돌입 핵심 포인트는?

·중접경 현장분위기

“큰 타격이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아”

최근 중국의 투자 자본으로 건설된 북한 신의주 내 고층 아파트. 지난 2월 3일 중국 단둥시 진흥구 압록강철교 인근에서 촬영했다.

최근 중국의 투자 자본으로 건설된 북한 신의주 내 고층 아파트. 지난 2월 3일 중국 단둥시 진흥구 압록강철교 인근에서 촬영했다.

개혁·개방 이후 법치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용어가 “위에는 정책이 있고,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정부의 법치 정책이 지방정부에서 왜곡되어 인치 대책으로 변하는 일종의 정책환류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컨센서스가 국경 지역에서 지방정부 및 무역업자, 밀수꾼, 주민(화교, 조선족) 등에 의해 변질되는 상황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강경한 제재에 맞서려는 생존 욕구라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필자는 약 10년간 주기적으로 중국에 체류하면서 한반도 분쟁과 중국의 개입이라는 중대 국면에 대하여 중국과 북한의 변방에서 중하부충의 삶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최근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한반도 운명을 결정하는 역사적 순간에 북·중접경에서 미시적인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2월의 단둥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이하여 축제분위기였다. 연일 불꽃을 터뜨렸고, 거리에는 선물을 한 아름씩 들고 친척과 직장상사, 친구 등에게 새해인사를 다니는 중국인으로 북적였다. 모두들 명절을 만끽하고 있었다. 마침 맞은편 신의주의 땅도 설날과 함께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을 맞이하여 며칠 밤 연속으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매우 드물게 국경 양측이 불을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단둥 세관과 물류창고도 양국의 최대 명절을 맞이하여 물동량이 증가했다. 춘절과 김정일 생일을 맞이하여 북·중 물류량은 증가하고 여행객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으로 1년 중 가장 바쁜 날을 보내야 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다 통과하지 못한 차량들은 발을 동동거리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의주의 1일 관광도 춘절을 맞이하여 국경지대에 온 중국 남방인에게 최고의 인기여행 상품이 되었다. 최근 2~3년 사이 신의주에는 고층 아파트가 새롭게 우뚝 섰다. 이는 중국인 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북한산 광물 수출가, 제재 이전부터 이미 바닥 수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가 정식으로 발표된 이후 보름 동안 북·중 무역에서 큰 동요는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석탄과 철광석의 대중 수출이 중단되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많은 생필품들이 여전히 압록강 철교를 통해 북한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에 인도주의적 물품은 예외조항으로 금수조치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체 수출에서 광물, 특히 무연탄·철광석의 비중은 60% 이상을 차지하여 광물 수출을 제재하면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제재 이전부터 광물 수출 가격은 바닥이었다. 석탄 1t 가격만 하더라도 2015년 1월까지 62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42~43달러 수준이다. 예전에 120~130달러까지 갔으니 지금은 가격이 1/3으로 토막난 것이다.

이미 북한 당국 내부에서 중국에 수출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장성택도 중국에 석탄을 80달러에 수출해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은 42달러라니 그 심각성은 알만하다. 현재는 중국에 결제해야 할 대금이 남아있는 북한 무역회사만 무연탄을 수출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환경기준 강화로 인해 북한 무연탄 수출은 이미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중국 당국이 2015년부터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북한산 무연탄에 대한 검사기준과 대응조치를 크게 강화하면서 기준 미달인 북한 무연탄의 반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더불어 북한의 광물을 운반하는 선박도 선박의 실제 주인이 북한 사람이 아니고 중국 혹은 제3국인인 경우가 많았으며, 북한 선박 자체가 원래부터 국제항에 입항 가능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들 선박은 규제가 덜한 곳, 예를 들면 산둥성의 일조항이나 단둥항 등을 이용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제재가 있다고 해서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미 국제광물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2016년 북·중 광물거래의 축소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만성적인 제재를 겪고 있었고, 특히 ‘고난의 행군’을 겪어서 그런지 국경에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서방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대북무역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만성적인 제재에 따라서 강한 내성이 있는 것 같다. 북한과 관계를 맺어온 중국 사람들에 따르면 제재 국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신의주특구를 개발하려고 했던 ‘양빈’과 같이 공식무역을 통해서 대규모 투자를 하려고 했던 중국인은 제재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에 투자하려고 해도 투자자 모집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은 분명 일정 부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한 북·중 국경은 비공식 경제가 공식 무역의 몇 배에 이른다. 공식 무역은 기본적으로 ‘신용장’ 등을 개설하는데, 북·중 국경지역에서의 무역은 신용장 개설과 같은 국제무역의 일반적인 관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북·중 무역은 국가 간의 무역이 아니라 변경 무역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제재 속에서 살아왔다

북·중 무역을 하고 있는 북한 사람들 역시 “우리는 언제나 제재 속에서 살아왔다.”면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이들 북한 무역상들은 중국이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고도 말한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서 일본 사람들하고 사업을 하려고 하면 중국을 껴서 합작을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서 중국 사람의 명의를 빌려서 일본 사람들과 거래하면 된다는 것이다.

압록강·두만강 지역은 공식 무역보다 별도로 비공식 무역이 훨씬 많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북·중 경제협력과 무역에서 광물 분야는 타격이 있지만 그 외 분야는 상당히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북제재가 북한에 큰 타격인건 분명하겠지만, 결정적인 타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한국 정부에서 예상하는 것보다는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 된다. 그러나 2009년 이후 회복 국면에 있는 북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인민생활, 특히 중하층 이하의 계층은 상당부분 경제적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이 /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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