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역대 최강 안보리 결의 2270호 … 실효성, 중·러 행보에 달려 있어 2016년 4월호
특집 | 초강력 북한 옥죄기 돌입 … 핵심 포인트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유엔 안보리가 지난 3월 2일 채택한 대북제재 조치 2270호 결의안은 전례가 없는 역대 최강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과거 이라크 등지에서 막대한 인도주의적 부작용을 유발한 ‘전면적 제재’에서 일반 주민이 아닌 고위층만을 겨냥한 이른바 ‘스마트 제재’로 패러다임이 바뀐 이래 유엔 차원의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결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지하듯 한·미·일을 포함해 EU와 호주 등에서도 독자적 대북제재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사회의 북한 옥죄기는 이전과 달리 매우 강력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심적인 열쇠를 쥔 중국과 함께 결의안 채택 마지막까지 손익을 따진 러시아의 향후 행보가 여전히 불투명해 실효성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270호 결의안의 주요 내용과 함께 핵심 관련국의 입장과 전략을 살펴보고 향후 정세 변화에 대해 전망해본다(편집자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3월 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달러화와 물품의 유입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내용의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연합
역대 최강 안보리 결의 2270호 … 실효성, 중·러 행보에 달려 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3월 3일 만장일치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초강력 제재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담은 결의”라면서 “이번 결의가 앞으로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모든 유엔 회원국들과의 협력 등 필요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달러화와 물품의 유입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의 금지품목 거래를 봉쇄하기 위해 북한행(行) 또는 북한발(發) 화물이 육로·해로·항로로 회원국을 지나갈 경우, 화물에 대해 반드시 전수조사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금지품목 적재가 의심되는 항공기의 회원국 이·착륙 및 영공 통과를 불허하고, 불법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서도 회원국 내 입항을 금지하면서 북한 해운업체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31척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새 결의안, 北 핵·미사일 개발 자금·물품 전방위 차단 초점
북한의 석탄·철·철광의 수출은 민생 목적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며, 금·바나듐광·티타늄광·희토류의 수출은 전면 금지했다. 또 로켓 연료를 포함한 대북 항공유의 판매·공급을 금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요구에 따라 북한산(産)이 아닌 외국산 석탄이 북한 나진항을 통해 수출되는 것은 인정했고, 외국에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북한의 민항기에 한해 필요할 경우 재급유를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새 제재안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자금조달에 직접 관련된 국방과학원, 청천강해운, 대동신용은행,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군수공업부, 정찰총국, 39호실 등 12개 단체와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 이만건 군수공업부장 등 16명의 개인을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가 부과되는 제재 대상으로 새로 지정했다. 제재 대상이 단체 32개와 개인 28명 등 총 60곳으로 늘었다.
여기에다 북한 은행이 유엔 회원국 내에 지점·사무소를 새로 열지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기존의 지점도 90일 안에 폐쇄하고 거래활동을 종료하도록 했다. 또 유엔 회원국의 금융기관이 북한에 지점·사무소·은행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인도지원, 외교관 활동 등 예외를 제외하고는 90일 안에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기존 사무소와 계좌를 폐쇄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외교관이 제재 위반·회피에 연루되면 외교특권을 적용하지 않고 추방토록 했으며, 이런 북한의 행위를 도운 외국인에 대해서도 추방을 의무화했다.
액면상 이번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그 어느 때보다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박 조사나 광물 수출의 제한, 은행 지점의 폐쇄 등은 북한의 경제활동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재 결의안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다양한 수정을 요구했던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이 필수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개성공단의 폐쇄로 완전 차단된 상황에서 북한 무역의 거의 전부가 이 두 국가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단 두 나라 모두 제재 결의안 이행에 동참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중국 훙레이 대변인은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 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결의안이 전면적이고 성실하게 집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러시아도 이번 제재 결의안의 필요성에 공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도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줄을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모든 당사자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하려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제재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중국도 이번 조치에는 적극 동참하는 모양새다. 중국 산둥성 르자오항은 북한 화물선 그랜드 카로호가 3월 초 입항하려고 했지만 정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 선박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목록에 오른 31척의 배 중 하나다. 또 북한의 퍼스트 글림호(이전 선박명 던라이트호)는 3월 초 입항 허가를 기다리며 상하이 인근 양쯔강 어귀 바깥쪽에 머무르다가 결국 허가를 받지 못해 원산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해상을 통한 교역 뿐 아니라 육로교역도 타격을 입고 있다. 훈춘시 취안허 통상구는 북한 원정리를 거쳐 나선 경제특구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평소 주변 도로 1~2km까지 화물차량이 도로를 메웠다. 하지만 이제는 트럭 10여 대만이 통관절차를 기다릴 정도로 통행량이 줄었다. 일단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당장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北 “빠른 시일 내 핵탄두 폭발과 탄도 로켓 시험발사 단행”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북한도 거칠게 반응하고 있다.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맞물리면서 북한의 위협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그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3월 3일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현지지도하면서 “국가 방위를 위해 실전 배비한(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3월 8일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면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치하했다. 특히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이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KN-08과 핵탄두로 추정되는 물체 앞에서 지시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여기에다 국제사회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미확보를 지적하는 가운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3월 14일 탄두의 대기권 재돌입 환경 모의시험을 지도하면서 “핵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두 부분에 대한 압력 및 고열 시험을 실시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으로 내보냈다가 다시 진입해 정해진 타겟을 타격하는 시험을 예고한 셈이다. 이 지시가 있고 나흘 뒤인 3월 18일 새벽 5시 55분께 평안남도 숙천에서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약 800km를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길다는 점에서 보면 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탄두의 재진입 시험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효 거두기 위해선 중·러가 관건 … 5월 이후 국면전환?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와 북한의 반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이 제재 결의안이 유효할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징계하려고 2013년 3월에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안 2094호의 이행 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한 나라는 8개국에 불과했다. 북한을 제외한 192개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안 이행 계획을 세워 9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하지만 전체 회원국의 4%만 기한을 지킨 셈이다. 뒤늦게라도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국가는 38개국에 불과했고 이중 아프리카는 54개국 중에서 모로코만 제출했다. 구체적인 대북제재안이 담긴 결의 1718호, 1874호, 2087호, 2094호 등 모든 대북결의안에 대해 2016년 2월을 기준으로 한 번이라도 보고서를 제출한 국가는 99개국에 불과했다. 10년간 유엔 안보리의 결의로 대북제재가 진행됐음에도 유엔 회원국의 이행에 구멍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중국의 제재 참여 의지는 분명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약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지적하고 있다. 제재로 인한 북한의 경제 불안이 동북아의 치안 불안으로 전이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간인 3월 8일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위해 단순히 제재와 압력을 맹신하는 것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하고 “한반도 문제를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3자, 4자,
5자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그는 3월 1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에 대해 “합리적이며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6자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최대공약수”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이 아이디어에 대한 실행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해낼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북한이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등 정치일정을 마무리하면 대화 모색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 매체도 최근 미국에 대해 사태 수습을 강조하며 평화협정 논의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3월 11일 “미국은 사태를 수습하는 길로 나가는 외에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며 미국에 국면전환을 위한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월 22일 논평에서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화협정 논의 요구를 소개하고 “미국이 이것을 무시하고 아직까지도 그 누구의 핵폐기에 대해 떠드는 것은 현실도피의 사고방식”이라며 “미국이 이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결코 조선반도 문제 해결에서 진전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3월 15일 “조선(북한)은 3년 전 조미(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를 제안했을 때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 과제라고 언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3년 6월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북·미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당시 북한은 미국에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세계건설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의 49항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치외교적 해결을, 50항은 6자회담의 재개와 2005년 합의한 9·19공동성명의 이행, 북·미 간 상호존중을 명시하고 있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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