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겨레말 | 매우 잘함 = 5점 2016년 7월호
알쏭달쏭 겨레말
매우 잘함 = 5점
공부를 썩 잘한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는 더욱 못했다. 쌍둥이 동생은 시험을 보면 틀린 것이 기껏해야 2개 정도였지만 나는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쌍둥이 동생은 학기말에 통지표를 받으면 두 개만 ‘우’이고 모두 ‘수’였다. 반면에 난 두 개 정도만 ‘수’이고 나머지는 ‘미’였다.
월말시험이 있는 날이면 늘 동생을 기다렸다. 내 성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생만 기다렸다. 어머니는 시험 성적이 좋으면 <어깨동무>나 <소년중앙>을 사주셨는데 내 성적으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고 동생의 성적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월말시험이 끝나고 집에 오면 나는 책가방을 방에 던져놓고 문 앞에 나와 동생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동생이 오면 잽싸게 달려가 물었다.
“야, 너 몇 개 틀렸어?”, “두 개 틀렸는데.”, “야호! 엄마한테 가서 어깨동무 사 달라고 하자. 어서.”
어머니는 동생의 성적을 확인하시고 <어깨동무>를 흔쾌히 사주셨다. 그럼 나는 아주 재미나게 <어깨동무>에 있는 만화를 탐독했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 내내 동생 덕분에 <어깨동무>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성적의 등급에서 남북의 차이가 있다. 분단 이후 제도 등의 차이로 남과 북이 서로 다르게 변화된 것인데 그 차이는 남북 각각의 사전에 잘 나와 있다.
남은 ‘수, 우, 미, 양, 가’의 순서로 성적 등급을 다섯 등급으로 매기고 있고 북은 ‘우, 량, 가’의 순서로 세 등급으로 나눴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기준이고 현재는 남과 북의 성적 등급 구분이 변화하여 남은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 매우 노력’ 다섯 등급으로, 북은 ‘5점, 4점, 3점, 2점, 1점’으로 역시 다섯 등급으로 구분된다.
성적의 등급 외에 분단 이후 제도 등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르게 변화한 것들의 예를 더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미성년
남 : 20세 미만
북 : 16세 미만
학년
남 : 3월 초에서 다음해 2월까지
북 : 4월 1일부터 다음해 3월까지
무급
남 : 급료가 없는 것
북 : 임금이 규정되어 있지 않고 다른 직책과 겸하는 것
이 외에도 일부 단위성 의존명사에서도 남과 북의 수량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일부를 보면 하단 박스와 같다.
김완서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책임연구원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