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실험 ‘우리가 통일이다’ | ‘와이파이’ 통일학교를 향해! 2016년 7월호
새로운 실험 ‘우리가 통일이다!’ 5
‘와이파이’ 통일학교를 향해!
지난 한 해 SNU 통일학교를 운영하는 동안 우리는 통일을 직접적인 수업 주제로 다루지 않았다. 우리는 어느 학생이 남한 학생이며 어느 학생이 탈북 학생인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통일학교라는 이름에 나타난 ‘통일’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라 통일학교의 환경이었다. 다시 말하면, 남북 교사와 학생의 비율을 의도적으로 1:1로 맞추어서 인적 구성에 있어서 남과 북이 평등한 학교 환경을 만들었다. 통일학교가 마칠 무렵 학생들은 ‘통일학교란 OO이다’를 이야기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종이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통일학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통일학교, 와이파이처럼 서로를 연결해주는 곳”
“통일학교는 작은 통일이에요. 왜냐하면 교실 안에서는 분단된 남과 북이 아닌 모두가 어우러져서 지내기 때문이죠.”(초등 꿈날개반 6조 ○○○) “통일학교는 와이파이 같아요. 왜냐면 보이지 않아도 서로를 연결해주기 때문입니다.”(중등 꿈누리반 2조 △△△) “통일학교가 ‘날개’라고 생각해요. 날개 두 개가 하나 되어 날 수 있듯 남북이 하나 되어 더 나은 세상으로 날아오르게 하는 곳이 이곳이라고 생각해요.”(중등 꿈누리반 6조 □□□) 우리는 통일학교라는 환경만을 제공하고 통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거나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그 환경 속에서 통일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왜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통일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5년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나타난 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문항에 대하여 ‘전쟁위협 등 불안감 탈피’(26.6%), ‘힘(국력)이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25.0%), ‘한민족’(16.6%), ‘이산가족 문제 해결’(15.7%)의 순으로 응답하였다. 한민족이라는 민족적 동질성 때문에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은 19.4%, 중학생은 13.8%, 고등학생은 15.1%에 불과하다. 실태조사에 응답한 11만9,551명의 학생들 중에서 9만9,705명의 학생들은 통일의 필요성을 민족공동체에서 찾지 않았다. 통일교육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 생각한다.
통일교육에 있어서 민족공동체를 넘어서는 새로운 담론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미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었고 인터넷으로 인해서 민족과 국가를 초월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민족의 동질성이나 민족상잔의 비극 등을 이야기 해봐야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같은 민족으로서 정서적 통합력을 강조하는 민족공동체론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앞으로 혈통과 문화를 달리하는 사회구성원들까지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자도 위의 의견에 동감한다.

지구촌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살도록 교육하는 굿네이버스 세계시민교육 일일 강사로 나선 배우 김현주 씨가 지난 2010년 3월 16일 서울 운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고 ‘세계시민’되기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
통일교육, 세계시민으로서 역량 강화 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분단 시대 통일교육은 한반도의 특수한 분단 상황에서 민족공동체의 개념을 중심으로 강조되었다. 그러나 남북분단과 통일은 한반도 내부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통일교육의 내용과 요소 중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분단의 원인을 살펴보면 남북분단의 원인은 냉전시대 국제질서와 관계가 있는 문제였다. 독일의 분단과 통일 과정을 살펴보더라도 동서독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소련 및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질서와 관련되었다. 분단의 원인을 국제적 관계에서 이해해보지 않고 통일문제를 한반도 내의 문제로만 교육시키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통일교육은 세계시민교육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통일교육의 중요한 내용인 북한이해교육을 유네스코에서 강조해 온 국제이해교육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통일교육이 남한 내의 한민족 구성원에게만 설득력 있는 교육이 아니라, 남한 내의 모든 구성원과 지구공동체 구성원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세계시민교육은 지구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이를 위한 통일교육은 남북한을 포함하는 지구공동체 구성원들이 평화, 협력, 인권, 자유, 민주주의, 관용, 지속가능발전 등의 가치를 내면화한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교육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최근 필자는 2016년 SNU 통일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에는 우리 아이들을 어디까지 연결해 주는 와이파이가 되어야 할까?’ 그리고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주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통일학교 학생들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공동체를 향해서 자신의 꿈 날개를 활짝 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필자는 우리 학생들을 위하여 남과 북을 연결하고, 한반도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와이파이’ 통일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박성춘/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장(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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