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7월 이후 북·중관계, 3가지 시나리오 주목 2016년 7월호
특집 | 북·중관계 분수령 … 국면전환에 대비하라!
7월 이후 북·중관계, 3가지 시나리오 주목
북한은 지난 5월 6일부터 9일까지 제7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했다. 1980년에 열린 제6차 당 대회 이후 36년 만에 개최된 이번 당 대회는 북한의 국내정치적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행사였다. 무엇보다 김정일 사망 이후 출범한 김정은 체제가 집권 5년을 맞아 김정은 정권의 정상화·안정화·장기화를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당 대회를 통해 국내정치적 안정화를 과시한 김정은으로서는 향후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행보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 동안 냉각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중관계가 과연 제7차 당 대회를 계기로 관계회복의 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다.
제7차 당 대회 이전까지 북·중관계는 혈맹관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국익에 따른 상호협력과 갈등을 노정하는 복합적·전략적 협력관계를 형성해 왔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북한의 불확실성을 통제 및 관리함으로써 손실 최소화를 우선시하고, 북한은 김정은 정권의 유지와 강성대국 건설(핵·경제 병진)에 매진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은 비핵화를 둘러싼 이견과 마찰을 보이면서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특히 중국에서 시진핑 체제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이 지난 2013년 2월에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중국이 국제사회와 발맞춰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양국관계는 본격적으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2013년 12월 장성택의 처형은 중국의 분노를 자극하였으며, 2014년 7월에는 시진핑 주석이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함으로써 북·중관계는 고위급 교류와 소통이 단절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사이에 최룡해가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하고, 2015년 9월에도 중국이 주최하는 항일 전승절 기념식에 북한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지만 양국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지는 못했다.

이수용(왼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6월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이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 과의 면담에서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시 주석에게 김 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했다. ⓒ연합
中, 남북 균형외교로 대북영향력 유지 위한 전략적 인식 확고
그러나 중국은 내심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침으로써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략적 인식을 늘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중국 지도부는 2015년 10월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을 파견했으며 이를 통해 북·중관계 복원을 시도했다. 북한도 이에 화답하여 같은 해 12월 모란봉악단을 파견했으나 베이징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1월에는 전격적으로 제4차 핵실험을 단행하였으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논의되던 2월에는 장거리로켓 시험발사까지 감행함으로써 북·중관계는 더욱 경색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된 이후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북한 선박 입항 거부 및 통관 절차 강화, 대북경협 프로젝트 중단, 접경지(단둥, 훈춘, 허룽) 경제합작구 투자 위축, 중국 상무부 대북 수출입금지 품목 발표(4/5) 및 추가발표(6/14) 등을 통해서 안보리 제재만큼은 확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과거와 달리 비핵화를 특별히 강조하면서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우선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중국책임론을 회피하고, 중국이 책임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는 것과 동시에 한·중관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외부 세계에 전달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은 북한을 향해서도 핵보유 및 핵개발을 명확히 반대하고, 6자회담 복귀를 압박하며, 북한의 불확실성을 관리해 나가는 동시에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은 북한 제7차 당 대회 기간에 축전을 발송하고(5/6), 김정은이 당 위원장에 추대되자 역시 축전(5/9)을 전달하는 등 북·중관계를 관리하고자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제7차 당 대회 기간 중국이 보낸 축전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통우호협력관계 강조, 북·중관계 중시, 인민행복, 민생, 지역의 평화안정, 발전을 위한 공헌 희망 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축전에 부합하는 의례적·형식적 내용이긴 하지만 대북제재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핵화에 대한 거론 없이 ‘대화’를 염두에 둔 유화적 메시지로 평가할 수 있다. 축전의 전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공산당 중앙위 축전 :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는 조선노동당과 인민정치 생활의 대사로 조선노동당과 조선사회주의 사업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만들어 낼 것이다. 중조우의는 쌍방 이전 세대 영도자들이 직접 체결하고 정성들여 배양해 왔으며, 빛나는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쌍방 공동의 보귀한 재부다. 중국의 당과 정부는 중조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며 조선 측과 공동의 노력으로 중조관계를 잘 유지하고 공고화하며 발전시켜 양국과 양국인민에게 복을 가져오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발전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헌하기를 원한다.”
김정은, 북·중관계 개선으로 대북제재 국면 돌파 시도
흥미로운 것은 제7차 당 대회 이후 북·중관계의 향배와 관련하여 노동당 부위원장이자 국제부장을 맡고 있는 이수용 일행이 5월 말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였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이수용을 중국에 파견한 의도는 자명하다. 표면적인 방북 이유는 5월 초 열린 제7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한다는 것이었지만 내심으로는 경색된 대중국관계 회복의 ‘단초’를 찾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은 북·중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을 돌파하는 한편 당 대회에서 자신이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물자 지원을 중국으로부터 얻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북한이 의도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에 줄 수 있는 선물은 명확하다. 그것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변화와 더불어 협상의 장(場)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중국의 입을 통해서 외부 세계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아직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살아있음을 중국이 과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언급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수용 일행의 방중 당일에도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시진핑 주석이 웃으면서 북한 대표단을 만나준 것은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늘날 동아시아의 4대 분쟁에 깊숙이 연루되어있다. 즉, 남사군도(南海), 센카쿠/댜오위다오(東海), 대만해협(臺海), 한반도(黃海) 문제 등 이른바 ‘사해문제(四海問題)’에 직면하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북한의 접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일단 한반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북한 카드를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대북제재를 계기로 갈수록 공고해지는 한·미·일 공조에 대응하기 위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7차 당 대회 이후 북·중관계가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지는 다음의 3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첫째는 ‘현상유지’의 시나리오다. 만일 북한이 당분간 제5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시험발사 등 추가적인 도발에 나서지 않으면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경우 북·중관계는 소강상태 속에서 현상유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중국은 양국 간 불신이 증대되는 과정이란 점에서 최소한 현상유지를 통해 한반도의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양국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찾아나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예측 가능한 것은 ‘관계호전’의 시나리오다. 만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순응하여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이거나 중국이 요구하는 대화와 협상에 호응할 경우 북·중관계는 호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이수용 일행을 베이징에 파견하여 쏭타오 대외연락부장과 회담하고 시진핑 주석을 면담함으로써 북·중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의도했고 중국 역시 이에 화답하였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진전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경우 ‘북·중 동맹조약 체결(7/11) 55주년’ 및 ‘정전협정 기념일(7/27)’ 등 양국 간 주요한 기념일을 이용해 고위급 교류 재개를 통한 방식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개선 노력이 지속된다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는 ‘관계악화’의 시나리오다. 북한이 예상을 깨고 제5차 핵실험을 실시하거나 장거리로켓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위기감을 다시 고조시키는 도발을 자행할 경우 북·중
관계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매우 예측하기 어려운 정권이며 남한에 대한 평화공세 및 외부세계를 향한 유화적 메시지가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 새로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인내심은 다시 한계에 몰릴 것이며 대북제재 참여에 대한 국제적 압박과 북한의 안정화라는 진퇴양난 속에서 북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향후 북·중관계, 시나리오별 분수령은 북한 추가도발 여부
향후 북·중관계를 전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북한의 추가도발 여부다. 만일 북한이 상황을 관리하면서 중국에 손을 내민다면 중국으로서도 북한 체제의 안정과 대북 영향력 유지 그리고 대미관계 등 차원에서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북·중 간 접근이 어렵게 마련된 대북 국제공조를 흐트러뜨리고 다시금 중국에 의지하여 북한의 생존을 연장해주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런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북한 대표단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중국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재무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자 중국은 곧바로 미국의 독자 금융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마치 미·중 양국이 북한이라는 전략적 카드를 가지고 격돌하는 모양새다.
결국 시진핑 지도부가 “대북제재를 전면적으로 집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하고 북·중 간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고 해서 중국이 북·중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하고 노선상의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순진한 희망일 뿐이다. 북·중관계의 특수성과 복잡성은 어느 한 시점의 사건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관계의 독특한 관계발전사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중 양국의 일시적 긴장관계가 반복됨에 따라 중국의 대북정책이 전환되고 전략적 노선변화가 있으리라 예측하는 것은 북·중관계의 본질을 도외시한 ‘희망적 사고’일 뿐이다.
박병광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