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7월 1일

특집 | 안보리 결의 2270호, 중국의 꽃놀이패? 2016년 7월호

특집 | 북·중관계 분수령 … 국면전환에 대비하라!

안보리 결의 2270호, 중국의 꽃놀이패?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된 지난 3월 2일 단둥 압록강단교 너머로 북한 신의주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된 지난 3월 2일 단둥 압록강단교 너머로 북한 신의주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

2016년 3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다. 결의안 2270호에 대한 국내외의 일반적인 평가는 그동안 안보리에서 채택되었던 다른 대북제재 결의안에 비해 매우 강력한 수준의 결의안이라는 것이며, 우리 외교부는 이 결의안에 대하여 “70년 UN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결의안 채택 후 100일 이상이 지난 지금 결의안 2270호가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결의안 2270호 채택 100일 지나 역대 최강 제재안 맞나?

안보리 결의안 2270호의 성패가 결의안이 포함하고 있는 내용보다 결의안의 성실한 이행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특히 결의안 2270호가 성공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중국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중국은 190여 개에 이르는 유엔 회원국 중 하나 또는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 정도가 아니라 결의안 2270호를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안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다. 또, 결의안 2270호를 그동안의 다른 결의안들처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는 열쇠를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면 중국이 금번 결의안을 어느 정도로 이행하고 있는지, 그것이 실제로 대북제재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지 등을 언급하기에 앞서 결의안 2270호의 대북제재를 구조적 측면에서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 2270호의 기본적인 대북제재 구조는 북한의 첫 번째 핵 실험 직후인 지난 2006년 10월 14일 채택된 결의안 1718호의 언급 내용에 기초하고 있다. 안보리는 결의안 1718호를 토대로 2009년 6월 12일 결의안 1874호, 2013년 3월 7일 결의안 2094호를 채택하며 점차 대북제재의 강도를 높여 왔다. 그렇지만 크게 ‘무기’, ‘핵 또는 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 ‘사치품’이라는 세 가지 축의 대북제재 분야, ‘핵 개발 및 외화벌이와 관련이 있는 기관 또는 개인’으로 한정된 대상이라는 큰 틀의 대북제재 구조는 결의안 1718호부터 2270호까지 유지되고 있다.

안보리 결의안 1718호가 만들어 놓은 대북제재 구조를 기반으로 다소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결의안 2270호 이행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에 대하여 적절한 예를 들어 본다면 중국의 역할이 조금 더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결의안 2270호는 북한행 또는 북한발 화물을 무조건 전수조사 해야 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지리적으로 중국은 북한에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협조, 즉 중국의 결의안 2270호 이행이 없다면 북한으로 무기, 핵 또는 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 사치품이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핵 개발 관련 물질 또는 이번 결의안 2270호가 금수 목록에 포함시킨 고급 손목시계, 2천 달러가 넘는 스노우모빌 등을 싣고 있는 북한행 선박이 중국의 항구에 들어온 경우 중국 당국이 이 선박에 실려 있는 화물을 전수조사 하여 이와 같은 핵 개발 관련 물질 또는 사치품을 적발하지 않는 경우 결의안의 실효성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안보리 결의안 2270호는 제재의 대상으로 핵 개발 및 외화벌이 등과 관련이 있는 북한의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정찰총국, 39호실 등 12개 기관 및 관련 인사 16명을 열거하고 있으며, 해당 관련 기관 및 인사에 대해 구체적인 제재의 내용으로 여행금지와 자산동결을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결의안 2270호에 열거된 16명 중 1명 이 중국에 입국하고자 할 경우 중국 당국이 입국을 거부해야 하는데 중국이 이러한 입국거부 조치를 실제로 취할지 또는 입국거부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도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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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국은 현재 어느 정도 안보리 결의안 2270호를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가? 지난 3월 2일 결의안 2270호 채택 이후 현재까지 중국은 결의안의 이행과 불이행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혼란 속에서 이러한 중국의 태도를 한마디로 쉽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6월 14일 대북 수출금지 대상 목록을 늘리면서 이 목록에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레이저 용접 설비, 플라스마 절단기 등 민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이지만 군용으로도 전환될 수 있는 품목을 상당수 포함하였다. 이것만 보면 결의안 2270호를 성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중국의 의지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2016년 6월 2일 이행보고서 제출시한이 지난 가운데 이미 제출한 30여 개 국가들 중 현재까지 중국의 이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중국과 북한 간 교역의 중심지인 단둥에서는 여전히 양국 간 교역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언 및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 노력, 긍정적 평가 어려워

따라서 안보리 결의안 2270호 이행을 포함하여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 의지와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매기기 어렵다. 다시 말해,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언급하는 것과 결의안 이행을 포함하는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간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항만 또는 공항 관련 당국이 결의안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검증할 제3의 기관 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결의안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중국의 주장은 신뢰하기가 어렵다. 결의안 2270호를 최대한 준수하고자 하는 중국의 의지를 명백히 발견할 수 없는 한 결의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성실한 이행이 담보되지 않는 한 결의안 2270호의 실효성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현재 30여 개 국가들만 결의안 2270호의 이행과 관련하여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였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의 적극적인 이행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결의안 2270호에 한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의안 1718호 채택 이후 지금까지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한 번이라도 제출한 적이 있는 국가들의 수가 전체 유엔 회원국 중 약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도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제재 시행은 여전히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 2270호가 만들어 놓은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지난 6월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을 방문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일각에서는 이수용이 외무상이 아닌 북한 노동당 고위 인사의 자격으로 시진핑 주석을 만났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 정부 인사를 만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하고 있지만 어쨌든 중국이 북한을 다시 품에 안겠다는 해석을 가져오는 유화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6월 6일과 7일에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동원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제8차 전략경제대화를 갖고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데 합의하였다. 시진핑 주석이 북한 고위인사를 만난 지 채 일주일도 못 되어 미국과 중국 간의 대북제재 이행상황 점검 합의라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뉴스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고민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와 같은 중국의 ‘갈지(之)자’ 행보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는 없으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북한을 포기할 수도 없는 중국의 곤혹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 2270호의 빈틈없는 이행을 위해 자신의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가? 사실 그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곤혹스럽기는 하나 결의안 2270호의 성패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 개발 반대 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동북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목표를 계속 무시한다면 중국은 결의안 2270호를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명목 하에 북한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반대로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THAAD)를 배치하거나 남중국해 분쟁 등과 관련하여 중국의 입장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고자 한다면 결의안 2270호 이행보다는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펴고자 할 것이다. 물론 이 때도 결의안 2270호 자체에 많은 구멍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은 직접적으로 결의안과 배치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하고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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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결의안 이행과 불이행 넘나들며 자국 이익 극대화

결국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안보리 결의안 2270호는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카드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결의안 2270호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소망을 이용하여 중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국과 미국에 자신의 입장을 강요할 수 있고, 중국의 말을 듣지 않고자 하는 북한에 중국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결의안 2270호 이행 문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이 결의안 2270호 채택에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며, 현재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 반대 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과 결의안 2270호 이행 여부를 지렛대로 하여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양측에 대해 공히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은 대북제재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서 중국이 필요하기에 적극적인 이행을 요청할 수밖에 없으며, 북한도 금번 결의안이 만들어 놓은 숨막히는 제재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결의안 2270호의 불성실한 이행이라는 중국의 관용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안보리 결의안 2270호 이행을 매개로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는 중국이 그토록 반대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정도를 생각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하여 중국의 결의안 이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중국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안보리가 더 강화된 결의안을 채택한다고 하여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고 오히려 제재와 관련하여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결의안 2270호 이행 여부와 관련하여 중국에 내준 주도권을 어떻게 되찾아 올 수 있는지에 대하여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북제재 이행과 불이행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는 중국의 태도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된다.

이기범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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