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북핵폐기 견인할 외교력이 절실하다 2016년 7월호
시론
북핵폐기 견인할 외교력이 절실하다
우리의 안보는 대외적으로 주변 4강(미·일·중·러)의 각축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의 영향을 피할 수 없고, 경제건설과 핵무력의 병진노선을 내걸고 핵 능력 강화에 올인하고 있는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진영 논리에 갇힌 이념적 반목과 대립은 물론 지역·계층·세대 간 갈등과 분열의 심화로 말미암아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안보 상황이 곧 통일환경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통일의 길은 더욱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통일의 대상인 북한은 수령절대주의체제를 견고히 하며 3대 세습체제를 구축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시대정신을 거스른 채 대를 이은 권력세습으로 전근대적인 ‘김씨 왕조 국가’를 형성하고 만 것이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지배층은 정권 및 체제유지를 위하여 주민들이 겪는 고통과 고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의 제4차 핵실험과 2월의 ‘광명성 4호’ 발사 실험 성공으로 이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거의 현실화되는 과정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6~9일에 열린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를 통해 ‘핵 보유에 기초한 통치체제’의 등장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하는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선핵(先核)노선’을 통해 북한 지도부를 지키고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 상시화 국면 … 한·미동맹 결속력 견고해야
그런데 북한의 핵문제는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한편, 역내 질서를 교란하며 동북아 평화를 크게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록 실전배치 단계에는 접어들지 않았지만, 그동안 4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가 상당 수준 진전된 것으로 보이며,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도 웬만큼 축적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경우, 그만큼 우리의 통일환경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핵 억지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미국의 확장 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다수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동참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통일외교를 필요로 한다.
북핵문제는 평화통일에 이르는 문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면 그것은 곧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인 통일한국을 성취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만,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하여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면 그날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안보질서는 크게 요동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면, 남북한의 군사 균형은 와해될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통일한국의 실현은 더욱 멀어지고 말 것이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핵 공갈’을 일삼으며 ‘북한식 흡수통일’을 꿈 꿀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북한의 핵은 본질적으로 반통일적인 ‘괴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고는 통일한국의 실현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설사 북한체제의 갑작스런 붕괴로 통일의 기회가 온다고 할지라도 주변 4강은 핵무기로 무장된 통일한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이 되고 김정은 정권이 의도하는 바대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된다면, 그리하여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가 이루어진다면, 월남의 패망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히려 북한이 추구하는 적화통일의 문이 열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북한이 줄기차게 정전협정을 종식시키고 대신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근본 이유다. 한 마디로 핵무기를 틀어쥔 북한에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허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곧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핵 능력을 갖지 못한 우리가 현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보장책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것 밖에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북한으로서는 핵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미국에 의한 응징보복이 따를 것을 우려해 감히 핵무기를 사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적극적인 통일외교로 북한 핵보유 야망 저지해야
북한이 사실상 핵 능력을 갖게 된 현 상황에서 우리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한국이 상시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 우리가 진정으로 소원하는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어내고 북한이 진정한 개혁·개방으로 나와 체제 변화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적극적인 통일외교의 전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끝까지 허용하지 않고 반드시 북핵폐기를 실현해 낼 수 있도록 견인하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북한이 핵 능력 강화에만 혈안이 돼 있는 현 상황에서는 북한 당국의 대화나 협상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경우 우리 사회가 ‘남남갈등’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평화공세를 앞세운 대화제의와 선전선동을 능히 이겨낼 수 있는 내적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를 위한 최우선적인 과제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여야 정치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일환 / 보훈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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