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대(對)미정책 전면 재검토 시점, 한반도 문제 선제적 주도권 쥐어야 2016년 9월호
특집 | 미국 대선 카운트다운 … 이슈별 관전포인트
대(對)미정책 전면 재검토 시점, 한반도 문제 선제적 주도권 쥐어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아세안 관련 회의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악수하고 있다. 이날 윤 장관은 “현재 우리는 북한 등으로부터 핵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의 동맹이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며 깊고 넓다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 두 달여 남았다. 그 동안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 때문에 늘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선거도 그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으로 새롭게 전개될 미국의 이민자 정책이 변화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 세계적 차원의 관심이라면, 한·미동맹의 재조정과 대북정책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게 될 것인지에 관한 것은 한반도 차원의 관심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 선거의 정책 기조에 대해 발표했다.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의 경선 상대였던 버니 샌더스의 주장을 적지 않게 받아들임으로써 진보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고, 공화당은 대통령 후보로 선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공약을 상당 부분 수용함으로써 보수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로 볼 수 있다.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정치, 경제, 외교, 문화, 사회, 복지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두 정당, 두 후보의 정책적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북정책, 자유무역협정(FTA), 한·미동맹과 관련한 정책들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를 눈여겨보면서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정강정책의 비교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의 정강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분야에 걸쳐 한반도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분야는 대북정책, 두 번째 분야는 한·미FTA와 관련된 경제통상 정책, 세 번째 분야는 한·미동맹과 관련된 군사안보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큰 틀에서 대(對)한반도 정책을 살펴보면 대북정책과 경제통상 정책에 있어서는 유사한 입장을 나타내고, 군사안보 정책에 있어서는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北 독재자 통치하는 억압적 정권 … 김 씨 일가 노예국가”
이 정책들 중에서 먼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는 양 당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 북한을 “가학적 독재자가 통치하는 지구상 가장 억압적 정권”으로 규정하였고, 공화당도 “김 씨 일가의 노예국가”라고 극단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해결 방식에 대해서도 두 정당은 6자회담에서 미국과 참여국들의 입장으로 잘 알려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으로의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결을 달리 하는 부분은 민주당의 경우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병행할 것임을 천명했다는 점이다. 이전보다는 조금 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가 예상되는 민주당의 대북정책은 오바마 정부에서 유지하던 대북압박 기조를 큰 틀에서 물려받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둘째, 한·미FTA와 관련해서는 두 정당의 정강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적지 않은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두 정당 모두 그간 미국이 너무 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하였음을 지적하고,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 중심을 두는 동시에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협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보호무역 성향의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두 후보는 각각 이러한 부분을 직간접적으로 지적했다. 클린턴은 “불공정한 무역협정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트럼프는 한·미FTA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협정이며, 미국에게 재앙(disaster)이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의 이러한 입장은 그 누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더라도 한·미FTA의 부분적 재협상 혹은 전면적 재협상에 임할 것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과 관련한 분야를 살펴보면 공화당의 정강에는 동맹을 맺은 환태평양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긴밀하게 엮여있다고 정의하고 있지만 대통령 후보 경선 시기 트럼프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전의 미국 입장과 큰 정책적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적이 있다. 이는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발언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민주당의 경우 정강을 통해 한·미동맹의 방향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비판하는 동시에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한·미동맹과 관련한 민주당의 입장은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추진하였고, 오바마 정부의 핵심적 외교안보 전략이었던 ‘아시아회귀(Pivot to Asia)’ 전략의 지속적 추진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략의 핵심은 아시아재균형(rebalancing)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의 동맹국가인 한국 및 일본과 동맹 강화를 꾀하는 정책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동북아시아 지역과 한반도의 지역적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국가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며 고립주의 정책을 추구했던 먼로 독트린의 새로운 적용을 주장하는 트럼프의 입장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미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한다면… 사드보다 큰 파장
두 후보 중 누가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군사안보, 경제통상 분야에 있어 대(對)미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주장이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면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16년 여름 한반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고고도미사일방어, 즉 사드(THAAD) 배치 문제보다 우리에게 있어 더 근본적인 숙제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드를 배치하는 데 있어서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서로 파열음을 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정도인데, 한반도의 안보를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를 둘러싸고서는 그 파장이 작을 것이라 예단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이것이 심리적 압박과 공포로 이어진다면 궁극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문제로 부상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통상 분야의 미국 정책 변화도 군사안보 분야 정책만큼이나 염려가 되는 부분이다. 두 후보 모두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띤 발언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에 대해서도 두 후보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이러한 보호무역 성향의 정책이 한·미FTA의 수정으로 이어지는 개연성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도와 범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액션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한·미FTA는 전면적 또는 부분적인 재협상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연도별 주한미군 방위비 정부 분담금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변화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도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공식 선거전이 펼쳐지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유연한 정책적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임기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부분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 이후에 등장하게 될 정부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 한국과 미국은 정부의 성격에 따라 갈등을 빚기도 했고 좋은 호흡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영삼과 클린턴, 노무현과 부시 조합이 전자의 경우이고 김대중과 클린턴, 이명박과 부시의 조합이 후자의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대등한 한·미동맹을 주장했던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미국으로부터 이라크 파병 요구를 받았던 경험도 있다. 미국에게 할 말은 하겠다고 한 정부조차도 미국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움츠러들었던 기억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실리와 명분 모두 챙기며 북한과 새로운 관계 설정해야
이처럼 우리 정부가 새롭게 변화될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제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대내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과 대외적으로 미국의 행정부와 협상하는 작업 두 가지를 병행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갈등은 필수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이러한 갈등 발생과 환경 변화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안보 문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수적이다.
향후 백악관과 청와대의 새 얼굴이 누군지와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관적인 대북정책 기조 유지라 할 수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사드 배치 등의 근본적 이유가 북한이라고 거칠게 가정한다면, 한반도 나침반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이렇다 할 남북교류가 없는 상황이지만 비공식 채널 가동 혹은 특사 파견을 통해서라도 남북교류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실리와 명분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전략이다.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보다 우리가 먼저 한 발 앞서 방향키와 주도권을 쥐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통일 관련 언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만을 강조하는 것은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유연성, 다양한 대안을 제거하게 됨으로써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얼어붙은 남북한 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능동적으로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로서 남북관계 개선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 행정부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상관없이 우리 목소리를 내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풀어야 할 문제는 남북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항상 미국의 기침에 지레 겁먹고 감기 걸려버리는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
허재영 /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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