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국제주의 vs 고립주의, 미국 신(新)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은? 2016년 9월호
특집 | 미국 대선 카운트다운 … 이슈별 관전포인트
국제주의 vs 고립주의, 미국 신(新)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은?

지난 6월 7일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콥 루 재무장관, 중국의 왕양 부총리와 양제츠 국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열리고 있다. ⓒ연합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귀착됐다. 동북아와 한반도 상황이 매우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현 시점에서 미국 신(新) 정부의 대외정책은 우리에게도 매우 큰 함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다양한 정치적 경력을 배경으로 현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목을 받는 이는 트럼프인데, 그의 막말과 극단적인 정책적 성향이 주변 국가들에게 상당한 우려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두 후보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클린턴 후보는 영부인, 상원위원, 국무장관 등을 두루 역임하여 정치적 경험이 풍부하다. 민주당 내 샌더스 돌풍을 잠재울 정도의 주류 정치인이며,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라는 사실도 경쟁력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사실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보수적인 미국인들은 여성 대통령의 등장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사적 이메일 사용에 대한 문제가 그녀의 정직성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의 샌더스 후보와 마찬가지로 미국 국민들의 정서를 잘 반영하여 후보가 된 인물이다. 1960~1970년대 풍요로운 미국의 경제적 번영 속에서 주류 중산층 백인들은 대학 학위 없이도 안정된 직장을 잡을 수 있었지만, 그들의 현재 모습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다. 현재 미국의 경제적 지위가 그 당시와 다르고 또한 많은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해 중산층 백인들의 경제적 상황은 녹록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 역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만 몰두해 있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되는 현 상황은 이들에게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이들에게 희망적 존재가 되었다. 기존 정치권으로부터의 차별화와 미국 백인 중산층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트럼프의 막말은 이들의 표심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클린턴, 동맹국 지원에 기반한 적극적 대외정책 추진
힐러리 클린턴의 대외정책은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기조에 기반하여 미국의 패권을 다시 회복하려고 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미국은 2014년 3/4분기 경제성장률 5%를 기록하였고, 이후 2015년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하였다. 즉 ‘미국의 리더십이 가능할까?’가 아닌 ‘어떤 방식의 리더십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기정사실화하였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제한적 개입주의에서 벗어나 역외균형 전략을 통해 동맹국들과 파트너국들의 지원에 기반한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클린턴의 대외정책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점점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경제 복원에 집중하여 제한적 개입주의 정책을 추진했던 오바마 정부와 달리, 보다 공세적이고 행동지향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린턴의 대외정책은 ISIS 격퇴를 위해서 여전히 대규모의 지상군 투입에는 주저하고 있으며, 아시아재균형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대(對)중국 견제 정책을 어떠한 방식으로 추진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 클린턴 캠프의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매우 호의적이었고, 미·중 간의 상이함과 함께 중국의 역할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실망감과 피로감이 매우 크다는 것을 언급한다. 현 미국의 경제력 회복과 미국의 대외정책 능력이 점점 가시화될 경우 클린턴의 대중국 정책은 현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보다는 보다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클린턴 캠프의 다수 인사들이 대중국 투자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같은 경제상호의존성(economic interdependence)으로 인해 보다 유효한 대중국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될 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principled leadership)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교, 개발 그리고 경제정책 운영을 통해 위기를 방지하고 안정을 만들며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동맹국들과 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전쟁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그녀는 이 같은 미국 리더십의 틀로써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강한 기초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경제력 확립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의 기업과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 그리고 개방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수출 증대를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본토 안보를 제시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반(反)테러 협력을 증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새로운 도전에 맞서기 위한 강한 군대를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핵심적 이익에 기반한 미국의 비전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성평등, 인권, 그리고 정보에 대한 균등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장기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데, 변화를 주도적으로 형성하기 위한 스마트한 리더십을 언급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이란에게 핵무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로 ISIS를 격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라크 정부의 군사력을 구축하고,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와 안보를 위해 노력하며, 리비아와 예멘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지원한다. 세 번째로는 중국의 책임을 강조한다.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사이버 공간, 인권, 무역, 영토 분쟁, 기후 변화 등에서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responsible stakeholder)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중국에게 책임을 묻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맞서는 것이다. 힐러리는 유럽동맹 국가들이 러시아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공격을 제한하고, 봉쇄하며, 억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리더십 구축을 위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동맹국들의 역할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하고 안전한 이스라엘은 미국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또한 6월 2일 국가안보와 관련된 연설에서 그녀는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장착한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맹국들의 협력이 중요하며, 이들 동맹국들과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IS의 본거지를 격퇴시키기 위해 동맹국과 파트너국가들과의 폭넓은 연합을 구축할 것을 언급하였다.
트럼프, 미국우선주의 기반한 신고립주의 노선 추진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전통적인 공화당의 대외정책과 달리 매우 예외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즉 현재 미국 국민들의 고통과 미국 패권의 약화, 중국의 부상 등을 수정할 방안으로 고립주의적 노선을 취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취했던 국제주의적 현실주의 기조를 부정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주로 경제와 무역에 중점을 둔 대외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의 수출보조금 제도와 잘못된 노동 및 환경기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 미국의 군사력을 증대시키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적 대외정책 기조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경제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그의 기업가적 마인드가 깔려있다. 트럼프 본인은 자신이 고립주의자가 아닌 미국우선주의자라고 묘사한다. 즉 그는 미국이 국제사회와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력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며, 미국이 이로 인해 얻는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를 중단시킬 최선책으로 중국에 대한 대미 수출시장 차단을 주장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 비교
트럼프 후보는 4월 27일 워싱턴에서 행한 외교정책 연설에서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제시하였다. 연설 요지는 첫째로 급진적인 이슬람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ISIS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을 좀 더 예측 불가능한(unpredictable)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는 협상가적 관점에서 외교정책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 중 하나가 예측불가성(unpredictability)이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개방이라는 전통적 가치들 때문에 타 국가들이 미국의 행동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한다. 남중국해 내 중국의 군사시설 확장을 어떻게 견제하겠냐는 질문에도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고 답변하면서, 미국은 완전히 예측 가능한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 강화다.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이용하여 유리한 지위를 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국익에 중심을 두는 외교정책을 강조한다. 러시아와는 반(反)이슬람테러 협력을 통해, 중국과는 무역적자 해소를 통해 양국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또한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는 외교정책을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들로 실용주의 외교팀을 꾸릴 것이며, 서구 가치와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동맹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시한다.
트럼프 후보는 6월 28일 펜실베니아 주 연설에서 보호무역을 강조하면서 미국 이익을 중시하는 신고립주의 정책을 제시하였다. 즉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된 이유는 반세계화, 반기득권 정서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일곱 가지 무역 정책을 제시하였는데,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해야 한다는 것,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무역팀을 구성한다는 것,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 할 것,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 외국 무역 위반 케이스를 근절하도록 하는 것,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소송을 제기할 것, 중국이 불공정무역 관행을 계속할 경우 관세부가 등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이다. 또한 NAFTA와 같이 미국의 이익이 타국의 이익에 희생당하는 국제적 연합에는 가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하였다.
“막대한 적자 … 동맹국 방위비는 스스로 부담하게 해야”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군사동맹에 대해 매우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이 국제사회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는 있으나, 동맹국들에게 방위비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1987년도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공개서한에서 미국은 일본을 방어해주는 것에 대해 세계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가장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주는 대가로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제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마무리하고 일본과 다른 국가들이 자국의 방어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한때 박빙을 기록했던 두 후보 간 지지율은 현재 힐러리 클린턴 후보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트럼프 후보가 일찌감치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하고 독주를 이어갈 무렵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샌더스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 발이 묶여 지지율의 감소를 나타냈다. 또한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으로 당시 샌더스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던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은 트럼프 후보에 비해 주춤하기 시작했으며, 한 때 두 후보 간 지지율은 박빙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민주당 내 경선이 진행되며 사실상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으로 결론 내려진 이후 계속되는 트럼프 후보의 막말 파문 속에서 이루어진 오바마 대통령과 샌더스 후보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은 현재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를 점점 더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선이 2개월 이상 남았으며 실제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승패를 예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김현욱 /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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