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0월 1일

집중분석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어떻게 볼 것인가?

집중분석

·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6월 21일 일본 자위대원들이 도쿄 방위청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패트리엇 미사일(PAC-3) 요격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지난 6월 21일 일본 자위대원들이 도쿄 방위청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패트리엇 미사일(PAC-3) 요격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2012년 6월 우리 정부가 추진한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및 군수지원협정(ACSA)은 서명 직전의 단계에서 국내 정치 세력의 반발 등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9월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이후 다시 국내외에서 북핵에 대한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군사정보보호협정이란 무엇이며,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과 이 협정을 재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인지 알아보자.

군사정보보호협정이란 체결국 상호가 군사비밀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통상 이 협정문에는 양국 간에 공유하는 군사정보의 분류등급, 이용절차, 군사정보의 보호, 군사정보 획득을 위한 상대국 방문 절차, 상대국으로부터 획득한 정보를 제3국에 제공하게 될 경우 필요한 절차 등의 관련 규정을 담게 된다. 이 협정은 보통 동맹 혹은 우방국가 상호 간에 공동의 위협 대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안보협력을 더욱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된다.

2012년 무산 5차 북핵실험으로 다시 급부상

전 세계에 걸쳐 40여 개국 이상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등의 동맹국가들과 이 협정을 체결했으며, 아태 지역에서는 1987년에 한국과, 2005년에 일본과 각각 군사정보공유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도 2015년 말까지 미국 이외에 캐나다, 프랑스, 스웨덴, 나토, 영국, 호주, 인도 등 24개국 이상과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해 왔다. 구 공산권 국가였던 러시아와도 2001년에 동 협정을 체결하였고, 베트남과도 같은 협정을 체결해 왔다. 우리 『헌법』 제60조 제1항에 따르면, 외국과의 중요한 국가안보 관련 조약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아 체결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체결된 20여 개국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외교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체결해 왔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일본은 미·일동맹 및 안보태세 강화를 표방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에 의해 2005년 미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이래, 2015년 말까지 나토, 호주, 영국, 프랑스, 인도 등과 동 협정을 체결하면서, 국제안보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왔다. 특히 일본은 부상하는 중국과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을 안보상의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한국과의 안보협력 필요성을 강조해 왔고 그 제도화의 일환으로서 군사정보보호협정 및 상호군수지원협정의 체결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2012년 6월 이 두 협정이 성사 직전의 단계에서 무산된 이후에도 일본은 지속적으로 협정의 재논의 필요성을 우리 정부에 제기해 왔다. 2013년 12월 아베 신조 정부가 공표한 <방위계획대강>은 한국과의 안보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두 협정의 재추진 방침을 천명하였다. 다만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 세력으로부터의 반발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자, 2014년 12월에 미국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이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체결한 바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체결 이후에도 일본은 한국과 직접적인 정보공유협정을 체결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2015년 5월 30일 일본 측 나가타니 겐 방위상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동 협정의 체결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8월에 개최된 한·일 양국 국방정책실무 회의에서도 일본 측이 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다만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직 여건 조성이 되지 않았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한 상황에서 2016년 9월 9일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하였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외 안보전문가 사이에서 한·일 간 군사정보공유협정의 체결 필요성이 재론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자체적인 대응태세 강화에 더해 동맹 및 우방국가들과 공동 대응태세 확립이 필요하다. 한·일 간에 대북 정보를 공유하는 군사정보공유협정의 체결은 그런 점에서 필요성이 없지 않다. 다만 이 협정이 국내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치·외교적 부담 높아 서두를 필요 없어

국내 정치 및 사회 일각에서는 일본의 역사 및 영유권 주장에 대한 불신감에서 한·일 안보협력 추진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갖고 있다. 더욱이 중국도 한·일 간 군사정보공유협정 체결을 미국의 대중 포위망이라고 주장하면서,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보였던 강한 반발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안보적 필요성에 따라 일본과의 군사정보공유협정 체결을 강행한다면,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큰 압력과 부담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종합적인 협력이 필요한 우리 정부로서는 이러한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한·일 간 협정 체결 보다는 자체 국방태세 및 한·미동맹 태세 강화, 나아가 한·미·중·일·러의 다자적 대응태세 강화에 보다 중점을 두는 접근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준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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