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0월 1일

특집 | 미·중 전략 경쟁 심화 … 한국만의 가치 높여나가야 2016년 10월호

특집 | 북한 핵실험 폭주 … 한국의 전략은?

·중 전략 경쟁 심화 … 한국만의 가치 높여나가야

 

지난 9월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항저우(杭州)의 시후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연합

지난 9월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항저우(杭州)의 시후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연합

 

글로벌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는 한반도가 속한 동아시아에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즉, 미·중이 여전히 상대방의 동아시아 전략에 대한 전략적 불신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른 남중국해 문제와 사이버 안보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중·일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 미·일 안보협력 강화, 한·일관계 경색, 북핵문제 미해결 등이 더해지면서 동아시아 정세는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자국의 국가이익에 근거한 지역 전략을 수립하여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라 치밀하고 선제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 유지와 중국의 부상 억제를 위해 ‘아시아재균형’ 전략을 강조하고, 일본·한국·호주 등과 동맹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기존의 ‘평화발전’ 전략은 유지하되, 주권과 영토 등 ‘핵심이익’은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강온(强溫) 병행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갈등 및 규범 경쟁은 역내 국가 간 전략·안보·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도 미국은 대북 압박을 위한 ‘중국역할론’을 강조하지만, 중국은 북한 도발의 원인이 일차적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있음을 주장하는 등 상호 책임공방을 표출하고 있다.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및 한·미동맹 관계 차원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중국은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협의 시도가 자국의 전략 억제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강화시킬 것으로 인식하여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관련국가 간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그동안 미·중관계의 갈등이 정치·군사는 미국에, 경제·통상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해 왔고, 북·중관계와 북·미관계 및 중·일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특히 미·중 갈등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도발 지속이라는 전략적 오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 역내 갈등 평화적 해결 위한 주도적 자세 긴요

반면, 동아시아 국가관계가 갈등보다 협력 추세가 강할 때 한국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었고, 특히 미·중관계가 협력적일 때 한·미동맹과 한·중관계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및 통일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대국 갈등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역내 갈등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일치하지만 구체적인 셈법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즉,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지지하면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방식에 대해서는 약간씩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의 공조를 통해 줄곧 “북한이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주장했고, 최근 잇따른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여 자체적인 대북 독자제재 및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역시 그동안 한반도 정책과 관련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체제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3대 원칙을 강조해 왔으나, 제4차 북핵실험 이후에는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병행론을 주장하는 등 대화와 협상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제5차 북핵실험 이후에도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에는 반대하지만 제재 대신 대화와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미·중의 대북제재 공조 역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을 자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여 독자적으로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여가는 한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제4차 북핵실험 이후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대화’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되 북한과의 대화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되었지만,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한 상황에서 미국은 추가적인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공언하고 있다. 특히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은 그동안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을 더욱 강경한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중(2016년 5월)과 같은 ‘북한 카드’를 활용하여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 강화에 대응하고 있다. 제5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과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북한의 체제에 위협을 가하는 수준의 대북제재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 둘러싼 미·중 갈등, 오판 가능성 높일 수 있어

이처럼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셈법의 차이가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양국이 한반도 문제를 미·중 간 동아시아 전략 경쟁의 하위구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미·중이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핵의 해결 과정에서 미·중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담합’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핵문제와 대북제재 및 사드 배치 등을 둘러싼 미·중의 상호인식 차이와 갈등 표출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도록 하는 전략적 오판의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방지하고 대북제제 국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한·미·중 3국이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2016년 3월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제2270호)를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할 것”을 천명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 역시 미·중 간 전략적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드 문제로 미·중이 갈등하기 보다는 사드 논쟁의 확산 차단 필요성에 대한 한·미·중의 공통된 인식이 필요하다.

북핵문제는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시금석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강조하는 ‘핵심이익’ 문제나 미국이 강조하는 국제규범 및 질서 준수는 상호 간의 전략적 불신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대가 미·중 양국에게 점차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 국면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전략 구도는 많은 변화를 겪겠지만, 미·중 전략적 경쟁과 갈등이 한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대비하여 한국의 국가이익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외교원칙과 방향을 정립하여 대외관계에 일관되게 적용함으로써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중국은 ‘중국의 부상’에 부합하는 강대국 외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고, 일본 역시 미·일동맹 강화와 중국과의 역내 갈등 과정에서 한국의 협력과 지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강대국화는 이미 계획된 시간표와 미·중관계의 변화 등에 연동되어 추진되고 있다. 일본 역시 자국의 경제 회복과 국제적 위상 저하 극복을 위해 보통국가화를 지향하고 있고, 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라는 미·일 간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중국을 공동으로 견제하는 전략을 치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한 핵·미사일 도발 등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안보·국방·통일 분야의 국가이익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이를 총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국가대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주변 국가들과의 신뢰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동아시아 다자협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역내 국가들의 지역 전략에서 한국이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와 한·미·일 전략적 소통을 중시하되 한국의 주도권을 확보해야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우리의 적으로 돌리지 않는 대외정책 역시 고려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동반자관계의 조화와 균형의 추진은 한반도가 처한 숙명이다. 하지만 성급한 한·중 밀월관계는 한·미동맹을 훼손하거나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중 양국의 신(新)지도부 출범 이후 양국관계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제약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 한국의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중국에 대해 과도한 기대와 역할을 부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한반도 및 북핵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급한 한·중 밀월 신중하게 중국에 과도한 기대 말아야

셋째,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핵문제의 해결이 중국과 미국의 신형대국관계 구축의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미·중 간 이견을 조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미·중 3각 협력의 범위를 북핵문제에 우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대북 압박조치를 마련하되, 대북제재의 목표와 관련된 한·미 간 이견을 해소한 후 한·미·중 3국 간 의견을 조율하는 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중 간 ‘전략적 타협’으로 인한 한국 배제 가능성에 대비함은 물론,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론’을 제안한 배경과 의지를 파악하여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원칙을 미리 마련할 필요도 있다.

넷째, 주변 강대국을 대상으로 한반도 통일이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논리를 설득시키는 통일 공공외교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이미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의 최대 영향 요인이자 한반도의 통합 및 통일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국가로 예상된다. 따라서 통일한국의 건설이 중국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분단 관리의 기회비용을 절감시키고 안보적·경제적 편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정책’ 공공외교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

다섯째,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와 중국 특색 외교(강대국 정체성, 핵심이익 수호, 국제규범 중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론의 중요성 등) 및 한·중관계 장기 비전 등을 고려한 대(對)중국 전략적 사고와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며,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전략 방안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권 문제를 비롯하여 북한 내 시장화·정보화 확산 등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대북정책 로드맵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신종호 /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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