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북한 핵·미사일, 김정은의 보검 아닌 독약 2016년 10월호
시론
북한 핵·미사일, 김정은의 보검 아닌 독약
지난 9월 9일 북한은 제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올해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한지 8개월만이다. 이는 2006년 이후 3~4년 주기로 핵실험을 했던 행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1월 핵실험 이후 한 달여 만에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더니 국제사회의 초강수 대북제재 이후에는 보란 듯이 핵탄두를 공개하며 대기권 재진입 및 고체연료 로켓 실험 등으로 자신들의 핵 위력을 과시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김정은은 지난 3월 핵탄두 폭발실험과 운반수단인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후 북한은 대한민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스커드(Scud)를 비롯해, 일본을 타격 가능한 노동, 괌을 타격권에 둔 무수단, 그리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갔다. 급기야 이번에는 보란 듯이 핵탄두 폭발 실험에 이어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신형로켓 엔진실험을 공개적으로 감행하였다.
북한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8월 말 함경북도 일원은 태풍 라이언록으로 인해 해방 이후 최대의 피해를 입었다. 김정은이 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핵실험을 뒤로 미루고 피해 복구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달랐다. 한편으로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고, 한편으로는 피해 상황을 부각하면서 국제사회에 구걸의 손길을 내미는 이중적이며 파렴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연 김정은의 의도는 무엇일까?
‘강대국에 단호히 맞서는 지도자’ 이미지가 급선무
2011년 김정일의 사망으로 공식 권력을 물려받은 직후 김정은의 선택은 미국과의 2·29합의를 파기하고 이듬해 4월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이었다.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의 지원을 받기보다는 미사일과 핵 역량 강화가 더욱 긴요하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즉, 핵·미사일 도발로 강대국에 단호하게 맞서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나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의 리더십을 확고하게 부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에 맞춰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사실 이 시기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2기가 출범하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이는 대남, 대중, 대미관계의 개선보다 정권을 공고히 하는 데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 사실상 지난 1월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올해 5월,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려면 핵실험과 같은 대형 도발은 자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생각은 달랐다. 2012년 4월, 첫 육성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는 제4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탄 실험에 성공한 위대한 지도자”로 등극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은 올해 초 핵·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초강수 대북제재가 어려움으로 다가오자 김정은이 이에 결코 굴하지 않는 지도자임을 과시하는 동시에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로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뒷배를 믿고 이를 빌미로 핵·미사일 역량 강화의 기회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은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이다. 1950년 김일성의 6·25 기습남침이 미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의 개입으로 실패한 이후, 북한은 한·미동맹의 고리를 끊어내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 정전체제와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 도발은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을 강화한 이후, 자신들의 핵개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게 핵 포기(비핵화)를 요구하기 이전에 미국이 먼저 적대 정책을 포기하라고 요구한다.
적대 정책을 포기하는 방법은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영구 중단하며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간 평화협정을 맺으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남한에서 미군만 쫓아낸다면 자신들이 보유한 핵·미사일로 무력적화 통일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주한미군 기지는 물론, 주일미군 기지와 괌 그리고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미사일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략에 바탕을 둔 것이다.
내부 불만에 외부 제재 … 정권 안정 위협하는 길로 들어서
과연 김정은의 계산대로 핵과 미사일이 김정은 정권과 체제를 지켜줄까? 한·미동맹의 고리를 끊어내고 적화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실제로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엘리트 계층의 분열 조짐들이 노출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어떠한가? 북한의 협박이 고조될수록 한·미동맹은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그동안 한·미가 유보했던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도 추진되고 확장억제를 위한 미국의 모든 전략 자산이 동원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은 김정은 정권을 지켜주는 보검이 아니라, 무너뜨리는 독약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로 촘촘한 대북제재를 이어가는 동시에 강력한 억제와 응징 역량으로 핵·미사일을 무용화시켜야 한다.
문성묵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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