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기념 좌담 | 전문기자가 보는 통일언론 그리고 한반도 2016년 11월호

창간 33주년 기념 좌담

전문기자가 보는 통일언론 그리고 한반도

확고한 안보·국익 바탕 위에 대중국 외교 노력 긴요

 

(왼쪽부터) 공용철  프로듀서, 김인구  북한전문기자 왕선택  통일외교전문기자, 장용훈  북한전문기자

(왼쪽부터) 공용철 <KBS> 프로듀서, 김인구 <뉴시스> 북한전문기자, 왕선택 <YTN> 통일외교전문기자,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현재의 분단 구조와 국내정치 속에서 북한을 보도하는 한국의 언론은 쉽지 않은 환경을 맞고 있다. 북한의 폐쇄적인 정치·사회의 특성으로 현장의 모습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취재 기회가 제한되어 있고 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더라도 사실 확인을 위한 교차 검증이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취재 환경이지만 분단시대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 북한을 보도하는 언론은 막대한 중요성을 지니며 또한 고도의 전문성과 균형감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남북관계 및 통일 이슈와 관련해 여론 형성의 착화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일반 시민의 개인적인 대북인식 차원에서 정부 관계자의 정책 결정 과정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한국 사회에 깊고 폭넓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북한 보도를 담당하며 실무 경험을 축적해 온 한국의 대표적 전문기자의 눈을 통해 분단시대 한국 언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최근 급부상하는 한반도 이슈에 대해 분석해본다(편집자주).

 

북한 취재, 장애요인은?

북한 직접 취재 불가 취재원도 한정적

남북 보도 문화 차이 숨은 메시지 파악 어려워

사회적 진영 논리에 기자가 휩쓸리는 현상

 

공용철

북한은 취재하기 쉽지 않은 대상입니다. 취재의 현장에 직접 가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핵심 취재원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 외 여러 어려운 점이 많은데요. 북한 취재의 장애요인, 어떻게 느끼고 계십니까?

장용훈

기본적으로 북한 취재는 그 폐쇄성 때문에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없고요. 따라서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취재원도 한정적이죠. 북한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이라고 한다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정부죠. 북한을 들여다보고, 평가하는 일을 지금까지 정부가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정부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언론에서 생산되는 북한 관련 기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민간인데요, 이 중에서도 특히 시민사회가 될 수 있겠죠. 북한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인사들, 이 분들이 북한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가 취재원이 되는 것입니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고 교류가 활발히 일어났을 때는 이러한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취재 과정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남북관계가 매우 엄혹하다보니 과거에 비해 시민사회 단체 쪽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한정적인 상황입니다. 세 번째는 탈북민이에요. 아무래도 북한에서 직접 생활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니까 이를 통해 북한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최근 미디어 환경으로 볼 때 탈북민들이 하는 이야기가 중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앞서 언급한 정부든, 시민사회든, 탈북민이든, 각각 나름의 의도성을 가지고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에서 직접 내보내는 이야기를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이 공식적으로 내놓는 내용을 더욱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물론 북한 언론 매체가 선전이라는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만, 그래도 그 속에는 자신들이 외부에 내보내려고 하는 메시지를 늘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따라서 이를 예민하게 살피고 이를 통해 북한 사회의 변화 모습을 추적하여 기사화하는 작업이 중요할 것으로 봅니다.

김인구

북한에 대한 취재는 직접적인 접근이 어렵죠. 특파원도 운용할 수 없고요. 앞서 지적된 것처럼 취재원이 제한되어 있는 장애요인도 있습니다.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제한적인 취재원들이 만약 거짓된 정보를 전하게 된다면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타 분야의 취재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남북의 보도 문화 차이로 겪는 어려움도 있어요. 보도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가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기자 입장에선 북한에서 나오는 소식을 접할 때 어느 것이 진실인지, 이것이 선전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는 것이죠. 기자들은 북한이 내놓는 텍스트, 그 속에 담긴 뜻은 무엇이며 어떤 점을 드러내서 독자에게 전해야 하는지 늘상 고민하다보니 오히려 숨은 메시지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왕선택

북한에 대해 조금이라도 긍정적이거나 우호적인 내용이 기사에 담길 경우 이를 작성한 기자가 책임을 지게 되는 현상, 즉 이른바 사회의 ‘진영 논리’에 휩쓸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이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에 기자 입장에서는 미연에 막아보려고 조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다보면 결국 핵심이 빠져있는 소위 ‘맹탕’인 기사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또 하나는 북한 문제가 복잡다단하고 미국이나 중국이 개입된 국제적 문제라는 점에서 어떠한 현상의 의미에 대해 기자가 어디까지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지 확신이 잘 서지 않습니다. 기사를 송고하고나서 며칠 지나고 보면 핵심을 잘못 짚은 사례가 많고요. 북한이나 남북관계 관련 보도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더구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공용철

저는 TV 매체에서 북한 탐사 다큐멘터리를 많이 제작했어요. 가장 어려웠던 점이 영상 확보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 장마당 촬영 영상을 이용해 주민들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제작해왔는데, 문제는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진행하기 때문에 소위 ‘몰래카메라’ 형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몰래카메라는 특성상 화질이 좋지 않고 현상이 왜곡되기 쉽잖습니까.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꼽히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도 몰래카메라로 찍으면 꼭 범죄 현장 같이 보이잖아요. 화려하고 깔끔한 것도 누추한 범죄 현장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부족한 점이 많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언론의 북한 보도, 문제점은?

“‘받아쓰기 기자많아 사실관계 확인해야

정책 전문가의 균형적 평가 담는 노력 부족

탈북민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경계해야

 

공용철

이렇듯 북한 취재가 어렵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직접 취재뿐만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 전달하는 자료 역시 정책 홍보에 유리한 것 위주로 제공되다보니 북한 실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도 있고요. 현재 국내 언론의 북한 보도 환경,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십니까?

김인구

가장 자성해야 할 것은 소위 ‘받아쓰기 기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쪽 말이든 저쪽 말이든 받아쓰기만 하는 것이죠. 기자들이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써야지, 자신도 모르는 이야기를 그저 옮겨 놓는 것에 바쁘다면 곤란합니다. 독자들은 현상을 기사로 접하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믿게 되잖아요. 만약 기자가 핵심을 제대로 짚지 않았다거나 오류가 있는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면 사회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사실 오랫동안 고착화 된 문제죠.

왕선택

북한 보도 관련 우리 사회 언론의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즉 북한에 대한 강경책이 필요하다는 진영의 논리에 부합하는 보도와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논지의 보도가 양극단으로 나뉘어 언론사마다 집중하다 보니, 이러한 대결 구도와 경쟁 속에서 과도한 기사가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할 때 현상에 대한 해석을 듣기 위해 전문가를 접촉합니다. 북한 보도 분야에서는 정부당국자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대학 교수 등이 될텐데요. 이런 정책 전문가 집단이 우리 사회에 있는데 사회 양극화 구조 속에서 대북 강경책을 선호하는 정권이 정권을 잡으면 아무래도 강경한 의견을 가진 정책 전문가들이 많이 활동하잖아요. 정권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부합하는 사람이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이해관계 측면에서 더욱 좋은 기회를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니까요.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이 현상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는 대상자의 절대 다수가 바로 정권의 목표에 부합하는 평가와 설명을 해준다는 것이죠. 물론 결과적으로 이러한 부분까지 모두 고려하여 균형감 갖춘 보도를 해야 합니다만 지금까지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언론이 책임지고 자성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용훈

어떤 정부든 자신들이 추진하려는 정책에 부합하는 내용을 언론에 밝히는 경향이 강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보를 수용하는 언론의 태도겠죠. 최근 들어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정부에서 하는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고 수용하려는 언론의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념을 중심으로 양극단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따라서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은 진실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일관성을 갖고 동일한 잣대와 방식으로 공정성을 지향해야 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되고요. 또 하나 지적할 것은 탈북민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입니다. 물론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중요한 취재원인 것은 맞죠. 다만 그들이 알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물어보고 답을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어부로 평생 물고기 잡다가 탈북한 사람에게 김정은의 정치에 대해 물어보고, 그 답변을 기사에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안 된다는 말입니다. 북한에서 고위층으로 있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탈북해 입국한 시기가 오래된 경우, 즉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에 온 사람에게 지금의 김정은에 대한 이슈를 물어보면 제대로 된 사실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언론은 자꾸 그 분들의 입에서 사실을 들으려고 갈구한다는 것인데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용철

저도 전적으로 동감하는데요. 중국에서 취재하다가 북한 문건을 하나 확보했다면, 이것이 북한에서 생산된 문건인지, 과연 그렇게 판단할 타당성이 있는지, 북한에서 문건을 생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탈북민에게 보여주면서 사실관계 확인을 자문 받는 것은 이해가 돼요. 그런데 그 분들이 말해줄 수 없는 것을 질문하고 사실을 듣기를 원하는 경향이 크다보니 문제가 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활동하는 고위 탈북민이라는 분들도 북한에서 고급정보를 확보하게 되면 이를 정부에 주고 보상을 받거든요. 별도 채널로 정부와 정보교류를 하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그 분들이 언론에 새로운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지나치게 탈북민의 입에서 많은 정보를 구하는 데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지난 2월 11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언론사 취재진들이 개성공단 직원을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지난 2월 11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언론사 취재진들이 개성공단 직원을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언론,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인용 저널리즘통한 무책임성 반성해야

북한 직접 취재 가능하도록 방안 모색해야

편향적 태도 경계하고 전문성 키워야

 

공용철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면 북한 보도와 관련해 한국 언론이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인구

우선 언론의 무책임성을 반성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 보도 분야는 더욱 심각하죠. 소위 ‘인용 저널리즘’이라고 하는데요. 인용이 전부인 보도 방식, 경계해야 합니다. 나중에 사실로 드러나지 않을 경우에도 기자는 ‘모두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며 오보를 전달한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일반 독자들은 인용 기사를 보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보거든요. 그러니 최초 기사에 등장하는 정치인이나 정부 당국자, 정책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짜놓은 구도를 언론이 아무런 여과 없이 가져와 여기저기 퍼뜨린다면 언론의 신뢰도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지 기자가 스스로 묻고,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으면 보다 면밀한 교차확인을 거쳐 기사를 생산해야지, 마냥 주위에서 받아서 옮기는 것에 주력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장용훈

언론 스스로 북한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지금보다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남북관계가 끊어져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열렸잖아요. 그런데 일본의 <교도통신>이 현장에 들어가 북한 권력구조 변화와 관련한 내용으로 계속 특종 기사를 내보냈거든요. 한국 언론은 이것을 받아썼죠. 그런데 <교도통신> 보도를 보면 북한의 직책이나 기관명 등에서 오류가 많이 발견되더라고요.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도에 나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 당 대회에 한국 취재단이 들어갔다면, 정확하고 자세한 취재가 될 수 있었겠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던 적이 있었죠.

왕선택

기자의 전문성을 지적하고 싶어요. 북한 문제가 매우 복잡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하룻밤에 책 한두 권 읽고나서 북한 문제를 대부분 알 수 있게 되었다면서 접근하는 태도는 정말 과도한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북한을 다루는 기자 중 일부는 깊은 고민과 전문성 없이 복잡한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고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기자 스스로 편향적인 태도를 경계하고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문기자의 시각

북한 체제, 안정적인가?

엘리트 탈북 최근 일 아냐 붕괴 전조로 보기 어려워

북한 고위관료 인사 조치, 우리 기준으로 해석해선 오류

북한 해외관료들 매우 어려운 상황 대북제재 효과

 

공용철

이제부터는 전문기자들이 보는 북한과 한반도 이슈를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겠습니다. 우선 최근 엘리트 탈북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든지, 김정은이 공포통치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를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으로 연결하는 식의 보도가 많아요. 북한 체제 안정성, 어떻게 보십니까?

장용훈

북한 체제 안정성은 결국 붕괴론을 염두에 두고 북한이 현재 불안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사실 북한 엘리트 인사의 탈북은 꾸준했어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거든요. 주영국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를 기점으로 이런 식의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태 공사 급 인사의 탈북은 예전에도 많이 있었고요. 과거에는 고위급 탈북민이 입국해도 알리지도 않고 보도도 되지 않아 모르고 넘어갔을 뿐이지 없던 일이 최근 들어 갑자기 급증한 사례는 아니라는 것이죠. 또한 김정은 정권 들어서 시장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로 적어도 주민들이 먹고사는 기본적인 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여유로워졌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갓 입국한 탈북민의 조사 결과를 보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가 예전보다 조금씩 높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따라서 북한의 체제 안정성에 대해 최근 특정 사안을 너무 크게 부풀려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과도하게 연계해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8월 17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 관련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

지난 8월 17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 관련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

 

왕선택

경제가 조금 낙후됐다거나 혹은 독재가 심해졌다는 식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지금까지 알려진 기준으로만 보면 북한이 무너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우선 경제가 낙후되어 체제가 붕괴한 사례는 없습니다. 그리고 독재자가 잔혹한 사실 자체만으로 체제가 무너진다는 것도 성사되기 어렵고요. 김정은의 나이가 어리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것을 내세워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시각도 있는데, 사실 북한은 왕조국가처럼 운영된 지 꽤 오래됐잖아요. 김정은 스스로가 카리스마를 보여야 할 필요성이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김정일의 아들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나름의 정당성을 갖고 있거든요. 또한 지금 북한의 관료시스템은 가산제(家産制)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관료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북한의 고위관료가 좌천됐다거나 숙청당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북한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쪽이 있는데 사실 이는 관료제를 기준으로 북한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입니다. 가산제에서는 고위관료가 승진하거나 숙청당하는 기준이 바로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에요. 이것이 부족하면 좌천은 당연한 것이고 반대로 높으면 승진하는 것이죠. 그것이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방식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고위관료의 잦은 인사 조치는 매우 빈번하고도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이고요. 이런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언론은 물론 정책 전문가 집단에서도 더욱 신뢰성 있는 분석틀을 갖춰야 한다고 봐요.

김인구

북한 체제의 안정성 이야기가 나온 것이 처음에는 1980년대 동유럽 국가들이 무너질 당시였거든요. 이후에 잠시 사그라들었다가 1990년대 초반 북핵문제가 터지고 김일성 사망과 대홍수가 벌어지면서 ‘고난의 행군’ 시기에 대량 아사자까지 발생하는 바람에 다시 등장합니다.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빈번했죠. 그런데 보세요. 그 이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흘렀고 북한은 여전히 붕괴되지 않고 존재하지 않습니까. 이제 다시 최근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올해 탈북민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근거로 체제붕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는 그 근거가 상당히 빈약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한 쪽에서는 숙청으로 인한 공포통치를 들어 체제 안정성을 말하는데 이 역시 그들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는 세대교체적 측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공용철

올해 들어 북한 내부의 탈북 행렬이 유난히 강조되는 것에 대해서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쨌든 지난 3~4년에 비해서 올해 탈북자가 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탈북민들과 재중동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보면 그 현상을 저는 이렇게 해석하고 있어요. 김정은 체제가 현재 집권 5년차인데, 첫해와 이듬해에는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대해 희망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에게 정권 차원에서 시장도 열어주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봐요. 또한 김정은이 김정일과는 다른 리더십을 보였잖습니까. 김정일이 은둔의 리더십이었다면 김정은은 대중과 소통하면서 과거 김일성처럼 주민들과 포옹도 서슴치 않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말이죠. 그래서 초기에는 주민들이 이를 보고 나름의 희망을 가졌다고 해석합니다. 실제로 일부 탈북민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당시에는 먼저 입국한 탈북민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데려오려고 하면 “이제 여기도 좋아졌다. 안 간다.”고 해서 실제로 못 데리고 온 사례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 어쨌든 수적으로 탈북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죠.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대략 5년 전에는 200만~300만원 정도를 탈북 과정에서 브로커 비용으로 지불했다면 지금은 약 1,500만원 이상 줘야 하거든요. 그만큼 국경통제가 심해졌고, 탈북이 어려워졌다는 말이죠. 그럼에도 탈북민의 수가 20~30% 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 5년이 지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해 정권 초기 가졌던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는 비단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것과 연결된다고 봐요.

또 하나는 최근 들어서 태영호 공사를 비롯해서 고위관료의 탈북에 대해선 이렇게 봅니다. 대부분 외교 공관에 있던 사람이나 대외무역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 주로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의 탈북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이것이야말로 저는 대북제재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은 지금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대북제재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쪽에서 석탄을 비롯해 상당한 물자가 들어가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잖아요. 또 결의안에 북한의 민생과 관련한 부분은 제외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살아가는 데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문제는 당·정·군의 핵심기관, 특히 해외에 나가 있는 관료들이죠. 이 사람들이 북한 외화벌이나 대외무역의 창구 역할을 해왔는데, 대북제재로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정권 상부에서 목표량은 계속 주어지는 상황이고, 예전처럼 대외무역이나 외화벌이를 진행할 여건은 안정적으로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이거든요.

즉 위에서는 조이는데 실적을 달성할 방법은 없는, 한 마디로 샌드위치가 되어 있는 입장이란 말입니다. 외교관이라면 특권을 이용해 몰래 밀수도 하고,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면세품도 옮겨가면서 돈을 만들어 일부는 상납하고 자기도 먹고 사는 방식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국제사회의 제재가 촘촘해지면서 갈수록 이런 방식으로 사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죠. 해외에 나가 있는 고위 간부들은 지금 심적·물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사람들의 탈북이야말로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직접적인 효과로 보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미래 문제도 있죠. 자신은 어떻게 되었든 북한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 여기까지 왔는데, 자식들이 그 시스템 안에서 살아나갈 일을 생각해보면 답답하거든요. 지금처럼 국제사회의 제재망이 옭아매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희망이 안 보이는 상황인 것이죠. 저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는 것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 때문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보고 온다고 생각 합니다. 지금 북한 사회는 서민부터 고위층까지 모두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지, 따라서 이런 요소로 인해 올해 탈북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돼요.

장용훈

이와 관련해서 저는 한두 가지를 조금 더 보태고 싶은데요. 우리가 이런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예전에도 외화벌이 하던 사람들이 많이 왔어요. 그런데 최근 들여다보면 제일 재밌는 것이 이 분들이 가지고 나오는 돈의 규모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1억 원을 가지고 왔다면 지금은 10억 원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어떤 경우 수십억 원을 가지고 들어와서 한국에 정착하자마자 외제차부터 사는 분도 보일 정도니까요. 북한의 경제규모가 과거에 비해 커지다 보니 개인이 만질 수 있는 액수도 같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좋고 나쁨을 떠나 북한의 경제 규모가 일단은 증대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문기자의 시각

북한 ·경제 병진노선 미래?

지하경제 고려하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어

북한식 기준으로 보면 단기적 성과는 가능할 수도

외부 재원 투자 어려워 장기적 성과는 장담 못해

 

공용철

북한이 추구하는 것이 ‘핵·경제 병진’ 노선입니다. 핵무력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하겠다는 것인데요.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왕선택

단기적으로는 성공하는 면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조금 어렵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장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북한의 경제발전은 외부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야만 가능한 구조입니다. 사회기반시설을 비롯하여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북한이 국제사회에 정상적으로 편입되어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북한의 국가적 개발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죠. 다만 단기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북한의 경제 규모라는 것이 워낙 작잖아요. 또한 지하경제라는 부분도 생각해야 하고요. 지금 국제사회가 촘촘하게 짜인 제재안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만, 그럼에도 어느 사회나 지하경제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는데 특히 중국은 이러한 부분이 더 크거든요. 따라서 그 옆에 있는 조그만 경제체제인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버티는 데 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김인구

당초 북한이 노리고자 했던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견상 봤을 때 단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으리라 보입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북한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규모 속에서’ 핵무력 보유와 경제건설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그렇게 열악한 상황인데 평양에 과학자거리를 만들어서 빌딩을 올리고 있고, 400개 가까운 공식시장에서 물건 거래를 해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배급경제를 없애고 주민들이 직접 사고 파는 방식으로, 사실 사경제 비슷하게 굴러가고 있잖습니까. ‘분명히 실패할 것이다. 이렇게 군사 무기에 재원을 쏟아붓는데 어떻게 경제가 살아나겠는가.’라고 보는 것은 외부에서 단순하게 생각하는 인식이고요. 물론 우리 기준으로 보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기준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추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용훈

단기적으로 ‘그럭저럭’ 먹고 사는 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요. 우리가 북한이 핵 개발하는 데 엄청난 비용을 썼다고 이야기합니다만 결국 그 비용이라는 것도 우리식으로 산출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죠. 북한이 정말 그 만큼의 비용을 썼는지 알 수도 없고요. ‘그럭저럭’이라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먹고사는, 기본적으로 삶을 유지해 나가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특히나 북한이 시장을 합법화 한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구해서 유통 및 소비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본다면, 대북제재가 계속 이어질수록 북한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망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안에 민생이라는 부분의 여지를 남겨 놓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다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물론 북한이 자체적으로 경제개발을 위한 5개년 전략도 내놓고 나름 방안을 꾸려가려 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북한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어디선가 재원이 조달되고 투자되어야만 하거든요. 지금은 핵문제로 인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고 향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장기적으로 충분한 자본을 만들어 낼 역량이 있을지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봐요.

 

전문기자의 시각

미국 핵심이익과 한국의 자세?

, 한반도에서 영향력 축소 상황 용납 못해

전략 없이 탐색전만? 주체적 외교 자세 긴요

적극적 의지 가지고 미국 설득해 움직여야

 

공용철

이제 곧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고, 새로운 리더십이 자리잡을텐데요. 지금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관련한 핵심적인 국가이익은 무엇인지, 또한 향후 대미전략을 어떻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왕선택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미국이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국가이익이라 한다면 미국 내의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주한미군이 철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주한미군은 현재 한반도의 상황 속에서 특별한 변화 없이는 병력과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안정군으로서, 또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는 대비군으로서, 나아가서는 중동 지역까지 포괄하여 전 세계적인 전략적 유연성에 대비하는 하나의 허브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재 미국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고려 대상에 두고 있지 않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고요. 둘째는 한반도와 그 일대에서 전쟁이 나면 안 된다는 것인데요. 사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를 더욱 근본적이며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방지보다도 한반도에서 현재의 안정적 구도가 깨지면 안 된다는 것이겠죠. 셋째는 중국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세력이 되어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적 전진 기지로 한반도가 기능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몇 가지만 지켜진다면 남북한이 통일이 되든, 분단이 지속되든, 북한이 어떤 상황으로 변모하든, 심지어 북핵문제가 어디까지 확대되든, 미국은 여기에 대해서 일정한 관리자 모드로 남아있을 것이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개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러한 기본적 입장과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특정한 시기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한반도 문제에 개입했던 사례가 있었다는 것인데요. 되돌아보면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 의지를 가지고 미국에 협의를 요구했을 때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뚜렷한 정책에 대한 의지나 구상 없이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먼저 움직인 적은 없거든요.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 북핵이나 한반도와 관련한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 현재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토론하여 정립할 필요가 있어요. 그 속에서 결론이 나오면 이를 미국 정부에 전하고 협조 방안을 요구하는 방식의 프로세스를 밟아가야죠. 그러나 그런 과정 없이 ‘우리의 전략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미국의 정책은 알아야 하는 게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접근하는 것은, 어쩌면 미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매우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일 수 있겠죠.

김인구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보면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의 5년이 그나마 북핵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상당한 주체성을 발휘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했고요. 앞서 언급된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 있어서도 우리의 주체적인 외교 자세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고 이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과제입니다. 스스로가 아무런 전략적 방안도 없이 탐색전만 펼치고 상대국의 의도만 물어보는 것은 곤란하겠죠. 최근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포함해 여러 외교·안보적 이슈로 시끄러웠지만 선택의 기준은 항상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전략적 방향 속에서 그것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것이고, 필요가 없다면 아무리 강요가 있어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죠.

장용훈

북한을 붕괴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가졌던 미국의 정권은 바로 부시 행정부였어요. 당시 네오콘 세력이 중심이 되어 주장했죠. 그런데 이 부시 행정부 속에서 9·19합의도 만들어졌고, 남북 간에 정상회담도 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공공연하게 말했던 부시 행정부가 과연 북한과 만나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 그 당시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미국 쪽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이에 부시 행정부가 움직였다는 것이죠. 물론 그 중간에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고 여러 안보적 상황 변화가 있어서 양국 간의 협의에 영향을 미쳤던 부분도 있지만 결국 그 당시 여러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정부의 의지가 굉장히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전문기자의 시각

안보리 대북제재, 효과는?

불편함 끼쳤을지 모르나 북핵보유 막지는 못해

대외교역 거의 없던 북한 얼마나 아플지 의문

중국, 자국민 희생시키는 대북제재 동참 어려워

제재만 집중? 북한 정권에 명분 주는 역효과도

 

공용철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외교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번 제5차 북핵실험 이후 현재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문제가 한창 논의 중입니만, 사실 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보세요?

김인구

결론적으로 북한에 불편함은 끼쳤을지 모르나 핵보유 의지를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관련 국가들이 이 문제를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공교롭게도 일본의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과 중국은, 앞서 언급되기도 했지만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깨지 않는 범위 안에 있다면 크게 심각한 이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다만 지금은 북한 핵과 미사일이 미·중이 스스로 생각하는 한반도의 현상유지에 균열을 낼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여러 방식으로 북한에 경고를 하는 것뿐이죠.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좋겠지만,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이 관리할 수 없는 단계까지 나아가지만 않는다면 묵시적으로 용인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개인도 아닌 국가를 꽁꽁 묶어서 통제한다는 것이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지정학적으로 만약 북한이 미국 턱 밑에 자리잡은 쿠바라면 혹시 모를까, 태평양 넘어 멀리 떨어져있는 데다가 중국과 러시아, 한국, 일본에 둘러싸여 있으니 자국의 직접적인 위협 대상으로는 보지는 않는 것 같고요. 게다가 북한이 매우 과격한 방식으로 미국에 대항하여 허를 찌르는 기습공격을 한다거나 그런 방식을 쓰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제가 봤을 때 중국은 물론 미국의 의지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제5차 북핵실험 이후 준비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안 역시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것을 되풀이하는 수준이 아니겠느냐 생각됩니다.

장용훈

역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실 제재가 효과를 가지려면 제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누리는 것이 커야 합니다. 이란의 경우 석유를 수출해야만 먹고사는 나라였잖아요. 그런데 우리도 이란산 석유를 많이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조치에 동참해 석유 금수를 취하니 일정한 수준으로 이란에 타격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것이 많든 적든 이란에게 고통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이런 점을 빗대어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북한은 여태껏 미국하고 제대로 된 교역을 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한국과 2000년 이후 경협을 해봤다고 하지만 그것도 사실 규모면에서 보면 그리 큰 것도 아니고요. 결국 중국을 제외하고 대외적으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해보지 못한 나라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보면 국제제재에 대한 충격의 크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어요. 따라서 제재라는 형태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죠.

공용철

중국이 지난번 제4차 북핵실험 때 안보리 2270호를 채택하면서 민생 분야는 제재 과정에서 제외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 민생이라는 부분에 중국의 큰 의도가 들어가 있다고 보고 있어요. 사실 앞서 북한의 시장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북한 시장화의 동력은 중국 자본이거든요. 소비재부터 시작해서 북한의 건설, 운수, 서비스 등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경제 행위의 돈줄은 화교, 즉 중국 자본이거든요. 광물도 마찬가지예요. 석탄이나 철광석을 캐는 북한 광산에 투자한 대부분의 기업은 중국 기업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스스로 자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거든요. 또한 단둥이나 옌지, 훈춘 등 북·중 접경 일대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 대부분 북한과 무역을 비롯해 여러 경제관계를 맺고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중국이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감수하고 자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감안하면서도 민생 부분에 직접적인 제재의 칼을 들이대는 상황을 만들 것인지, 저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보고요. 따라서 향후 몇 차례 더욱 강화된 조치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이 민생 부분까지 포함한 전면적 대북 경제 봉쇄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왕선택

앞서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의 미래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잠깐 나왔던 이야기지만, 저는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경우 지하경제라는 부분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모든 제재와 압박을 논의할 때 지하경제가 없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중국이 성의를 가지고 제대로 제재에 동참하면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전망하는 것이죠. 그러나 중국 자체도 내부에 지하경제가 있습니다. 이는 시진핑 주석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요. 비단 중국뿐만 아닙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가 100% 투명한 나라가 있겠어요. 선진국일수록 투명도가 높고, 후진국일수록 투명도가 낮다는 것인데, 중국은 사실 시장 경제를 도입한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투명도라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한국이나 미국보다는 낮다고 볼 수 있잖아요. 게다가 국가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중국 차원에서 통제하지 못하는 지하경제 규모는 현 국면에서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북한과 교역이 많은 중국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것까지 함께 엮어서 여러 가지를 취합해 복합적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 합리적이지, 제재만 가지고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북한을 도와주는 역효과를 얻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제재와 압박을 한다고 하면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결속시킬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가 있거든요. 김정은 정권의 눈으로 보자면, 대외적으로 제재와 압박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한 부정적 효과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면 북한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명분을 얻는 방식으로 활용해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기자의 시각

핵무장론, 어떻게 봐야?

독자적 핵무장론, ·미동맹 믿지 못하겠다는 뜻

이미 폐기된 미군 전술핵, 어떻게 가져온다는건지?”

왜 조폭에 조폭으로 대응하나? 협상으로 해결해야

 

미국의 전략무기인 핵추진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가 지난 3월 13일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

미국의 전략무기인 핵추진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가 지난 3월 13일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

 

공용철

물론 미국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우리에게는 북한의 핵이 현실적이고 또 직접적인 안보위협이지 않겠습니까. 올해 초 북한이 제4차 핵실험에 나서고 이어 8개월만에 또 다시 제5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바로 핵무장론인데요.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해 대응해야 한다는 독자적 핵무장론부터 과거 철수했던 미군의 전술핵을 다시 한국에 들여와야 한다는 전술핵 재배치론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장용훈

일단 독자적 핵무장론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 구조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에서 나온다고 봐요. 한·미동맹의 기본적인 축은 확장억제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자체 핵무장론을 주장한다는 것은 그 확장억제를 믿지 못한다는 것, 결국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거든요. 따라서 저는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사실 반미주의와 별 차이가 없는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진지하게 독자적 핵무장론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파기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단계까지 이어져 나가야만 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는 현재 상황에서 봤을 때 우리가 절대 고려할 수 없는 옵션이라는 것이고요. 미군 전술핵 재배치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사실 이제는 생산하지도 않는 전술핵을 왜 자꾸 주장하는지 모르겠어요. 종합적으로 보면 저는 북핵의 대응과 관련된 우리의 정책은 미국과의 한·미동맹 구조 속에서 풀어가는 게 맞다고 보고요.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세운다면 이른바 킬-체인을 포함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공격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맞지, 이를 핵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왕선택

전적으로 같은 의견입니다. 지금 독자적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쪽의 어떠한 접근법도 합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봐요. 더불어 이런 부분은 지적하고 싶어요. 우리가 핵무장에 대해서 잘 봐야 하는 것이, 정부 차원에서 핵무장을 정책으로 채택한다면 이는 즉시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게 되는 것이거든요. 이것처럼 황당한 노릇이 없는 겁니다. 우리가 무슨 이유로 북한의 잘못된 게임 방식에 놀아날 필요가 있겠습니까. 유리하게 풀어갈 필요가 있고요. 또 하나, 전술핵 재배치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핵무장 같은 경우는 앞서 장용훈 기자가 말한 것처럼 한·미동맹을 깨자는 이야기니까 어렵다고 하더라도, 전술핵 재배치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선에서 할 수 있다는 주장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미국은 전술핵 시스템을 약 15년 전부터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술핵 자체가 지금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 존재하지 않는 전술핵을 배치하겠다니 아이러니하고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 사회 내에서 이렇게 비현실적인 논의를 진행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기정사실화 하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것을 그 자체로 인정해 버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수많은 외교적 수단과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런 모든 것을 무효화시키는 자해행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인구

인접 국가가 핵을 가졌다는 것을 명분으로 핵보유에 나선 사례가 바로 중국-인도-파키스탄 케이스죠. 중국이 가졌으니까 인도가 갖고, 인도가 가졌으니 파키스탄이 가진다는 방식이었는데요. 사실 거칠게 정리해서 그렇지, 쉽지가 않습니다. 인도나 파키스탄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원료, 즉 우라늄을 조달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우라늄을 자체 조달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사와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현재 국제적 레짐 속에서 핵무기를 만드는 나라에 어느 누가 원료를 팔겠어요. 그러니 지금 논의되고 있는 독자적 핵무장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설사 핵무기를 가졌다고 해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거예요. 전작권이 없는 상황에서는 핵무기를 가져봐야 미국이 반대하면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가지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고요.

다음으로 명분과 논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왜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과 논리를 보면,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으니 그것을 우리에게 사용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게 사실 북한 논리잖습니까. 북한이 왜 핵무기를 가지는지에 대한 대답을 미국이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거든요. 불가능한 옵션을 가지고 자꾸 북한의 논리를 닮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핵을 가지려는 목적은 북한의 핵에 대응하기 위해서, 즉 조폭에 조폭으로 대응하는 방법, 이건 가장 나쁜 방법이죠. 대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국제사회로 끌어내서 정상적인 일원으로 만들어 낸다든가, 아니면 도저히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만들지 못하겠다면 핵무기를 쓰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만들든가 말이죠. 그래서 외교가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협상이 필요한 것입니다.

 

전문기자의 시각

한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남북, 연결고리 전무한 상태 위험 복원해야

대북정책, 평화·번영 문제 정치쟁점화 경계해야

대북정책 초점, 북한 변화보다 국민 중심으로

 

공용철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만, 어쨌든 현재 북핵이 우리에게 현실적인 위협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한국이 안보적으로 어떤 준비와 대응이 필요한지, 나아가 차기 정부에서는 어떻게 정책을 구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인구

우리의 국방은 휴전선을 지키고 있는 이상 국민 한 명이라도 희생되지 않는, 철통 같은 안보태세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가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군대를 유지하는 것 역시 단 하나의 희생이라도 없어야 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지금 북한이 핵을 가진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이를 상대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2008년도 이후에는 남북 사이에 회담다운 회담도 없었고요. 따라서 지금은 북한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부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우선 남북 연결고리를 복원해야 합니다. 현 정부가 ‘왜 자꾸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자는 것이냐’며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것도 잘 압니다만, 한 차원 더 높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대립도 해봤고, 봉쇄도 해봤잖아요. 해볼 것은 다 해봤는데 결국 보면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상황 아닙니까. 남북 간에 연결라인을 열어놓고 만나서 현 상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그 속에서 전략도 나오고 매듭을 풀 실마리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지, 전혀 만나지 않는 상태로는 곤란한 것 아니겠어요? 전쟁을 하는 상황에서도 의사 타진을 할 때는 양쪽 간에 만나지 않습니까. 지금처럼 봉쇄를 한다고 해서 연결고리를 완전하게 끊어놓는 상태라면 위험할 수 있어요.

왕선택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오늘 논의의 가장 첫 부분에서 북한을 보도하는 현재 한국 언론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말씀을 드렸잖아요. 이것과 연장선상입니다만, 사실 한국의 대북정책이 지난 25년 동안 많은 실패를 했어요. 원인 대부분은 북한 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너무 강했다는 것이고요. 이런 것들이 많은 세월을 거쳐오면서 고착화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오늘날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상태로 변모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북정책을 정치 쟁점화하는 잘못된 구조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보고요. 정치인이든 정책전문가든 언론인이든 우리 스스로 대북정책만큼은 민족의 생존이자 평화번영의 문제라는 것을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현 상황을 너무 절망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반도 안보 상황을 보면 늘상 과거보다는 악화되어 왔거든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어떻게 전략을 마련하고 추진해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과제이지,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처럼 무책임한 것은 없습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참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때는 냉전이 종료된 직후라 우리 스스로 지금에 비해 외교적 자산이 부족한 상황이었음에도 당시 지도자들은 민족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요. 주도성도 발휘해서 실질적으로 비핵화공동선언 등을 포함해 여러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도 여건은 많이 어렵지만 주도면밀한 계획을 가지고 전략을 짜내면 좋은 성과를 이룩할 수 있으리라 봐요.

장용훈

내년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국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어려운 환경을 맞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선 안보적으로 북핵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봐도 국내 사정이 매우 좋지 않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출범해 북한과 새롭게 무엇을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예전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압박이 됐든 대화가 됐든 굉장히 어려운 국면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요. 중요한 것은 정부의 대북정책 초점을 국민 중심으로 맞췄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이 안심하고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 현재 필요한 것은 평화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초점이 있어야죠. 북한을 변화시키도록 하겠다는 식으로 북한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보다는 국민을 초점에 두고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겠습니다.

 

(왼쪽부터) 공용철  프로듀서, 장용훈  북한전문기자,  김인구  북한전문기자,  왕선택 통일외교전문기자

(왼쪽부터) 공용철 <KBS> 프로듀서,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김인구 <뉴시스> 북한전문기자, 왕선택 <YTN> 통일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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